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이중용도 이어 민간용 희토류도 틀어막을 준비]
중국 정부가 지난 6일 일본을 겨냥해 ‘이중용도(군민 양용) 물자’의 군사 용도 수출을 전면 금지한 가운데, 향후 이 조치가 일본의 민간 공급망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여 중국과 일본이 정면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일본은 중국을 향해 반도체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데 그렇게 된다면 중국의 반도체산업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 “베이징은 전날 일본산 핵심 반도체 소재에 대한 반덤핑 조사 착수를 발표하며 최근 조치를 취했다”면서 “앞서 중국은 해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일본 군과 연관된 국가에 대한 상업용 및 군사용 이중 용도 물품의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에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서 포드 공장을 멈춰 세우고 관세 양보를 받아낸 적이 있다. 그 방식 그대로 이번에도 일본에 같은 카드를 들이밀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철회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중국 상무부는 7일엔 일본 반도체용 화학물질 디클로로실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혀, 이틀 연속 일본을 겨냥했다. 중국이 한중정상회담 시점과 맞물려 한국엔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 일본은 강하게 때리는 장면을 연출하며 ‘갈라치기’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7일, “중국이 일본을 겨냥해 일부 희토류 관련 품목의 수출 허가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 상무부의 군사용도 희토류 수출제한에 이어 ‘일본 (민군) 전체를 겨냥한 희토류 규제’를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전날 발표는 시작일 뿐이고, 향후 중국의 조치가 일본 민간 산업 전체를 겨누는 강경책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 일본, 중국 반도체산업 역보복 나설 수도]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강공조치에 대해 일본 내각의 서열 2위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7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일본)만을 겨냥한 이번 조치는 국제적인 관행과는 크게 다르며, 결코 용인할 수 없고 매우 유감”이라며 “외무성·경제산업성, 주중 일본대사관이 중국 측에 강하게 항의했고 이번 조치를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는, “이번 조치는 내용이 분명하지 않은 점이 많다”며 “내용을 자세히 조사하고 분석한 이후, 필요한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미노루 관방장관의 발언에는 과거 2019년 한국을 상대로 썼던 카드를 다시 한번 꺼낼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읽혀졌다. 당장 홍콩의 SCMP는 이러한 희토류 수출 제한에 대한 일본의 역보복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명했다.
SCMP는 “분석가들과 한 무역 단체는 장기적인 정치적 분쟁 발생 시 도쿄가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이 일본의 주요 산업용품, 특히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원료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교역량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면서 “지난 11월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한 베이징의 반응은 일부 분석가들로 하여금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경우 도쿄가 어떤 카드를 꺼낼지 궁금하게 만들었다”고 짚었다.
SCMP는 “분석가들은 일본이 특정 화학 물질, 특히 칩 조각에 사용되는 감광성 물질인 포토레지스트 분야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베이징에 대한 잠재적인 협상 카드로 지목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급소’인 포토레지스트·장비·소재 수출을 사실상 봉쇄하게 되면 중국은 첨단뿐 아니라 성숙공정까지 ‘줄도산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그리안해도 중국이 미국·네덜란드로부터 수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중단을 선언하게 되면 당장 중국 반도체 생태계는 최소 5~10년 이상 후퇴할 수도 있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본다면 중국이 미·일·네덜란드의 장비 제재로 이미 EUV/첨단 DUV 장비 도입이 막힌 상태에서, 일본발 포토레지스트 공급까지 흔들리게 되면 10억분의 1미터(10nm급 이하) 공정뿐 아니라 20~40nm급 성숙공정 생산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그만큼 위력적인 압박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일본경제연구소의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노기모리 미노루는 “일본은 반도체 제조 장비와 같은 중요 품목의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며 “반도체 제조 장비와 화학제품이 중요한 카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SCMP도 리서치인차이나(ResearchInChina)의 조사를 인용해 “2021년 기준 일본 기업 4곳(JSR, 도쿄 오카 코교, 신에츠 화학, 후지필름 전자재료)이 전 세계 포토레지스트 시장의 72.5%를 점유하고 있다”면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중국 내수 시장의 대체재 비중은 5% 미만으로 추산된다”고 짚었다. 사실상 중국산 대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SCMP는 이어 “지난달 일부 아시아 언론 매체는 일본이 이미 감광성 레지스트 수출 제한 조치를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면서 “중국의 해당 소재 시장 규모는 123억 위안(미화 17억 5천만 달러)에 달하지만, 국내 생산업체들은 일본 공급업체를 대체할 역량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물론 관련 분석가들은 공급망 차질이 발생할 경우, 기술 공급망 전반에 걸쳐 자국산 대체재를 추진하려는 베이징의 오랜 정책 기조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지만, 실제적으로 현장에 적용되려면 상당한 기간이 수반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기술이 하루 아침에 획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네덜란드 금융 서비스 회사 ING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린 송은 “인공지능 경쟁과 중국의 기술 자립도 향상 노력으로 국내 역량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있겠지만, 이 과정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중국 경제협회 사업진흥부 부국장인 사와즈 나오야도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일본 제품들이 여전히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정치적 긴장으로 인한 뚜렷한 영향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특히 대체품을 찾기 어려운 고성능 제품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어리석은 대일 강공책, 민족주의 믿고 강공 펼쳐]
사실상 중국의 입장을 상당히 대변하는 SCMP마저도 중국의 일본을 향한 희토류 압박이 무모한 짓임을 간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일본에 대해 희토류 수출 제한이라는 압박을 가해도 일단 일본은 최소 6개월 이상 버틸 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곧바로 산업에 생산 중단 같은 일들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0년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를 통해 혹독하게 당했던 일본이 중국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줄인데다 중요 희토류의 경우 충분한 재고를 보유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의 일부 언론들이 “中 '희토류 보복'에 반격 카드 없다…벼랑 끝 다카이치, 24조 날릴판”이라는 식으로 선정적 보도를 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보도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SCMP는 중국의 민족주의에 기댄 대 일본 강공책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SCMP는 이날 기사 마지막 부분에 일본연구소의 노기모리 연구원의 견해를 인용해 “경제적 영향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며, 향후 중국과 일본 정부 간의 양자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면서 “"양측 모두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과 일본 양국의 경제 모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그러니 서로가 손해보는 그런 싸움을 해서는 안된다고 점잖게 충고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12월 31일, “최신 업계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들의 2월 음력 설 연휴 일본 호텔 예약이 급증했다”면서 “이는 베이징이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한 외교 분쟁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현상”이라고 밝혔다.
닛케이아시아는 이어 “2012년 도쿄의 센카쿠 열도 국유화로 촉발된 중국 내 반일 시위가 한창일 때, 일본으로 향하는 단체 관광이 잇따라 취소되었으며, 한때 월간 중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40% 이상 감소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에는 중국발 개별 여행객 증가로 인해 영향이 제한적인데, 이는 여행사를 통해 조직된 단체 여행과 비교했을 때, 개별 여행객은 중국 정부 정책의 영향에 덜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말은 시진핑 정부의 국뽕식 막무가내 일본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 국민들은 별다른 호응을 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도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대일본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왜 저렇게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것일까? 특히 중국의 일본을 향한 찍어 누리기식 강공이 오히려 일본이 사상 최대 방위비를 지출할 수 있는 명분까지 제공했다. 이는 그동안 중국 당국이 그토록 반대해 왔던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시진핑의 대 일본 강공책이 오히려 일본의 방위비만 늘린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를 바로 자업자득이라 부른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의 대외정책은 정말 여러 가지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없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