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성수기마저 사라졌다…중국 자동차 내수시장 12개월 연속 추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 육성한 자동차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는 가운데 그동안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성장을 떠받쳐 온 해외시장마저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히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까지 전기차 수출 세금환급을 축소하기로 결정하면서 자동차업체들의 수익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내수 침체와 수출 규제, 정책 지원 축소, 출혈 경쟁, 기술·품질 신뢰 문제라는 다섯 가지 압박이 동시에 몰아치면서 중국 자동차산업의 성장 모델 자체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중국 자동차시장이 전통적인 판매 성수기인 9월에도 회복하지 못하면서 승용차 판매가 12개월 연속 감소했다”면서 “중국승용차협회(CPCA)가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승용차 국내 소매판매는 161만8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8% 급감했는데, 올해 1~9월 누적 판매도 1333만4000대로 21.7%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자동차업계가 '금구은십(金九銀十)'이라 부르는 최대 성수기마저 사실상 실종된 것이다.
WSJ은 이어 “더욱 충격적인 것은 중국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해 온 신에너지차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9월 신에너지차 국내 소매판매는 약 108만 대로 전년보다 16.7% 감소했고, 휘발유차 판매는 더욱 빠르게 줄었다”면서 “그 결과 신에너지차의 시장 점유율은 사상 최고인 67%까지 높아졌는데, 전기차가 많이 팔려서라기보다는 휘발유차 판매가 더 빠르게 줄어든 결과”라고 짚었다.
WSJ은 “물론 지난해 자동차 교체 보조금에 따른 구매 수요 선반영과 올해 지원 축소, 높은 유가 등도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러나 소비심리 부진까지 겹치면서 자동차업체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면서 “중국 경제의 핵심 성장산업으로 육성된 자동차산업이 정작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 위축이라는 벽에 부딪힌 것”이라 분석했다.
[내수에서 안 팔리자 해외로…수출에 매달리는 중국차]
중국 자동차산업에서는 지금 기묘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판매는 급감하는데 수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9월 승용차 수출은 91만7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73.7% 증가했다. 전체 승용차 제조사 판매량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달했다. 특히 신에너지차 수출은 55만8000대로 163.5% 급증했다.
문제는 수출 확대가 반드시 수익성 개선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거대한 생산설비를 유지해야 하고, 국내 판매가 줄어들수록 해외시장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팔아야 한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가격경쟁이 심해지면 판매량이 늘어도 이익은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수출은 중국 자동차산업을 지탱하는 성장 동력이면서 동시에 해외시장 의존도를 높이는 새로운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유럽, 하이브리드 우회로까지 막았다…중국차 수출에 치명타]
그런데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의존해 온 유럽시장에서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 로이터통신은 9일 “중국과 EU가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출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는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면서 “EU 통상담당 집행위원 마로시 셰프초비치는 베이징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협상한 뒤 중국의 하이브리드차 수출을 조절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는데, 이로인해 4년간 수백만 대의 수입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합의가 중요한 이유는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유럽 진출 전략 자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EU가 중국산 순수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관세 부담이 적은 하이브리드차 수출을 확대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하이브리드차까지 수입 제한 대상이 된 것이다. AP통신은 13일 “EU의 연간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 한도가 35만 대 수준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올해 중국차의 유럽 수출 전망이 80만대라는 점에서 절반 이하로 대폭 줄어드는 것이어서 중국 자동차업계에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주목할 것은 유럽의 대중국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FT에 따르면, EU는 중국의 과잉생산과 보조금 정책이 유럽 제조업과 고용에 부담을 준다고 판단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더욱 강력한 무역방어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차가 유럽 현지공장을 건설해 대응할 수는 있지만, 이는 막대한 추가 투자와 비용 부담을 의미한다. 결국 자본력이 충분한 대형 업체와 그렇지 못한 중소업체 사이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마저 수출 지원 축소…중국 자동차업체들 수익성 비상]
유럽이 수입 장벽을 높이는 가운데 중국 정부도 자동차 수출 지원을 축소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12일 “중국 재정부가 2027년 4월 1일부터 신에너지차 수출에 적용되는 부가가치세 환급률을 기존 13%에서 9%로 낮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수출 과정에서 기업이 돌려받는 세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업체들의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조치”라는 것이 로이터의 설명이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정책 변화는 자동차산업의 과도한 가격경쟁을 억제하고 무역마찰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상황이 복잡하다. 국내에서는 자동차가 팔리지 않고 해외에서는 수입 규제가 강화되는데, 수출을 지원하던 세금 혜택까지 줄어드는 것이다. 결국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더 많이 수출하면서도 이익을 확보하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마지막 시험대는 기술과 품질…중국차의 또 다른 약점]
가격경쟁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중국 자동차업체들에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기술과 품질에 대한 신뢰다. 최근 화웨이와 장화이자동차(江淮汽车, JAC)가 공동 개발한 고급차 쭌제 V800의 브레이크 페달 파손 논란은 이런 문제를 다시 부각시켰다. 공개된 긴급제동 시험에서 차량 3대의 페달 지지대가 파손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기본적인 안전성 검증과 품질관리 문제가 논란이 됐다.
물론 특정 차량의 안전성 논란을 중국 자동차산업 전체의 기술력 부족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중국 업체들은 배터리와 전동화 기술, 생산비용 등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시장에서 가격을 낮추기 어려워지고 현지생산 부담까지 커진다면 앞으로는 품질과 안전성, 브랜드 신뢰가 더욱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넘어 세계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선택받을 수 있는지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Why Times Insight | 시진핑 자동차 굴기의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다]
중국 자동차산업이 직면한 다섯 가지 위기는 서로 독립된 악재가 아니다. 내수 판매가 줄어들자 업체들은 수출을 확대했고, 수출이 급증하자 유럽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규제를 강화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세금환급까지 축소하면서 기업들의 수익성은 새로운 압박을 받게 됐다. 중국 자동차산업을 지탱해 온 대량생산과 수출 확대라는 성장 공식이 근본적인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첫째, 중국 자동차산업은 이제 생산을 줄이기도, 계속 늘리기도 어려운 구조적 함정에 빠지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지방정부의 세수와 고용, 부품업체, 금융기관까지 연결된 거대한 산업생태계다. 생산을 줄이면 지역경제에 충격이 발생하고, 생산을 유지하면 공급과잉과 가격경쟁이 지속될 수 있다. 시진핑 체제가 육성한 자동차산업의 규모 자체가 구조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해외시장으로 문제를 해결하던 방식도 한계에 직면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중국 자동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현지생산 확대라는 대응책을 갖고 있지만 모든 기업이 해외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국 자동차산업에서는 대형 업체 중심의 산업 재편과 중소업체들의 구조조정 압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셋째, 앞으로 중국 자동차산업의 생존을 결정할 것은 판매량보다 수익성과 품질이다. 중국 업체들이 세계 최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는 사실만으로 장기적인 경쟁력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국가 지원과 저가 경쟁에 의존하지 않고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 품질과 안전성으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자동차산업에도 기회이자 위협이다. 유럽의 중국차 수입 제한은 한국 업체들에 유리한 경쟁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반면 유럽에서 판매 확대가 어려워진 중국 업체들이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중동 등으로 수출을 집중하면 한국 자동차업체들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결국 시진핑의 자동차 굴기가 직면한 진짜 위기는 중국차가 얼마나 많이 팔리느냐가 아니다. 국가 지원과 가격경쟁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동차업체가 과연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다. 중국 자동차산업의 본격적인 생존 경쟁은 이제 시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