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 바닥 드러난 러, 더 쏟아부을 전력이 없다]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이하는 러시아가 이른바 춘계 대공세 본격화를 앞두고 준비에 착수했지만 제대로 전쟁을 치를 여력이 없어 대공세가 사실상 좌초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19일(현지시간) 공개한 전황 평가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가용한 전력 대부분을 이미 최전방에 쏟아붓고 있어서, 공세의 규모와 강도를 더욱 끌어올릴 여력 자체가 없다”면서 “개전 1주년을 전후한 러시아의 '대공세' 우려가 기우에 불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국방군 대변인 올렉시 드미트라슈키프스키도 18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전역에서 대규모 공격을 할 가능성이 없으며, 전선에서 이미 추진력을 잃기 시작했다”면서 “러시아군이 장갑차 지원 없이 장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네츠크주 전역의 공격 작전에 전동 소총 부대를 투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ISW도 “무엇보다 러시아군이 전차 부족 상황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ISW는 “러시아군이 개전 후 1년간 잃어버린 전차 물량은 약 16개 연대에 상당할 정도의 막대한 수준”이라며 “현 상황에서 러시아군이 전차연대를 재구성하는데는 어려울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전력으로 러시아군이 동부의 루한스크 전투에서 전세를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 내다봤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오픈소스 정보분석업체인 오릭스(Oryx)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달 9일 기준 우크라이나에서 전차 1천 대를 파손으로 잃었고, 500대는 노획당했다. 이는 러시아가 보유한 전차는 전쟁 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영국 정보분석업체 국제전략연구소(IISS)도 15일을 기준으로 러시아의 주력전차 T-72B, T-72B3M 보유 규모가 전쟁 전 대비 50%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ISW는 이어 “이번 전쟁을 주도하는 러시아군 서부군관구 소속 제1근위전차군이 그동안 입었던 전차 손실 피해를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제1근위전차군은 전쟁 초기 체르니히우 전투에 이어 우크라이나군의 하르키우 대반격 때도 보유 전차를 상당 부분 잃었다”고 전했다. 특히 “제1근위전차군에 배속된 제4근위전차사단 예하 여단 2곳의 경우 전차를 거의 전멸당하다시피 했다”는 것이 ISW의 분석이다.
ISW는 이와 관련해 “전장의 핵심 전력인 전차부대가 제 역할을 하려면 새 전차가 보급돼야 하지만, 러시아군은 당장 최전선에 보급해줄 전차를 비축하지 못했으며, 신규 생산속도는 손실되는 전차 수를 따라잡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ISW는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에서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탱크가 부족한 탓에 최정예부대인 제1근위전차군·제2차량화소총사단 등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차가 보병을 보호해주지 못하면 기동 소총부대의 효율도 극도로 제한된다”고 밝혔다.
ISW는 “현재 러시아군의 병력 배치 패턴을 보면, 서부군관구 외 다른 군관구에서도 가용한 전력을 최대한 끌어 쓰는 흔적이 역력하다”며 “이에 따라 러시아가 갑자기 루한스크나 다른 곳에서 거대 규모의 병력을 구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결론내렸다.
[공군력 활용한 대공세? 역시 ‘의미없다’는 평가]
러시아군이 전차를 비롯한 무기 부족으로 춘계대공세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러시아가 군용기를 이용해 대규모 공습작전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 역시 사실상 ‘무의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 항공우주군(VKS)이 현재 극적으로 확대된 공습 작전을 준비 중일 가능성은 작다”며 “현재 전쟁터 환경에서 (공습 작전으로 인해) 러시아 전투기 손실 규모가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서방의 일부 언론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집중 배치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며 “공중전 중심의 대공습이 임박했다”는 보도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영국 정보국은 “러시아의 출격 빈도는 몇 주간의 조용한 활동 끝에 지난 한 주 동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현재 공중 활동은 작년 여름 하루 평균 횟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 14일(현지시간)에는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현재까지 러시아 공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동원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면서 “미국의 정보로는 러시아 전투기가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집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러시아의 공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별 활약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영국 정보국은 “러시아 공군은 이번 전쟁에서 상당히 저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지속적인 위협과 러시아 공군기지 공격으로 인한 기지 분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작년 2월 24일 러시아가 침공한 뒤 방공망을 끈질기게 유지해 영공에 대한 통제권을 내주지 않고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자국 공습에 이용되는 전략폭격기가 있는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에 작년 12월 무인기 공격을 가했다. 이러한 본토 공군기지 피격의 여파로 러시아는 일부 폭격기를 보호하려고 기지를 극동으로 옮긴 정황도 관측됐다.
영국정보국은 “러시아 제트 전투기가 자국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 내에서만 운용되고 있어, 핵심적인 공습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실 세계 제2위 국방력을 가지고 있다고 소문난 러시아의 공군은 전쟁 1년여 동안 우크라이나 상공을 전혀 장악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 공군이 막강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런데 러시아 공군은 왜 우크라이나 상공을 침범하지 못했을까?
러시아 공군은 ‘펠런(Felon)’으로 불리는 SU-57 다목적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가 있다. 이 전투기는 2010년에 첫 비행을 했다. 원래 이 전투기는 2025년까지 150여 기를 생산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 몇 대나 생산됐는지는 의문이다. 서방 언론은 기껏해야 10여 대 수준 배치되었을 것으로 본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 9일 러시아 남부 아크투빈스크 공군 기지에 세워진 SU-57 전투기의 사진을 공개하며 이 전투기가 작년 6월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첨단의 스텔스 전투기임에도 우크라이나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스텔스기인데도 격추 당하는 것이 두려워서 그런 것이다. 그래서 주로 영공 밖에서 공대공, 공대지 미사일만 발사한다.
이에 대해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공에서 (이 전투기가) 격추돼 민감한 기술이 훼손되고, 수출 전망이 어두워지며, 명성에 금이 가는 것을 피하는데 주력하는 듯하다”며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공중전에서 계속 보여온 ‘리스크(risk) 회피’ 증상”이라고 밝혔다.
서방 전문가들도 SU-57의 스텔스 능력에 의문을 갖고 있다. 이 전투기가 5세대 스텔스 기능을 갖추기 위해 디자인부터 새롭게 한 것이 아니라, 기존 러시아 전투기의 프레임을 응용한 것이라, 미국의 F-22, F-35처럼 레이더 스크린에서 포착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전투기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4일, 러시아의 최신형 공격헬기 Ka-52가 우크라이나군의 대공미사일에 피격돼 화염에 휩싸인 채 격추되는 영상이 공개됐다. Ka-52는 러시아가 자랑해온 최신예 공격헬기이지만,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래 20대 이상이 격추돼 지난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격추된 헬기라는 오명(汚名)을 갖게 됐다.
[춘계 대공세에 올인한 러시아, 성공 가능성 낮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의 견해를 인용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아 대공세를 펼치기 위해 러시아군 전체의 약 97% 정도를 최전선에 투입하면서 압박을 강화하고 있지만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러한 러시아의 대공세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는 모멘텀을 만들고 싶어 한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봄에 언젠가 (러시아를 상대로) 공격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이어 “러시아가 많은 수의 군대를 전장에 투입하고 있지만, 많은 러시아 군인은 훈련과 장비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데 단합했고, (투쟁이 지속될 때까지) 단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의 러시아군이 인해전술 말고 다른 방안이 있기는 할까? 최전방 돌격부대였던 바그너그룹까지 무너져 내리는 마당에 푸틴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또 무엇이 있을까?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