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장례 행렬 [IRIB/로이터 연합뉴스]이란 전역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가 16일째 이어지며 사망자 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수백 구의 시신이 쌓인 영상이 공개되면서 유혈 진압의 참상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 날까지 이란 31개 주 전역 585개 지역에서 시위가 발생했으며, 민간인과 보안 인력을 합쳐 총 544명이 사망한 것으로 공식 집계했다. 이 단체는 현재 진위를 파악 중인 추가 사망 보고 579건을 합산할 경우 실제 희생자 규모가 1,000명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날 노르웨이의 이란인권(IHR)이 제기한 '사망자 2,000명 돌파 가능성'과 맥을 같이하는 수치로, 시위가 시작된 지난달 말 이후 인명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사태의 잔혹성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정황들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HRANA는 테헤란 인근 카흐리자크 법의학 시설 등에 대규모 시신이 보관된 영상과 정보를 분석한 결과, 한 장소에서만 최대 250구의 시신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IRIB 방송 역시 시신이 가득 찬 대형 창고 모습을 이례적으로 보도하며 현장의 비극적인 상황을 전했다. 인권단체들은 현재까지 약 1만 681명이 체포됐으며, 구금된 이들 중 최소 96명이 고문에 의한 강제 자백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하며 심각한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했다.
이란 정부는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며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당국은 이 날부터 사흘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하면서도,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원인을 시위대가 아닌 '도시 테러범'의 소행으로 규정했다. 이는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한 전술인 동시에, 향후 보안군을 동원한 추가적인 강경 진압을 위한 명분 쌓기로 풀이된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시위대의 요구인 경제난 해결과 정치적 자유보다는 체제 수호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란 내부의 인터넷 차단과 정보 통제 속에서도 흘러나오는 참혹한 증거들에 경악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지도부를 향해 '군사적 선택지'까지 언급하며 강력한 경고를 보낸 상황에서, 이번 시신 보관소 영상 확산은 서방 국가들의 추가 제재나 개입 명분을 강화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폐쇄적인 신정 체제 내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유혈 진압이 향후 중동 정세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전 세계가 우려 섞인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