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하며 유럽 주요국의 영공을 피하기 위해 2시간 이상 우회하는 항로를 선택했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 전용기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텔아비브를 출발해 약 13시간 만에 뉴욕 JFK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통상 민항기가 동일 구간을 비행하는 데 1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 수반의 전용기가 일반 항공기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비행한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됐다.
미국 ABC 방송은 이번 우회 비행이 ICC 회원국인 유럽 국가들의 영공을 통과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체포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텔아비브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경로는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를 가로지르는 것이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에 지중해 중앙을 거쳐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한 뒤 대서양을 건너는 '지그재그' 노선을 택했다.
이러한 항로 변경은 헝가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연합(EU) 국가들이 ICC 회원국이라는 사실과 직결된다. ICC는 지난해 11월 가자지구 전쟁 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회원국들은 영토 내에 들어온 수배자에 대해 영장 집행에 협조할 법적 의무가 있다. 영공 통과 시 비상착륙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국제법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번 항로 선택이 자발적인 결정인지, 혹은 유럽 국가들의 영공 통과 거부에 따른 결과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스티브 겐야드 전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일부 국가에 네타냐후의 영공 통과 허가는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항로를 추적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 기술이 외교적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