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위대 방화로 불타는 네팔 대통령 관저 [AP 연합뉴스]네팔에서 SNS 차단 조치에 반발한 시위가 전국적 유혈 사태로 번지며 수십 명이 사망하고 정국이 급격히 불안정해지고 있다.
현지시간 11일 네팔 보건인구부에 따르면 수도 카트만두를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 이어진 반정부 시위로 최소 34명이 숨지고 1,368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전국 41개 병원에서 보고됐으며, 부상자들은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X) 등 26개 소셜미디어 접속을 차단하면서 촉발됐다. 당국은 허위 정보 확산을 이유로 들었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반부패 운동을 억누르려는 조치라는 반발이 확산되며 시위가 급속히 번졌다.
특히 경제난과 부패 문제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SNS를 통해 고위층 자녀들의 사치 생활과 서민들의 어려움을 대비한 콘텐츠가 빠르게 퍼지면서 분노가 증폭됐다. 이에 따라 시위는 카트만두를 넘어 전국 주요 도시로 확산됐다.
시위 과정에서 치안 붕괴 조짐도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시위 시작 이후 전국 교도소에서 1만3천 명이 넘는 수감자가 탈옥했다. 카트만두의 한 교도소에서는 수감자들이 교도관을 제압하고 시설에 불을 지른 뒤 탈출을 시도했으며, 일부는 군에 의해 재체포됐다.
군 당국은 현재까지 도주자 가운데 192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치안 유지를 위해 군 병력을 투입하고 수도와 인근 지역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낮에는 생필품 구매 등 제한적 이동만 허용되며, 야간에는 전면 통행이 금지된 상태다.
무장 병력은 주요 도심에서 검문을 강화하고 외출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당국은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는 만큼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역시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이틀 전 사임한 샤르마 올리 총리의 후임으로 임시정부를 이끌 인물을 선정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람 찬드라 포우델 대통령은 헌법 질서 유지와 평화 회복을 위해 정치권의 협력을 촉구했다.
현재 임시 지도자로는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네팔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으로 재임 당시 강단 있는 판결로 대중적 신뢰를 얻은 인물이다. 시위대 일부는 그를 대통령과 군부에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위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전직 래퍼 출신인 발렌드라 샤 카트만두 시장을 지지하며 세대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젊은 층의 정치 참여 확대 요구가 반영된 흐름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통신 규제 반발을 넘어, 누적된 경제 불만과 정치 불신이 결합된 결과로 보고 있다. 시위가 장기화될 경우 네팔의 정치 체제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시위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던 잘라나트 카날 전 총리의 배우자는 생존해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확인되며, 혼란 속 정보 혼선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