
[다카이치 뜻대로 자민당 중의원 선거 압승, 개헌선 확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국민 신임 확보를 내세워 의회를 해산한 뒤 치른 8일의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집권여당 자민당이 350석을 훨씬 뛰어 넘는 대압승을 거두면서 다카이치 총리는 '전쟁 가능한 일본'으로의 변신도 가능해졌다. 또한 일본의 보수화는 더욱 굳건해지고 또한 자민당 1극 체제가 완성되면서 중국과의 관계 등 동북아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9일, “8일의 중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 단독으로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넘는 316석을 확보했으며, 여당 파트너인 유신회까지 합치면 무려 352석을 차지하는 결과를 얻었다”면서 “반면 야당인 중도개혁연합은 의석을 겨우 100석을 조금 넘는 결과를 얻을 정도로 대참패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은 이어 “자민당은 전후 처음으로 단독으로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하면서 안정적인 정권 기반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면서 “다카이치 총리는 자신의 높은 지지율로 자민당의 의석수를 대폭 증가시킴으로 인해 총리의 지도력 강화는 물론이고 ‘다카이치 1강’ 체제가 일본 정치에 도래되면서 새로운 차원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18일 소집 예정인 특별 의회에서 재지명된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이 대폭 의석을 늘리는 한편, 야당 제1당 중도개혁연합은 선거 전 172석에서 100석 이상 줄어든 49석에 그치는 대패로 야당은 다당화하고, 여당은 제2차 아베 정권 당시처럼 자민당이 압도적으로 강한 ‘1강 다약’ 국회가 출현하게 된다”고 짚었다.
닛케이아시아도 “이처럼 압도적인 승리는 2024년과 2025년 총선에서 연이은 참패로 정부 구성조차 어려움을 겪었던 자민당에게 극적인 반전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는 자민당의 승리 여부가 아니라 ‘이기는 숫자의 크기’에 더욱 주목했다. 아사히신문은 이와 관련해 “이번 선거에서는 4개의 '매직 넘버'에 주목해 왔다”면서 “▲233석은 단순과반으로 정권 유지의 마지노선이며, ▲243석은 연정 다수선으로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점할 수 있는 수치이고, ▲261석은 절대안정다수라는 점에서 중요한데, 이 선을 넘으면 모든 상임위에서 위원 과반을 확보해, 야당의 반대 토론을 무력화하고 법안을 고속 처리할 수 있다”고 짚었다.
아사히신문은 이어 “마지막으로 3분의 2에 해당하는 310석은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을 중의원에서 재의결해 확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됨으로써, 향후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으면 평화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는 '역사적 분기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자민당이 단독 과반을 탈환하는 것은 2021년 기시다 후미오 내각 당시 중의원 선거 이후 처음이다.
아사히신문은 또한 “일본 집권 자민당이 8일 중의원 총선에서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면서 일본 정치가 다시 자민당 '1극 체제'로 수렴하게 됐다”면서 “단순한 정권 연장이 아니라 전후 일본 정치가 유지해온 세력 균형이 무너지고 보수화가 굳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마키하라 이즈루 도쿄대 교수는 “온건 보수를 표방하며 포괄 정당을 지향해온 자민당이 점차 이념적 우파 정당으로 성격을 바꾸고 있다”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이후에도 강경 보수 성향의 지도자가 연속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카이치 총리의 높은 지지도가 선거 판세 갈랐다!]
이번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는 그동안의 불문율도 다 깼는데, 그 이유는 딱 한가지,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가 선거의 판세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본 선거판의 오랜 불문율인 '눈(雪)의 정치학'마저 뒤집혔다. 지지통신은 “통상 악천후로 투표율이 낮으면 조직표가 단단한 자민당이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이번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무당파와 청년층이 결집하면서 오히려 투표율 상승을 견인했고, 열세인 야당은 폭설이 '다카이치 돌풍'을 차단하고 전통적인 본인들의 조직표가 힘을 쓰길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다카이치의 돌풍에 모든 희망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눈여겨볼 점은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젊은 층에서 인기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중의원 해산 직후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18세~20대 지지율은 88.7%로 90%에 육박했다. 내각 출범 당시 실시된 NHK 여론조사에서 18~39세 지지율은 77%로,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38%,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51%를 크게 웃돌았다.
또한 집권 초기부터 다카이치 총리의 핸드백, 펜, 화장품 등이 지지자들의 인기를 끌면서 ‘사나카쓰’ 표현이 생겼다. 아이돌 팬 활동을 뜻하는 ‘오시카쓰’와 다카이치 총리의 애칭 ‘사나’를 합쳐 만든 말이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다카이치 총리는 젊은 층 사이에서 소비와 팬 문화를 동반한 형태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중의원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렇게 인기를 끈 것은 우선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서사가 거론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제조업체 회사원 아버지, 경찰관 어머니 아래서 성장한 비세습 정치인이라는 점이 크게 부각됐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세습 의원 비율이 높은 일본에서 이같은 성장 과정이 일본의 경제 호황 (시절)을 모르는 세대에게 태생적 신분상승이 아닌 노력을 통해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오른 경력으로 강하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러한 인기 덕에 다카이치 총리의 SNS 플랫폼인 X의 팔로워 수는 무려 260만명에 달한다. 다카이치는 바로 이 SNS를 통해 적극적 재정 지출, 보수색 강한 국가 안보 등 지향을 선명하게 드러낸 메시지 전략을 젊은 층에 강력하게 소구해 왔다.
특히 다카이치의 지지도 상승을 견인하는데 큰 작용을 한 것은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확실한 지원 사격이었다. 트럼프는 선거 직전인 5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완전하고 전면적인 지지(Complete and Total Endorsement)를 보낸다”고 표명했다. 이는 타국의 선거에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또한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 표명은 다카이치 정권이 향후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 전략에서 핵심 파트너로 낙점되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다카이치신드롬을 불러온 의미있는 한 축은 바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다. 지지통신은 “자민당의 압승을 이끈 중요한 이유는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과 대립하는 모습에 흩어졌던 보수표가 결집한 효과를 냈다”면서 “많은 유권자들은 다카이치 내각이 중국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고 있는 모습에 큰 호감을 느꼈다”고 분석했다.
지지통신은 이어 “다카이치의 대 중국 강경 자세는 이전 기시다-이시바 내각에서 볼 수 없었던 것으로 중국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를 불러왔고, 이러한 지지가 실제 투표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다카이치 총리, ‘강한 일본’ 지향하는 안보정책 강화할 듯]
이렇게 다카이치 총리의 자민당이 압도적 지지를 받음으로 인해 다카이치 총리의 자민당은 ‘강한 일본’을 내세우면서 인보정책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집권 여당으로 손을 잡은 자민당과 유신회는 지난해 10월 연립정권을 출범시키면서 스파이방지법 제정, 대외정보청 창설, 무기 수출 5유형 폐지,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 평화헌법 개정 등에 합의한 바 있다. 이 중 무기 수출 5유형 폐지는 현재 제한된 5가지 목적(구난·수송·경계·감시·소해)을 없애 살상 무기 수출 확대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스파이방지법은 1985년 자민당이 추진했다가 폐기됐던 법안으로, 당시 정부가 자의적으로 정하는 '국가 기밀'의 범위가 무제한 확장돼 언론·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보류된 바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제정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염두에 둔 국가정보국(대외정보청) 역시 현재 일본의 정보기관인 내각정보조사실보다 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3대 안보 문서' 또한 개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3대 안보 문서 중 하나인 '국가안전보장전략'에 명시된 '비핵 3원칙'의 개정 여부에 주목이 쏠린다. 여기서 비핵 3원칙은 지난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국회 답변을 통해 밝힌 “핵을 가지지 않고, 만들지 않고, 들여오지 않는다”는 원칙인데 이를 깨고 일본도 핵을 가지는 국가로 변신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다만 자민당과 유신회의 합의 사항 중 하나인 개헌안 발의는 중의원뿐만 아니라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이상의 의석이 필요한데, 참의원에서는 자민당과 유신회 의석을 합쳐도 3분의 2에는 달하지 않는다는 점이 관건이다.
따라서 중의원에서 310석 이상을 확보해도 당장 개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평화헌법 개정이라는 목표를 향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선다는 상징적인 차원에서 시간을 두고 국제 정세와 여론을 감안해 가며 '자위대 명시' 등을 반영한 개헌안을 중의원에서 우선 논의해 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