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야 칼라스 현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EPA 연합뉴스]유럽연합 외교 수장이 이스라엘 대응을 둘러싼 전임자의 비판에 정면 반박하며 EU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현지시간 11일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일정 중 기자들과 만나 전임자인 호세프 보렐의 비판에 강하게 대응했다. 그는 “이스라엘 문제와 관련해 전임자보다 더 많은 성과를 냈다”고 주장하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칼라스는 특히 보렐 재임 시절을 겨냥해 “그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우리는 가자지구에 실제로 구호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경한 발언만으로는 유혈 사태를 멈출 수 없었다며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EU 외교 수장으로서 다양한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현실도 언급했다. “나는 이스라엘에 강경한 회원국뿐 아니라 다른 접근을 취하는 국가들도 함께 대표한다”고 밝히며, 단일한 대응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시사했다.
이번 발언은 보렐 전 고위대표가 퇴임 이후에도 EU 집행위원회의 대이스라엘 정책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데 대한 반격으로 해석된다. 보렐은 언론과 SNS를 통해 EU가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그는 재임 시절부터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강하게 비판해온 인물로, 친팔레스타인 성향의 스페인 사회노동당 출신이다. 반면 칼라스는 보다 실용적인 접근을 강조하며 정책 방향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현직 외교 수장의 공개적인 설전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두 인물 모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체제에서 발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충돌은 EU 내부 정책 조율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실제로 EU는 이스라엘 대응을 두고 회원국 간 입장 차가 뚜렷하다.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말 이스라엘의 ‘호라이즌 유럽’ 연구 프로그램 참여를 일부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회원국 간 이견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최근 연례 정책연설에서 이스라엘 극우 장관 제재와 양측 협력 협정 일부 중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회원국 투표를 거쳐야 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EU가 단일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외교 수장 간 공개 충돌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