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 봉쇄가 중국에 주는 시사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베네수엘라에 대한 ‘완전하고 전면적인 석유 봉쇄’를 발표하고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외국 테러 조직(FTO)으로 지정한 바 있는데, 미국의 이러한 조치가 엉뚱하게도 중국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마디로 유탄을 세게 맞은 셈인데, 미국이 해상 법 집행과 제재 이행을 강화함에 따라, 이번 조치는 제재 대상 석유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의 에너지 공급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화교신문인 연합조보는 18일,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봉쇄하는 것이 중국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오피니언 글에서 “미국은 최근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군사 배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1964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통킹만 사건이 재현될 수도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마두로 정부를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면서 베네수엘라를 출입하는 모든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해 ‘완전하고 철저한 봉쇄’를 시행하라고 명령했는데, 이는 베네수엘라 경제의 생명선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 압류 작전은 미국 해안경비대가 주도했으며, 팸 본디 법무장관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게시한 영상에는 미군이 헬리콥터에서 극적으로 로프를 타고 내려와 총을 들고 선박을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소리(VOA)는 “미국 하원의 '미국-중국 전략적 경쟁 특별위원회'는 압류된 유조선이 중국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고 밝혔다”면서 “공화당 소속 모란 하원의원은 15일(현지시간) X 플랫폼에서 유조선이 속임수 추적 수단을 사용했으며 ‘중국이 관리하는 선박과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고 짚었다.
연합조보는 이와 관련해 “워싱턴은 이달 초 ‘국가안보전략보고서’를 발표하며 라틴아메리카를 ‘미국의 핵심 이익권’으로 규정하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데, 이 배경에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중국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억제하려는 의도도 있다”면서 “미국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트럼프식 먼로주의를 실행해 서반구에서의 미국 주도권 회복과 국토 안보, 서반구 핵심 지역의 전략적 통로 보호를 명시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서반구 외부 경쟁자의 서반구 군사력 배치나 전략적 중요 자산의 소유·통제를 차단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미국 관료들은 ‘유해한 외부 영향력’을 전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조보는 “워싱턴의 진정한 의도는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고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촉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라틴아메리카 지정학적 생태계를 재편하며 서반구 전역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을 확보하고 중국 등 미국이 '유해한 외부 영향'으로 간주하는 세력을 제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남미를 중국 영향권에 두려는 시진핑과 정면 충돌 가능성]
문제는 미국이 국가안보전략보고서를 발표한 후, 중국은 9년 만에 12월 10일 세 번째 ‘중국 대 라틴아메리카·카리브 정책문서(中国对拉丁美洲和加勒比政策文件)’를 발표하며 미국의 '뒷마당'에서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는 점이다.
‘중국 대 라틴아메리카·카리브 정책문서’는 미국이 배타성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글로벌 남부’ 기치를 내걸며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이 하나의 전체로서 독립 자립과 연대 자강이라는 영광스러운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세계 다극화와 경제 세계화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힘”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조보는 “중국과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의 두 주요 파트너국”이라면서 “중국은 베네수엘라 석유의 최대 구매국이며, 베이징은 베네수엘라에 600억 달러 이상의 대출과 원유 운송을 담보로 한 신용 한도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짚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는 중국 개발 자금의 3대 수혜국 중 하나이다.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중국이 미주 지역에 판매한 무기 총액의 약 86%를 차지했다.
연합조보는 “중-베네수엘라 관계가 긴밀함에도 불구하고, 마두로가 직면한 미국의 거대한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베이징이 군사적 지원이나 실질적 지원을 제공할 의도가 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일반적으로 중국은 어렵게 마련한 일시적 관세 휴전 기간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베네수엘라를 위해 미국과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짚었다.
연합조보는 그러면서 “베이징은 외교적 발언과 경제적 지원을 통해 베네수엘라 및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의 자국 이익을 보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봉쇄, 이미 중국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은 “미국이 조직적인 제재와 해상 운송 봉쇄를 통해 중국이 베네수엘라, 이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것을 막고 있으며, 이로 인해 베이징이 여러 위험 요소 중에서 어려운 선택을 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봉쇄령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했으며,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아시아 거래 시간 동안 1% 이상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미군이 베네수엘라 해안에서 제재 대상 유조선 '스키퍼'호를 나포한 이후, 베네수엘라산 메레이 원유 최소 3척, 총 약 600만 배럴의 출항이 보류됐다”면서 “여러 유조선은 국제 해역 진입 후 미군에 의해 저지될 것을 우려해 연안에 머물렀으며, 이번 금수 조치의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만 국방안보연구소 전략자원연구소 소장인 쑤즈윈은 “미국의 현재 공격 목표는 특정 국가가 아니라 제재 대상 석유를 오랫동안 운송해 온 '그림자 선박' 네트워크”라면서 “이러한 방식은 과거 이란의 경우에도 사용되었는데, 제재 대상 원유가 낡은 유조선과 은밀한 항로, 불투명한 소유권을 통해 특정 최종 시장에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었다”고 짚었다.
쑤즈윈 소장은 이어 “베이징의 역할이 주로 수요 측면과 가격 우위에서 드러난다”면서 “제재 압력 하에서 국제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에너지를 확보하고, 물물교환을 통해 이란에 필요한 미사일 연료와 기타 고체 화학 물질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난화대학교 국제관계학과 쑨궈샹 교수도 “중국 공산당이 관련 운송 활동을 직접 지시하지는 않더라도, 불법 운송 거래 사슬에서 핵심적인 종착지이자 운영 거점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의회 조사에 따르면 일부 유조선들이 은밀하게 항해한 후 홍콩, 칭다오 또는 다롄에 정박했는데, 미국은 이러한 경로를 제재 대상 원유가 중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전형적인 경로로 간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운 데이터 전문 기관인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는 “전 세계적으로 약 1,423척의 불법 유조선이 있으며, 이 중 60% 이상이 이미 미국, 영국 또는 EU의 제재 대상”이라면서 “이러한 유조선들은 일반적으로 노후화되었고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사고 발생 시 법적 및 환경적 책임을 추궁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소의 선밍스(沈明世) 연구원도 “미국이 법 집행 노력을 공급원과 해상 운송 경로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유조선이 중국 주변 해역에 접근하면 미국의 개입 여지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따라서 봉쇄의 효과는 초기 차단의 강도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원유 수입이 제재 대상인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세 곳에 집중되어 있다”면서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가 가해지면 중국의 석유 수요는 러시아산 수입으로 더욱 증가할 수 있는데,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므로, 미국이 중국의 에너지 수입을 제한하거나 억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짚었다.
선밍스는 “이로 인해 중국 공산당이 에너지 안보, 미국과의 관계, 제재 준수 사이에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면서 “결국 베네수엘라에 대한 봉쇄가 중국에게는 운송망의 위험과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더욱 우회적인 경로와 불확실한 배송은 거래가 더 큰 할인과 더 많은 중간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도록 만들 것이며, 이는 2차 제재의 위험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선밍스는 꼬집었다.
결국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제재 대상 에너지 시스템에서 중국의 역할과 위험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국이 관련 중국 기업 및 해운 네트워크에 대한 제재를 확대할지 여부가 향후 지정학적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