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스그룹 천즈 회장 [프린스그룹 홈페이지 캡처]동남아시아 전역에서 대규모 온라인 사기(스캠) 단지를 운영하며 막대한 부를 쌓아온 프린스그룹의 천즈 회장이 캄보디아 당국에 체포되어 중국으로 송환됐다.
캄보디아 내무부는 현지시간으로 7일 성명을 통해 천즈 회장과 쉬지량, 샤오지후 등 중국 국적자 3명을 체포해 중국 당국에 신병을 인계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검거는 초국가적 범죄 소탕을 위한 양국 간 수개월에 걸친 긴밀한 공조 작전의 결과로, 캄보디아 당국은 작년 12월 국왕 칙령을 통해 천 회장의 캄보디아 국적을 이미 박탈한 상태였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성과에 대해 "국경을 넘는 통신 사기 범죄 단속의 뚜렷한 결실"이라며 주변국과의 법 집행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천즈 회장은 캄보디아 실권자인 훈 센 상원의장과 훈 마네트 총리의 고문을 지내는 등 정계 고위층과 밀착해 사업을 확장해 왔다. 그는 왕실로부터 귀족 칭호인 '니억 옥냐'를 받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그 이면에는 가짜 투자 계획으로 전 세계 피해자들로부터 수백억 달러를 가로채고 인신매매된 노동자들을 고문하는 등 잔혹한 범죄 수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이러한 스캠 단지로 인한 전 세계 피해액이 연간 최대 37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프린스그룹과 천 회장을 제재 명단에 올리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미 검찰은 천 회장이 140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압수당했으며, 노동자에 대한 폭력 승인 및 외국 공무원 뇌물 제공, 불법 수익 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영국 역시 런던 소재 고가 저택과 오피스 빌딩 등 1억 유로 이상의 자산을 동결했으며, 한국 정부 또한 지난해 11월 프린스그룹과 천 회장을 포함한 다수의 개인 및 단체를 독자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송환이 중국의 전략적 선택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제이콥 대니얼 심스 하버드대 방문연구원은 캄보디아가 천 회장을 서방 국가가 아닌 중국으로 보낸 것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미국이나 영국 법원의 영향력 밖에서 처리하려는 중국의 의도와 부합한다고 짚었다. 또한 최근 중국이 캄보디아와 태국 간의 무력 충돌을 중재해 휴전을 끌어낸 대가로 천 회장의 신병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천 회장의 체포와 동시에 프린스그룹의 금융 기반도 무너졌다. 캄보디아 중앙은행(NBC)은 7일 약 1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던 프린스 은행에 대해 전격적인 청산 명령을 내렸다. 중앙은행은 예금 수취와 대출 등 모든 신규 서비스를 중단시켰으며, 기존 예금주의 자금 인출과 대출 상환 절차만을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 당국은 그간 프린스 은행이 아시아 최대 규모 범죄 조직의 자금 세탁을 돕는 위장 회사 역할을 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