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나 깊숙하게 퍼져 있는 중국 영향력]
러시아 세력이 유럽사회, 특히 오스트리아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 이미 살펴본 바 있지만 중국의 영향력은 러시아보다 훨씬 깊고 또 강하게 퍼져 있다.
지난해 9월 출간된 ‘판다의 발톱’(조너선 맨소프 지음, 미디어워치 간)이라는 책은 캐나다에 침투한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자세하게 파헤쳐 주목을 끌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캐나다의 지도층이 늘 중국을 잘만 설득하면 그들을 교화시켜 개방사회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착각을 해 왔다”면서 “캐나다는 중국에게 호의를 베풀었지만 중국은 정작 자신들의 권리로 생각하면서 캐나다를 파고들어 결국 캐나다가 중화질서에 편입될 위기에 처했다”고 질타했다.
이렇게 알게 모르게 캐나다에 파고든 중국 세력은 이미 캐나다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커졌다. 지난 1월 캐나다 안보정보청은 국회의원들에게 외국과 그 대리인이 국회의 의정과 정부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하고 있다는 경고를 발령했다. 안보정보청은 여기서 ‘외국’이라 표기했지만 바로 그 외국은 중국을 지칭한 것이었다.
프랑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도 지대하다. 지난 3월에는 “프랑스와 중국의 위험한 관계”(앙투안 이장바르 지음, 미디어워치 간)라는 책이 출간됐다. 이 책에서는 프랑스가 중국 공산당에 의해 어떻게 잠식되고 있는지를 낱낱이 파헤쳤다. 실제로 중국이 반중적 행보를 보이는 학자들과 정치인들에 대해 안하무인 격의 행동을 공공연하게 저지르기도 해 충격을 주기도 했고, 지난 2월에는 프랑스 언론이 재무감찰국의 보고서를 인용해 하얼빈공업대학 등 중국의 국방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중국 세력이 프랑스 고등교육기구 침투를 노리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호주에 대해 중국이 어떻게 침투했는가는 우리 Why Times도 자세하게 분석한 바 있다. 지난해 6월에 출간된 ‘중국의 조용한 침공’(클라이브 해밀턴 지음, 세종 간)이라는 책은 호주가 왜 반중국의 선봉에 설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상세하게 파헤쳐 주목을 끌었다. 이 책은 호주 사회의 대학부터 정치, 기업까지 이미 중국 공산당이 깊게 파고들어 호주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중국 공산당은 전 세계의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깊이 숨어들어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그동안 숨겨왔던 발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전 세계 패권장악이라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전 세계에 중국 경계령이 내려진 것이다.
▲ 지난 4월 22일 대만의 비영리단체인 ‘대만민주실험실’이 세계 각국의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중국의 영향력을 계수화한 ‘차이나 인덱스’라는 지표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충격적인 ‘중국 영향력 지수’]
지난 4월 22일 대만의 비영리단체인 ‘대만민주실험실’이 세계 각국의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중국의 영향력을 계수화한 ‘차이나 인덱스’라는 지표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이 단체가 발표한 차이나 인덱스는 중국이 정치·경제적인 영향력을 이용해 세계 각국에 어느 정도 깊숙이 침투해 있는가를 조사하여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1차 조사는 지난 2021년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여에 걸쳐 세계를 8개 권역으로 나누고 해당되는 36개국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고, 이를 지난 4월 22일 최종 정리하여 발표한 것이다.
‘대만민주실험실’은 중국의 영향력 분석을 위해 각 나라의 미디어, 학술, 경제, 사회문화, 군사, 법 집행, 과학기술, 정치, 외교’ 등 모두 9개 영역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을 조사했으며, 또 각 영역은 11개 지표로 세분화했다. 예를 들면 경제 영역의 경우 중국 정부가 경제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각국의 기업과 정계 인사를 협박해 중국의 목적을 달성하는지 등을 분석했다.
이러한 지표를 생성하기 위해 대만민주실험실은 각국의 학자, 전문가, 기자, 연구원, 싱크탱크, 민간 기구, 오피니언 리더 등 다양한 사람들의 협조를 받았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발휘되고 있는 나라는 캄보디아, 싱가포르, 태국 순이었다. 4위는 페루였으며 필리핀은 6위였고, 호주는 10위, 한국 12위, 독일 14위, 미국 15위, 일본 28위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일단 눈여겨 볼 것은 미국의 뒷마당이라 할 수 있는 페루가 4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신경을 쓰고 있는 가운데 중남미 지역을 중국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야 할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의 영향력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경제분야였다. 전 세계 평균 지수가 42%인데 한국은 무려 72.7%로 36개국 중 1위였다.
한국이 중국에 의해 두 번째로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가 바로 법 집행 영역으로 세계 평균은 40%였는데 우리는 무려 62.5%나 되었다. 여기서 법 집행이라 함은 중국과의 사법 공조를 포함해 한국인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거나 중국 국적인이 중국으로 인도되는 경우까지도 들어 간다. 이러한 법 집행에 중국의 입김이 강하다는 의미다.
이 두 요소에 이어 중국의 영향력을 많이 받는 분야가 바로 정치와 외교였다. 이 두 분야는 세계평균 42~43%, 한국 지수는 공히 52.3%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정치 및 외교분야에 중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다섯 번째로 중국의 입김이 강한 분야는 학계로, 세계 평균 39%인데 우리는 47.7%나 됐다. 여섯 번째는 과학기술 분야(평균 41%m 한국 47.5%)였고, 일곱 번째가 언론(세계 평균 36%, 한국 36.4%)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분야는 사회와 군사분야로 두 분야 모두 세계 평균보다 더 낮았다.
[한국이 깨달아야 할 점은?]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지수가 세계 12위라는 것은 사실 충격적이다. 이러한 순위는 이미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면서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호주(10위)와 독일(14위), 미국(15위)와도 비교가 된다.
호주는 과거 친중 성향을 보였던 노동당이 집권했지만 그 노동당마저도 중국과의 강력한 디커플링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호주는 중국에게 99년간 임차조건으로 넘겨진 다윈항의 운영권 회수작업에도 나섰고, 지난 1일에는 홍콩반환 25주년을 맞아 중국을 강력하게 성토하기도 했다.
독일도 이미 중국에 대해 돌아섰다. 끈끈했던 경제관계가 차갑게 식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현지에서는 중국과 독일 관계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말할 정도다.
또한 15위의 미국이 지금 중국을 향해 어떠한 정책을 펴고 있는지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할까? 다행히 윤석열 정부들어 서면서 나토와의 공동보조와 함께 한미동맹 강화 등의 카드로 중국과 일정부분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깊숙이 아직도 중국과의 공동 보조, 즉 중국을 결코 홀대해서는 안된다는 기류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에 대해 “중국의 오해를 풀기 위한 후속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면서 우상호 대표는 “균형외교가 바로 국익을 택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바로 이러한 기류 때문에 한국은 그동안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해 오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중국의 영향력이 너무 깊숙이 우리 사회 전반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해서는 안되는 것인가? 안미경중(安美經中) 카드를 계속 한국의 절대적 외교 방침으로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인가? 특히 사드사태와 같은 중국의 보복이 두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국과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하는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 Why Times의 후속 정세분석에서 자세히 다뤄보려 한다. 무엇이 진짜 국익이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인지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참고로 선보양(沈伯洋) 대만민주실험실 이사장은 이번 차이나인덱스에 대해 “악의적인 중국의 영향력 행동과 가짜 정보 활동 및 그 영향에 대처하기 위해 이뤄졌다”면서 “세계에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지표를 만들었다”고 했다.
선보양 이사장은 이어 “이번 1차 조사 결과는 지난 4월 22일까지의 분석을 토대로 한 것으로 올해 연말까지 세계 80개 국가에 대한 평가 작업을 추가로 실시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