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8월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 [UPI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한 직후 가진 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이례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종결을 압박하고 나섰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너무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다며 "그에 대해 신나지 않는다(not thrilled)"고 언급했으며, 이번 베네수엘라 작전의 정밀함을 과시하며 러시아와 우방국들에 미국의 군사적 결의를 실력 행사로 증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무력으로 굴복시킨 직후 러시아를 향해 날 선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유혈이 낭자하고 엉망진창(mess)"이라고 규정하며,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지속하며 인명 피해를 키우는 것에 대해 깊은 거부감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와 푸틴, 젤렌스키가 망쳐놓은 상황을 자신이 물려받았을 뿐이라며, 미국의 정예 병력이 조기에 개입했다면 전쟁이 이렇게 오래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발언은 러시아가 베네수엘라를 향한 미국의 공습을 '무력 침략'이라 규탄하며 마두로의 석방을 요구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다르다. 서방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핵심 우방인 베네수엘라를 단숨에 제압함으로써, 푸틴 대통령에게 미국의 경고를 무시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장을 넘어선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인 키이우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의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던 이전 모습과 달리, 전쟁의 비극적 규모를 강조하며 불만을 표시한 점에 주목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거래적 종전 협상'에 푸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을 경우, 베네수엘라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단호한 군사적 옵션이 언제든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이러한 트럼프의 행보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전쟁의 책임을 양측 모두에게 돌리는 '양비론'을 고수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지지 표명보다는 나토(NATO)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을 통한 무기 지원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우크라이나에도 조속한 종전을 위해 뼈아픈 영토적·정치적 타협을 강요하는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직 미 국방부 관리들과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크렘린궁이 얻어야 할 교훈은 '미국의 능력과 결의'라고 지적한다. 대니얼 프리드 전 주폴란드 미 대사는 "베네수엘라 작전은 미국이 러시아와 협력하는 정권에 맞서 얼마나 극적으로 행동할 의지가 있는지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대외 정책이 단순한 고립주의를 넘어, 미국의 힘을 과시하며 상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당기는 '트럼프식 실력 행사'로 본격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키이우포스트는 "미국 전략서엔 아직 비어 있는 챕터가 있고, 워싱턴의 경고를 무시했다가 우크라이나 전장을 넘어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을 푸틴이 상기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