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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터키의 배신, 왜? - 러시아-중국-이란과 손잡고 미국에 대적하는 터키 - 에르도안의 막장정치와 철권통치가 터키의 쇠락 원인 - 에르도안의 터키, 美와 EU 직면할 듯 강력한 제재
  • 기사등록 2021-03-29 12:53:15
  • 수정 2021-03-29 20: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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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중국과 손 잡은 터키 에르도안]


터키의 에르도안 정부가 미국 등의 민주주의 연대를 떠나 중국과 러시아와 결탁의 강도를 높여 가면서 또다른 위협요소로 부각하고 있다.


심지어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대신해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을 공개 저격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테러를 비난하며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부른 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일(unacceptable)이다. 대통령답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푸틴은 적극 옹호한 반면 바이든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푸틴에 대해선 "현명하고 우아하게 대응했다"고 칭찬했다.


2014년 집권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그동안 친러 행보를 보여오기는 했지만 최근들어 중국과도 급속하게 밀착하면서 미국과 EU동맹국들의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터키가 러시아에 대항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화상 정상회의에서 "터키의 민주주의 후퇴,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가 우려스럽다"면서 중국, 러시아와 함께 터키를 사실상 '공동의 위협'으로 지목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과 '대서양 동맹' 복원에 나선 상황에서 터키가 ‘트로이의 목마’처럼 ‘대서양동맹’ 복원에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러시아와 깊은 밀착 관계를 유지해 오던 터키의 에르도안 정권은 이젠 중국과도 대놓고 밀월을 과시하기에 이르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중국산 코로나 백신을 도입해 오더니 지난 14일(현지시간)에는 수도 앙카라의 시립병원에서 중국 제약사 시노백이 만든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그리고 25일(현지시간)에는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터키를 방문해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양국관계를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터키는 왜 이렇게 러시아-중국과 밀착하는 것일까?]


터키는 냉전 시절 미국의 동맹국으로 소련을 견제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나라다. 여기에 NATO의 동맹국으로 형식적으로는 유럽국가들의 대 러시아 견제에 한 편이다. 그런데도 터키는 실질적으로는 러시아의 완전한 우방으로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중국과도 깊은 유대를 맺었다.


그렇다면 터키는 왜 이렇게 변절한 국가가 된 것일까?


이를 알려면 우선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통점을 보면 된다. 바로 모두 ‘스트롱맨(철권통치자)’이라는 점이다.


에르도안은 지난 2003년 총리로 출발해 지금까지 18년동안 터키를 통치하고 있다. 그래서 에르도안을 '21세기 술탄'으로 부르기도 한다.


에르도안은 터키 공화국 설립 이후 94년간 유지한 내각제를 무너뜨리고 제왕적 대통령제로 바꿨다. 대통령이 의회 해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들어 의회를 무력화했고, 고위 법관 임면권도 대통령이 갖게 돼 사법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됐다. 대통령 임기도 최장 2033년까지 가능하다. 철권통치자로서 사실상의 종신집권 토대를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철권통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무소불위의 통치방식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간)에는 2016년 쿠데타 시도와 관련해 터키 경찰과 보안군이 전국 53개 주(州)에서 체포 작전을 벌여 전·현직 군인 203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한 페토(FETO·펫훌라흐 귈렌 테러 조직의 약자)와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페토는 재미 이슬람학자인 귈렌을 따르는 집단으로 터키 정부는 2016년 쿠데타 이후 귈렌을 배후로 지목하고 미국에 신병 인도를 요구해왔지만, 미국은 귈렌이 쿠데타의 배후라는 증거가 없다며 터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중앙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올렸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경질했다. 그 충격에 터키 리라화가 가치가 장중 17% 급락,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기도 했다. 그가 이런 식으로 지난 2년간 갈아치운 외환 당국 수장만 3명이다.


지난 20일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국제협약인 ‘이스탄불 협정’에서 갑작스레 탈퇴했다.


이스탄불 협정은 여성을 살해하거나 때린 사람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무를 명시하고 있어, 여성 폭력 방지를 위해 구속력을 가진 첫 번째 국제 조약으로 꼽힌다. 유럽을 중심으로 45국이 참여하고 있는 이 협약은 지난 2011년 이스탄불에서 터키가 맨 처음 가입 서명을 하면서 이스탄불 협정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스탄불 협정에서 터키는 맨 먼저 탈퇴를 해 버린 것이다. 이유는 핵심 지지층인 이슬람 강경파가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에르도안이 이끄는 집권당인 정의개발당과 이슬람 보수 세력은 이스탄불 협정이 이혼을 조장해 터키의 전통적인 가정상을 훼손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렇게 터키가 이스탄불협약을 탈퇴하자 이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여성 권익 운동을 상징하는 보라색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여성 단체들은 “에르도안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여성의 권리를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꿈쩍도 않고 있다.

에르도안의 막무가내식 통치는 미국의 전략에 전면 맞서는 방식으로도 표출되고 있다.


이스탄불 협정에서 탈퇴한 20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르드 민병대가 주둔하고 있는 시리아 북부 공습 명령을 내렸다. 터키의 시리아 북부 공습은 약 17개월 만이다.


문제는 쿠르드 민병대가 서방과 함께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해 미국이 동맹으로 간주하는 세력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에르도안은 쿠르드족이 터키 내 분리·독립을 원한다는 이유로 테러 세력으로 규정하고 쿠르드족을 자주 공격하고 있어 서방의 비난을 받고 있다.


에르도안의 이러한 막장통치는 지난 2017년의 개헌으로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을 이미 닦아 놓은데다가 핵심 지지층인 이슬람 강경파가 원하는 대로 모든 정책을 끌고 가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연히 反美성향이 강하다.


현재 상황에서는 에르도안이 장기집권으로 가려면 이들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민의 99%인 무슬림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르도안은 정교분리의 원칙도 깨고 사실상의 이슬람 국가로 재편해 버렸다. 공공기관에서 히잡(이슬람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기 위해서 쓰는 두건)을 착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학교에서 이슬람 교육을 강화한 정책이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자유민주주의 연대를 추구하는 미국이 자신의 장기집권 성향과는 맞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과 어깃장을 계속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미국의 적을 오히려 친구로 삼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에르도안의 변신, 그리고 배신]


에르도안이 처음부터 이러한 철권통치를 한 것은 아니다. 한때 터키의 '경제 총리', '무슬림 민주주의'를 꽃피운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정치인인 에르도안은 가난한 가정환경 탓에 10대 시절부터 거리에서 음료와 빵을 팔아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정치적 야심이 있었던 에르도안은 대학 시절 네지메틴 에르바칸(터키 초대 총리)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의 세계에 입문했다. 그러다가 1994년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돼 일자리 확대, 시 재정난 해소 등의 성과를 내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2001년 경제학자 출신인 압둘라 귤과 함께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온건한 이슬람 정당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장기 집권 중인 정의개발당(AKP)이다. AKP는 이듬해 선거를 휩쓸었고 에르도안은 2003년 총리에 취임해 터키 실권자의 자리에 올랐다.


처음 집권때는 터키의 국내총생산(GDP)을 10년간 3배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도 성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았다. 그래서 '경제 총리'라는 호칭을 받기도 했다.


국제적으로도 에르도안은 상당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시리아 내전, 이란 핵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외교적 영향력도 확대해 갔다.


이런 이유로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직후 브루킹스연구소가 진행한 조사에선 아랍인이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로 뽑히기도 했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터키 최초로 3연임 총리가 됐다.


그러나 이렇게 권력에 맛을 들이고 권력에 취하다보면 그때부터 초심도 사라지고 권력의 질도 변하기 시작한다. 에르도안이 3연임 총리가 되면서 장기집권을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서서히 언론을 장악하고 치밀하게 정적을 숙청하기 시작했다. 당내의 온건파도 축출하고 정치적 동지였던 재미 이슬람 학자 펫훌라흐 귈렌과도 결별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장기집권의 길에서 조금이라도 방해가 될 듯한 인물들을 아예 몰아냈다는 의미다.


총리 4연임이 헌법상 불가능하자 에르도안은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제로 바꿔 출마해 당선됐다. 그것이 2014년의 일이다.


이렇게 대통령이 된 에르도안은 그때부터 본색을 드러냈다. 여의도보다 큰 부지에 건물은 금과 최고급 건축 자재로 꾸민 초호화 대통령궁을 만들었다. 그래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황금 욕심이 무색할 정도"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다가 2016년 에르도안의 철권통치에 반발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에르도안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헌법 개정에 시동을 걸었다. 위기를 종신 집권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결국 2017년 개헌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제왕적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에르도안은 이젠 거칠 것이 없었다. 국내적으로는 이슬람주의를 내세우며 독재체제를 공고히 했다.


에르도안이 대내적으로 내세우는 정책은 오스만튀르크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신 오스만주의'이다. 이는 사실상 시진핑의 ‘중국몽’, 그리고 중국의 애국주의와 너무나도 유사하다.


당연히 이러한 정책들이 미국의 방향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에르도안의 통치방식이나 이념 자체가 중국이나 러시아와 너무나도 상통했다. 그래서 아예 중국과 러시아와 손을 잡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에르도안은 미국과 적대적 관계인 이란과도 우방의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터키의 미래 어떻게 될까?]


문제는 터키가 러시아와 맞서는 NATO 회원국이라는 점이다. 터키는 이미 '러시아의 사드'로 불리는 지대공 미사일 S-400을 들여왔다. 미국은 NATO 회원국인 터키가 S-400을 쓸 경우 미국을 비롯한 NATO의 군사정보가 러시아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면서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터키가 이를 강행하자 당시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결국 관련 인사들을 제재하기에 이르렀다.


바이든 정부의 미국은 더욱 더 터키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바이든 취임 이후 아직 전화 통화도 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이제는 러시아-중국과 같은 레벨의 위협국으로 지목됐다.


이 시점에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터키를 유럽연합(EU) 화상 정상회의에서 "터키의 민주주의 후퇴,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가 우려스럽다"면서 중국, 러시아와 함께 터키를 사실상 '공동의 위협'으로 지목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터키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될 것임을 암시한다. NATO 회원국에서의 터키 배제 문제와 함께 경제 제재도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안해도 터키 경제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터키의 화폐인 ‘리라’가 최근들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없는 통화’로 기네스북에 단골로 등재될 정도로 형편없이 추락했다.


지난 2018년에는 화폐가치 폭락으로 통화위기까지 일었다. 화폐가치가 널뛰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면서 리라는 아예 불량화폐 취급을 받기에 이르렀다. 외채는 많고 외화보유액은 빈약한 탓에 자연스레 돈도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경제가 이러다보니 지난 2019년 터키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의 시장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하면서 에르도안은 타격을 입었다. 이미 터키인들의 불만이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는 신호다.


이러한 국민적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에르도안은 10여 년 전부터 EU(유럽연합)에 가입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고 있지만 EU가 터키를 받아줄리 만무하다. 이미 중국과의 전쟁을 선포한 EU가 터키의 요구를 받아줄리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터키 제재 요구도 한몫할 것이다.


이에 대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터키가 (EU 회원국인) 그리스와 충돌하는 등 공격적인 대외 정책을 유지하면서 EU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우리의 형제국이라 말하는 터키가 한 독재자의 막장통치로 한없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 그 독재자 때문에 터키의 경제도 무너지고 국격도 하염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나 러시아와 친구가 되는 나라들의 미래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에르도안이 권좌에 있는 한 터키의 미래도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터키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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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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