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투아니아 빌뉴스 공항에 설치된 패트리엇 요격 체계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미국 국방부가 중국과의 잠재적 군사 충돌에 대비해 주요 미사일 생산량을 현재보다 최대 4배까지 늘릴 것을 방산업계에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군수품 생산 촉진 위원회'를 구성하고 미사일 제조사들을 상대로 유례없는 증산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 파인버그 국방부 부장관이 직접 나서 주요 기업 임원들과 매주 전화 회의를 진행하는 등 이례적으로 속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지난 6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첫 회의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는 기존 대형 방산업체뿐만 아니라 안두릴 등 신흥 AI 방산기업과 핵심 부품 제조사들이 대거 소집됐다. 국방부는 이들에게 향후 24개월 내에 생산량을 현재의 2.5배로 끌어올릴 구체적인 로드맵을 요구했으며, 특히 글로벌 수요가 폭증한 패트리엇 미사일의 경우 현재의 4배 수준까지 연간 생산량을 확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증산 대상에는 패트리엇(PAC-3)을 비롯해 장거리 대함 미사일(LRASM), SM-6, 프리즘(PrSM), 합동공대지장거리미사일(JASSM) 등 현대전의 핵심인 12종의 미사일이 포함됐다. 미 육군은 이미 2024~2026 회계연도에 걸쳐 약 100억 달러를 투입해 패트리엇 미사일 2,000기를 주문한 상태다.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장관의 군사력 확대 의지에 따른 '특별한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공격적인 목표를 두고 현실성 논란도 거세다. 미사일 1기 조립에만 통상 2년이 소요되며, 신규 업체가 진입할 경우 안전성 인증에만 수개월과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예산 문제도 걸림돌이다. 지난 7월 250억 달러 규모의 군수품 지원 법안이 통과됐으나, 전문가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수백억 달러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방산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록히드 마틴과 레이시온(RTX) 등은 인력 확충과 설비 증설에 나섰지만, 정부의 확실한 자금 지원과 구매 확약 없이는 선제적 투자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크리스토퍼 칼리오 RTX 최고경영자는 국방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증산 협력 의지는 있으나 추가 구매를 위한 명확한 자금 조달 계획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으로 미사일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는 가운데, 미 정부와 방산업계 간의 '자금과 속도'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