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부두에 정박한 유조선 [AFP=연합뉴스]미국이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 지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자국 정유 시설의 효율적 가동과 경제성 확보를 위해 베네수엘라산 중질유 수입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셰일가스 혁명을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자국 정유 공정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판단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지시간으로 7일,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 베네수엘라 원유가 가진 특유의 '중질유' 성질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텍사스만 해안에 밀집한 미국의 주요 정유 시설들은 수십 년 전부터 베네수엘라,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수입되는 황 성분이 많은 중질유를 처리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연료·석유화학제조협회(AFPM)의 자료를 살펴보면, 미국 내 정유 설비 용량의 약 70%는 경질유보다 중질유를 원료로 사용할 때 가장 높은 효율을 발휘하도록 최적화되어 있다. 과거 우고 차베스 정권이 석유 산업을 국유화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석유 공급국 중 하나로 손꼽혔다. 미국 기업들은 1920년대 베네수엘라에서 처음 석유가 발견된 시점부터 현지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해 왔으며, 과거 한창때는 베네수엘라로부터 월간 6,00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외교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원유 수입량은 유례없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 석유화학 업계는 베네수엘라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캐나다산 중질유 수입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전략을 취했다. 셰일 혁명 이후 미국산 원유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문제는 셰일오일이 대부분 '경질유'라는 점에 있다. 중질유 처리에 특화된 국내 정유 시설에 경질유를 대량 투입할 경우 공정 효율이 낮아지고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된다.
결국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된 이후에도 자국에서 생산된 경질유는 해외로 대거 수출하고, 정유 시설 가동에 필요한 중질유는 외부에서 사 오는 독특한 구조를 유지하게 됐다. 휘발유, 디젤유, 항공유, 아스팔트 등 다양한 석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원유 배합 비율이 필수적인데, 현재 미국 정유 시설에 투입되는 전체 원유 중 약 40%가 여전히 수입산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하여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최근 ABC 방송의 '디스 위크'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미국의 정유 기술력과 시장 수요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루비오 장관은 "멕시코만 연안에 위치한 우리 정유 시설들은 중질유를 처리하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중질유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적절한 여건만 갖춰진다면 민간 부문에서 베네수엘라 원유에 대해 엄청난 수요와 관심을 보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