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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1) - 2017년 한반도에 최대의 전쟁 위기, 구체적으로 서술 충격 - 트럼프와 김정은간 친서 27통 내용도 공개 - 김정은의 미북협상 전략, 적나라하게 드러나
  • 기사등록 2020-09-14 13:28:19
  • 수정 2020-09-15 08: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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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작 ‘격노(Rage)’가 격한 화제를 끌고 있다.[사진=CNN]


[우드워드 신간 '격노'와 트럼프-김정은]


15일(현지시간) 공개되는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작 ‘격노(Rage)’가 격한 화제를 끌고 있다.


이 책이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한반도와 관련된 그야말로 초미의 관심사들이 서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드워드는 지난해 12월 5일 인터뷰를 시작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18차례 인터뷰해 이 책을 펴냈다.


밥 우드워드의 신작 ‘격노(Rage)’에 나온 주요한 내용들은 ‘2017년 전쟁 위기’로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에 오고간 친서 내용’, ‘김정은의 외교술과 김정은에 대한 평가, ’주한미군에 관한 트럼프와 김정은의 생각‘, ’CIA코리아센터 관련‘ 등 다양하다.


[1. 2017년 전쟁 위기]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2017년의 한반도 위기와 관련한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밥 우드워드와의 지난해 12월 5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하는 등 미북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2017년 상황을 회고하며 "(북한과의 전쟁 위기가) 그 누가 아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 갔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위기 상황을 김정은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도 미국과의 전쟁을 예견하면서 완전하게 준비했었다“면서 ”자신이 김정은과 접촉한 덕택에 북한과의 전쟁 위기를 여러차례 피해갈 수 있었다“는 말도 했다.


우드워드는 그의 책에서 미·북 긴장이 고조된 2017년 미국이 북한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작전계획 5027을 검토했으며 여기에는 핵무기 80개의 사용 가능성도 포함되었다고 적었다. 남북한 전면전 상황에 대비한 한·미 연합사의 계획인 작계 5027이 검토되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것이지만 여기에 핵무기 80개 사용까지 포함돼 있다는 것은 처음 알려진 내용이다.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제임스 매티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런 전쟁을 위한 계획은 준비돼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미 전략사령부는 북한의 정권 교체를 위한 작전계획 5027을 구체적으로 검토했고, 더불어 “(북한) 지도부 타격을 위한 작전계획 5015도 업데이트돼 있었다”고 했다.


또한 이 당시 매티스 장관은 군과 국가안보팀이 보안 통신선으로 하는 긴급회의인 최고위 기밀 콘퍼런스를 통해 6번 정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실시간 모니터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동과 은폐가 가능한 이동식 발사 차량에 수십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는 북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에게 미국을 향하는 어떤 북한 미사일도 요격할 권한을 줬다는 점이다.


이런 내용도 있다. 2017년 7월 4일, 김정은이 직접 참관한 가운데 평안북도 구성의 방현비행장 근처에서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 화성-14형이 발사되자 당시 빈센트 브룩스 한·미 연합사령관은 매티스 국방장관 승인을 받아, 다음 날 곧바로 남북 접경과 맞닿은 동해안에서 시위와 경고 목적의 작전에 나섰다.


미군은 전술미사일을 발사했는데 186마일(약 299.33㎞)을 날아가 동해에 떨어졌다. 이 거리는 “미국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점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는 사진이 찍힌 텐트까지의 정확한 거리였다”


당시 미8군이 동해에서 에이태킴스(ATACMS)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김정은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를 계산해서 발사했다는 것은 처음 알려졌다.


우드워드는 미군이 에이태킴스 미사일의 방향만 서북쪽으로 바꿔 발사하면 정확하게 김정은을 맞힐 수 있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그 의미는 분명할 것이다. 김정은은 자신의 개인적 안전을 우려할 필요가 있었다”고 썼다.


또한 2017년 8월 29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넘어 태평양에 떨어졌을 때도 당시 매티스 장관은 북한에 확실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북한의 항구를 실제 폭격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전면전을 우려해 그만뒀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2017년 9월 4일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했을 때도 미국은 9월 23일 전략폭격기 B-1B와 F-15C 전투기 등 20여대를 동해 북방한계선(NLL) 너머로 보내 무력 시위를 했다.


그러면서 이 책은 만약 북한이 ICBM을 쏘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는 엄청나게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해두겠다. 누구도 이전에 겪지 못한 크고 큰 문제”라고 했다면서 이 부분을 마무리했다.


[2.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에 오고간 친서 내용]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에 오간 27통의 친서를 분석해 이 책에 담았다. 이 친서는 ‘일급비밀’이라면서 건네주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열람할 수 있게만 했고 우드워드는 이 친서내용을 구술해 녹음기에 담아 이번 책 내용에 포함시켰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의 내용이다. 그 친서 내용을 보면 소위 ‘최고존엄’인 김정은이 스스로를 낮추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한껏 치켜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환심을 사기 위한 표현도 자주 나온다. 이 친서 내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도 충분히 마음이 움직일 수 밖에 없겠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평소에 보이던 김정은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각하처럼 영향력 있고 뛰어난 정치가와 좋은 관계를 맺게 돼 기쁘다." (2018년 7월30일)


“전 세계가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가운데 아름답고 성스러운 장소에서 각하의 손을 굳게 잡은 그 역사적 순간(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2018년 12월25일, 이 친서에서는 ‘각하(Your excellency)’란 표현을 9번이나 쓰고 있다.)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저와 각하의 또 다른 역사적 만남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전 세계가 다시 한번 보게 될 것이다. (2차 미북 정상회담 성과를 위해) 각하께서 다시 한 번 위대한 결단력과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2018년 12월25일)


"며칠 앞으로 다가온 당신의 생일(6월 14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 편지를 쓴다. 103일 전 하노이에서 나눈 순간순간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 영광의 순간이다. 나는 우리 사이의 깊고 특별한 우정이 미북 관계를 이끄는 마법의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2019년 6월10일)


우드워드의 책에 공개된 내용을 보면 한마디로 김정은의 사람 다루는 방식을 알 수 있다. 기분파인 트럼프를 어떻게 공략하는 것이 좋은지를 김정은이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은 미국과 만나 비핵화를 논의해야 함에도 정작 ‘새로운 제안’을 내기 보다는 ‘브로맨스’를 더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여 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쉽게 표현하자면 트럼프를 잘 구워삶아서 실질적 비핵화 조치없이 대북제재 해제를 이끌어 내려 했던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의 친서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 같은 훌륭한 분과 관계를 맺어 영광스럽다"는 미사여구가 대부분의 편지에 반복적으로 나온다. 여기에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말하면서 '판타지 영화' '마법의 힘' '환상적인 순간' 등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포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표현은 그동안 북한 외무성이 미국을 겨냥해 쏟아내던 원색적인 비판이나 험담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다.


심지어 하노이 노딜로 치욕적인 굴욕을 겪었으면서도 트럼프에게 보낸 편지에선 ‘영광의 순간’이라고 아첨을 한 것이다.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각하를 존경하는 마음은 절대 변치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친서엔 ‘각하’란 표현이 7번 들어있다.


이런 김정은의 친서를 보고 나면 트럼프 대통령이 왜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는 말을 했는지 이해가 간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을 판문점에서 만나기 직전인 2019년 6월 김정은에게 보낸 서한에서 “당신과 나는 독특한 스타일과 특별한 우정을 갖고 있다”고 했고, 그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후 김정은에게 보낸 편지에선 두 사람의 사진이 실린 뉴욕타임스 1면 사본을 첨부해 보내면서 “당신과 함께한 것은 정말 놀라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케미(호흡)’에 대해 “당신이 여자를 만난다면 1초 만에 일이 진행될지 아닐지 알 수 있다. 10분, 6주가 아니다. 1초도 안 걸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이렇게 비핵화에 관련된 실질적 행동없이 오직 트럼프 대통령을 구슬려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 했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실무자들이 끼기만 하면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아마도 김정은은 북한의 관계자들에게 ”비핵화와 관련한 실질적 조치 없이도 대북제재 해제가 가능하다“고 장담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보여진다.


그래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미북정상회담 후인 7월 후속 협의를 위해 평양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을 때도 문제가 생긴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한반도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구체적으로 추진하려 했지만 북한은 종전선언부터 하자고 우기는 바람에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북한을 떠나야 했다.


그러자 김정은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각하처럼 걸출한 정치가와 좋은 관계를 맺게 돼 기쁘지만 고대했던 '종전선언'이 빠진 것엔 유감"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어르고 달래려 했다.


그 친서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김정은에게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원칙이 흔들리지 않자 김정은은 그해 9월 다시 친서를 보내 "우리는 단계적 방식으로, 한 번에 하나씩 의미있는 절차를 밟아가고 싶다"고 한 뒤 "위성발사구역, 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된 시설이나 핵무기시설의 완전한 폐쇄, 핵물질 생산시설의 돌이킬 수 없는 폐쇄"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버티니까 김정은도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런 뒤 김정은의 제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2차 미북정상회담이 하노이에서 열리게 된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도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좋은 관계’, 곧 브로맨스를 통해 적당하게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영변 핵시설 폐쇄를 제시한 북한에 대해 추가 조치를 요구하면서 회담이 결렬됐다. 김정은은 분명히 트럼프 대통령과 오고간 친서를 생각하며 2차 회담에서 확실한 해결을 자신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원칙적인 대응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이렇게 ‘노딜’로 끝난 2차 정상회담 이후에도 김정은은 대내적으로 자력갱생의 자신감을 과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겐 다시 친서를 보내 변함없는 '비밀 구애 작전'을 펼쳤다. 지난해 6월 10일에 보낸 친서에서는 "103일전 하노이에서 나눈 모든 순간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은 영광의 순간이었다"며 "그런 소중한 기억은 우리가 미래 어느 날 다시 서로를 향해 걸어갈 때 내가 발걸음을 내디딜 추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이어 "당신을 향한 나의 존경심은 확고하다. 우리가 다시 마주 앉을 날이 조만간 올 것으로 믿는다"며 3차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친서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후인 12일 친서를 보내 "당신과 나는 독특한 스타일과 특별한 우정을 갖고 있다. 오직 당신과 나만이 협력해 두 나라 간 문제를 해결하고 70년의 적대를 끝낼 수 있다"며 "이는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29일 오전 트윗으로 비무장지대(DMZ) 회동을 제안했고, 김정은이 이를 수락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을 마친 후 곧바로 김정은에게 "오늘 당신과 함께 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며 "당신 나라의 잠재력은 정말 무한하다. 우리가 계속 함께 협력하면 믿을 수 없는 번영이 당신과 주민을 기다린다고 확신한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


연이어 7월 2일 트럼프는 22장의 사진과 함께 "당신의 국가로 가로질러 넘어가고, 중요한 논의를 재개해 영광이었다"며 "나는 당신과 주민을 위한 엄청난 번영으로 이어지고, 당신의 핵 부담을 없앨 큰 합의를 타결할 능력에 엄청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원래 정상간 오고간 친서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김정은같이 절대적, 신비적 권위주의를 추구하는 북한의 통치자인 김정은이 평상시 북한 주민들에게 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로 자신들이 ”미제국주의자‘로 부르면서 ’타도대상‘으로 삼았던 미국의 대통령에게 누가봐도 아부성이 가득한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는 것이 북한 주민에게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이는 심각한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아무리 통제한다해도 우드워드의 책에서 나오는 김정은의 친서가 북한에 알려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렇다고 이 친서 내용이 공개되었다고 미국에 항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분명한 것은 김정은의 속셈이 이번 친서로 다 드러났다는 점이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조치는 최소화하면서 정상간 담판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김정은의 속셈이 다 노출된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은 미국과의 실무회담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인 것이고, 실무회담을 정작 열어 봤자 아무런 소득없이 끝나게 된 것이다. 이는 북한의 외교전략의 한계를 보여준다. 김정은 혼자만이 모든 것을 다 결정하고 판단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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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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