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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모스크바에 손 내밀고 키이우에선 철수…‘한국발 연료’ 17만t, 러시아 얻고 유럽 잃을 수도... 한국, 모스크바와 관계 심화... 키이우에서는 공관 인력 철수 2026-10-22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한국, 모스크바와 관계 심화... 키이우에서는 공관 인력 철수]


러시아와의 관계 관리를 강조하는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는 외교 인력을 줄이면서, 서울의 대러 외교 방향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 항구에서 출발한 연료가 제재 대상 유조선 등을 통해 러시아로 들어갔다는 보도까지 겹쳤다. 개별 거래를 정부 차원의 러시아 지원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국내법상 문제가 없다는 설명만으로 국제적 의구심까지 해소하기는 어렵다. 모스크바에서 얻으려는 경제적 실익이 유럽과의 신뢰 손상, 한국 기업의 제재 위험보다 큰지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특히 한국정부가 우크라이나와는 거리를 두면서 러시아와 관계를 밀착하는 배경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로이터는 20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북한군 포로 이송 공개를 둘러싼 갈등으로 주우크라이나 대사관 인력을 추가 철수하기로 했다”면서 “앞서 대사를 귀국시킨 데 이어 외교적 항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의 건설적 대응이 없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렇게 러시아와의 관계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는 시기에 키이우와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두 방향의 외교 행보가 대비되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공관 축소를 곧바로 친러 행보로 규정할 수는 없다. 정부는 포로와 가족의 안전을 위한 비공개 합의가 깨졌다고 주장하며, 러시아의 공습에 따른 안전 문제도 철수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주장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다. 공관철수가 다른 나라들에서도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에서는 포로 갈등, 러시아행 연료 운송 논란, 대러 경제협력 구상 뒤에 공개하지 못할 외교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추정을 제기하기도 한다. 각각의 사안에 설명이 있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서울이 우크라이나에서 멀어지는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가디언이 제기한 ‘한국발 연료’…정부는 거래 경위 조사]


이런 의구심의 중심에는 가디언의 6일 보도가 있다. 가디언은 “항만 기록과 선박 추적 자료를 분석해 7~8월 한국 항구에서 석유제품 17만6천t 이상이 선적돼 러시아 극동으로 운송됐다”면서 “경유가 대부분이었고, 운송에 참여한 유조선 7척 가운데 3척은 영국·EU 제재 대상이었는데, 한국 정부는 이후 추가 정보를 확인하고 국내 법령 위반이 드러나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한국 항구에서 출발한 연료’가 모두 한국산이며 한국 정유사가 러시아에 직접 판매했다는 뜻은 아니다. 로이터도 우크라이나 제재 담당자의 주장을 전하는 형식으로 해당 물량과 러시아 연료난 완화 효과를 보도했다. 공급자와 중개상, 최종 구매자, 실제 사용처를 규명해야 거래의 성격과 책임 범위를 판단할 수 있다.


정부는 공식 통관 통계에 대러 경유·항공유·휘발유 수출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계와 선박 이동 자료가 엇갈린다면 조사해야 할 대상이 분명해진다. 최초 신고 목적국과 최종 도착국이 달랐는지, 누가 목적지 변경을 지시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통계에 없다는 설명은 실제 운송 경위를 밝히는 조사를 대신할 수 없다.


[‘국내법상 허용’과 ‘국제적 신뢰’는 다르다]


한국내 일부 언론에서는 상업용 정제유가 한국의 대러 수출 제한 품목에 포함되지 않으며, 외국이 제재한 유조선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법상 운송이 금지되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번 거래를 곧바로 한국의 제재 위반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정책적으로 적절했다는 평가는 다르다. 한국이 제재 공조를 강조하면서 제재 선박의 항만 이용과 러시아행 운송을 충분히 점검하지 않았다면, 유럽은 한국의 관리 체계를 의심할 수 있다. 쟁점은 정부의 의도적 지원 여부만이 아니다. 제재 위험이 있는 거래를 식별하고 통제할 능력이 있었느냐는 문제이기도 하다.


[러시아에 접근하는 이유…북극항로라는 경제적 계산]


정부가 대러 관계 관리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설명한 가장 구체적인 분야는 북극항로다. 청와대는 13일 국무회의에서 북극항로 개발을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 관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안을 통과하는 항로의 안정적 운영에는 러시아 측 협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당시 정부 보고에서는 제재 대상 쇄빙선 운영사 이용 문제와 서방과의 관계도 변수로 거론됐다. 


다만 청와대는 국제규범과 제재를 준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부가 제재 이탈을 공식 선택했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 검증할 것은 관계 개선과 제재 준수를 병행하겠다는 약속이 실제 정책에서 작동하느냐다. 한반도 문제에서 러시아와의 대화 통로를 유지하거나 향후 경제협력에 대비하려는 계산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러시아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러시아를 지렛대로 활용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까지 돌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유럽에는 경제협력보다 안보 문제다]


유럽의 시각은 다르다. EU 정상들은 15~16일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압박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국이 경제적 기회를 이유로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할수록, 유럽은 그 협력이 제재 효과를 약화시키는지 따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는 제한적인 상업 거래라도 유럽에는 전쟁을 지속하는 러시아의 숨통을 넓히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다. 


북극항로도 단순한 물류 사업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로이터에 따르면 EU는 20일 새로운 북극 전략에서 러시아의 군사활동 확대 등을 배경으로 감시 역량과 해저 기반시설 보호를 강조했다. 서울이 항로의 경제성을 앞세우는 동안 유럽은 같은 공간의 안보 위험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사업의 필요성뿐 아니라 러시아의 전략적 영향력 확대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설명해야 한다. 


이런 인식 차이는 대유럽 방산·안보 협력의 정치적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 유럽 안보에 기여하는 협력국인 한국이 동시에 러시아의 제재 회피에 취약한 경로로 인식되면, 협력의 일관성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으로 방산 계약이 취소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유럽에서의 한국 입지가 심각하게 휘손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바라봐야 할 것이다. 특히 향후 협상과 의회 논의에서 한국의 신뢰성을 설명해야 할 비용이 커질 가능성은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


[한국 기업도 제재받을 수 있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특정 자산동결 대상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나 제재 회피에 관여한 비미국 기업도 제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러시아와 거래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 적용되지는 않는다. 거래 당시 상대방의 제재 상태, 지원의 성격, 적용 가능한 허가와 면제를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유럽도 제3국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EU는 15일 제재 회피 등에 관여한 개인 3명과 기업 9곳을 추가 지정했다. 아랍에미리트·인도·세이셸에 기반을 둔 해운·중개업체도 포함됐다. 이는 한국 기업의 제재가 임박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그러나 제3국 소재 기업도 구체적인 관여 행위에 따라 자산동결과 거래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선례다. 


공식 제재 이전에도 비용은 발생할 수 있다. 해외 은행·보험사·선사가 위험을 우려해 추가 서류를 요구하거나 거래를 거절하면 결제와 운송이 지연된다. 이는 이번 사건에서 확인된 피해가 아니라 예상 가능한 상업적 파장이다. 일부 거래의 불투명성이 성실하게 규정을 지켜온 다른 한국 기업의 심사 부담까지 높이지 않도록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Why Times Insight | 모스크바의 실익보다 큰 신뢰의 비용]


러시아와 외교 채널을 유지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실리외교라면 얻을 이익과 잃을 신뢰를 함께 계산해야 한다. 북극항로에서 기대하는 경제적 이익이 아직 불확실한 상황에서 유럽과의 관계에 먼저 비용이 발생한다면,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곧 대한민국의 국익 증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이 이번 문제를 바라보는 기준은 한국과 다를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국내법상 수출통제 대상인지에 주목하지만, 유럽은 해당 거래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약화시키는지 살펴본다. EU 정상들이 대러 압박 강화 의지를 재확인한 상황에서, 한국 항구를 거친 연료 운송은 서울의 제재 공조 의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유럽의 공식적인 대한국 판단으로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정부가 관리해야 할 외교적 위험이다. 


부산항을 비롯한 국내 항만의 그림자선단 출입 문제도 같은 기준에서 점검해야 한다. 쟁점은 러시아에 연료를 판매했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제재 대상 선박이 국내 항만에서 급유·수리·선용품 공급 등 운항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면, 한국이 그림자선단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거점으로 인식될 수 있다. EU는 이미 지정 선박의 역내 항만 접근과 해운 관련 서비스 제공을 제한하고 있다. 


그림자선단 문제는 외교적 평판을 넘어 항만 안전과도 연결된다. EU는 이들 선박이 해상 안전과 환경, 해저 기반시설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선박 이름이나 국적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소유·운영자, 보험의 유효성, 항적과 환적 이력까지 확인해야 한다. 부산항 전체가 제재받는다고 과장할 사안은 아니지만, 세계적 물류항이 제재 위험에 느슨한 항만으로 인식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한국 기업의 제재 가능성도 가볍게 볼 수 없다. EU는 제3국에 기반을 둔 해운·중개업체를 제재한 전례가 있고, 미국 역시 특정 제재 대상에 대한 실질적 지원에 관여한 비미국 기업을 제재할 수 있다. 물론 러시아와 거래하거나 러시아 선박에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 적용되지는 않는다. 거래 당시 상대방의 지정 상태, 제공한 서비스, 적용 가능한 허가와 면제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 국내법상 허용된다는 설명만으로 해외 제재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식 제재 이전에도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해외 은행과 보험사, 선사가 위험을 우려해 추가 자료를 요구하거나 거래를 거절하면 결제와 운송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 사건에서 이미 확인된 피해가 아니라 예상 가능한 파장이다. 일부 거래에서 발생한 의심이 성실하게 규정을 지켜온 다른 한국 기업의 심사 부담으로 번지는 상황을 예방해야 한다.


미국의 일부 제재 완화도 포괄적인 면책은 아니다. 미국이 특정 거래나 선박을 허용하더라도 EU·영국의 제한은 별도로 남을 수 있다. 실제로 로이터는 미국의 제재 선박 관련 완화 검토에도 유럽의 보험 규제가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기업은 미국의 허용 여부만 보고 유럽 금융·보험망에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대러 접근은 한국의 안보 외교와도 일관돼야 한다. 한국은 북러 군사협력의 위험성을 국제사회에 설명하고 공조를 요청하는 입장이다. 그런 한국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제한하는 노력에는 느슨하다는 인상을 준다면, 한반도 안보를 위한 연대의 설득력도 약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을 관리하면서 유럽과의 안보 협력까지 불필요하게 흔들지 않는 판단이 필요하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합법’이라는 해명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연료의 공급자·구매자·중개상과 실제 운송 경로를 규명하고, 부산항을 포함한 국내 항만의 제재 선박 심사와 서비스 제공 기준을 점검해야 한다. 모스크바와의 관계 개선에서 얻는 이익은 정부가 내세우고, 그 과정의 제재·거래 위험은 기업이 떠안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실리외교의 성패는 러시아와 얼마나 가까워졌느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기업의 신뢰를 얼마나 지켰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 정부의 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외교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 외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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