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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화웨이의 몰락, 중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 ‘중국의 자존심’ 화웨이 무너지면 중국 경제에도 충격파 - 美, 중국 IT산업 숨통 조이는 추가제재도 들어간다 - 美대선에서 바이든 당선되도 중국향한 제재는 지속될 듯
  • 기사등록 2020-09-07 14:13:32
  • 수정 2020-09-07 18: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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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사실상 퇴출 위기에 빠졌다. 이로인해 중국 경제에 어떠한 타격을 입힐지 주목된다. [사진=Why Times]


[사실상 퇴출되는 ‘중국의 자존심’ 화웨이]


'중국 기술 굴기의 상징'이며 ‘중국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화웨이(華爲, HUAWEI)가 몰락하고 있다. ‘중국의 삼성’이라 할 수 있는 화웨이의 몰락은 중국 경제에도 엄청난 충격파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화웨이가 이렇게 몰락의 길로 들어 선 이유는 바로 미국의 제재 때문이다. 9월 1일 미국 상무부가 공고한 바에 따르면, 9월 15일부터 미국 기술이 조금이라도 활용된 반도체 제조사가 화웨이와 원칙적으로 거래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화웨이는 결국 모든 반도체 부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됐다.


당분간 당장 비축한 대량의 반도체 부품 재고로 버틸 계획이지만 재고가 바닥나면 화웨이는 반도체 부품을 사실상 전혀 구할 수 없게 되면서 당장 문을 닫아야 될 상황이 되었다.


이미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는 가장 먼저 퀄컴, 인텔, 브로드컴, 구글 등 미국 회사들과 거래가 막혔다. 그러자 화웨이가 지난 5월 독자 설계한 반도체를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통해 생산하려 하자 미국은 TSMC와 거래를 금지하는 새 제재안을 내놓아 우회 생산 경로까지 차단해 버렸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SMIC(中芯國際, 중신궈지, 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dustry Corporation)를 대만 TSMC의 대체 회사로 만들려 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직접 국고 펀드로부터 22억 5000만 달러(약 2조8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SMIC 키우기에 중국 정부가 올인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화웨이에 반도체 부품을 댈 수도 있지만 우선 SMIC의 기술력은 최첨단 제품을 만드는 화웨이가 필요한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만약 SMIC가 화웨이의 파운드리 업체가 된다면 미국은 SMIC도 제재 리스트에 넣을 것이다. 상무부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미국 반도체 공급업체가 SMIC에 부품을 수출할 때마다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다.


SMIC는 현재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미세 공정이 가능한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데, 모자란 기술력을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칩셋·모뎀칩을 통해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아예 이마저도 제재 대상에 넣어 화웨이가 구명줄을 잡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복안이다.


결국 9월부터 미국이 강력하게 시행하는 제재 때문에 화웨이는 사실상 모든 반도체를 구할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화웨이는 스마트폰, 랩톱, 태블릿PC, 스마트TV, 이동통신 기지국, 서버 등 모든 주력 제품에 들어가는 필수적 반도체 부품을 구입할 수가 없어서 사실상 모든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된다.


▲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추이 [그래픽=Why Times]


당장 반도체업계에서는 화웨이의 몰락이 본격화되면서 “화웨이가 비축한 칩셋을 다 사용할 때쯤인 2021년에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4.3% 수준까지 폭락할 것"이라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6일 내놓은 자체보고서 내용이 그렇다.


화웨이는 지난해에 스마트폰 점유율 17%로 애플을 제치고 2위로 올랐으나 올해는 1.9%p하락한 15.1%(1억 9000만대)였다. 그런데 내년에는 반도체 재고가 소진되면서 10%p 넘게 추락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미국, 중국 IT산업 숨통 조이는 추가제재도 들어간다]


지난 8월 26일부터 28일까지 중국 장쑤성 난징에서 열린 ‘2020 세계반도체대회’ 행사에서는 중국 반도체업자들의 긴 한숨 소리가 이어졌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중국 최대 컴퓨터 제조사인 레노버의 벤처투자 자회사인 레전드캐피탈(Legend Capital·君聯資本)의 거신위(葛新宇) 전무이사는 “(화웨이에 이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추가 제재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면서 “만일 미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 등 중국의 핵심 분야에 대해 추가 공격을 한다면 매우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이 우려 그대로 미국은 중국 반도체 시장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똘똘한 한 놈’인 화웨이만 집중적으로 패 왔다면 이젠 그 대상을 “소프트웨어, 레이저, 센서를 비롯한 반도체 생산 장비 수출까지 대폭 넓혀 중국의 IT 산업 굴기를 아예 뭉개 버리겠다”는 것이 미국의 복안이다.


이미 상무부는 지난 달 26일 “수출 과정에서 더 통제가 필요한 기초기술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 대중의 의견을 받고 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미국이 이렇게 IT산업 전반으로 규제 폭을 넓히게 되면 중국은 그야말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자신을 방어하기엔 아직 취약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한마디로 미국에 비해 최소 20년 정도는 뒤쳐져 있다는 것이 중국 업계의 평가이다.


단적인 예로 중국의 자존심이라 말하는 화웨이도 반도체를 설계할 때 아직도 미국 원천기술을 활용한다. 그런데 미국 정부의 제재 가운데 하나로 지난 5월 발표한 ‘미국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EDA)를 쓰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치가 내려졌으니 화웨이는 한마디로 꼼짝하기도 힘들게 된 것이다.


“중국의 글로벌 EDA 시장점유율은 0.6%에 불과하다”는 베이징 컨설팅업체 CCID의 보고서도 최근 나왔다.


화웨이는 결국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고 강조해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치린(麒麟·기린)’의 차세대 모델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高 퀄리티의 AP를 화웨이가 수급하지 못한다면 스마트폰 경쟁력은 지금의 중국 2류업체들도 따라갈 수 없게 된다. 여기에 바룽(巴龍)5000 5G 모뎀 칩세트 등도 생산할 수 없다.


문제는 치린과 바룽이 화웨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5G 통신시설에 들어가는 최신 반도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5G 통신망, 서버 등에 들어가는 프로세서 역시 공급망 붕괴가 뻔하다.


화웨이가 이 수준이니 다른 중국 기업체들 또한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5나노 공정까지 준비하는 TSMC와 삼성전자에 비하면 엄청난 기술격차를 절감할 수밖에 없다.


베이징 컨설팅업체 CCID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EDA) 시장 규모는 102억5000만달러(약 12조2000억원)인데,. 이 시장을 미국의 3대 업체인 시놉시스(점유율 32.9%), 케이든스(22.9%), 멘토(10.2%) 등이 66%를 지배하는 과점체제다. 우리 삼성전자도 미국 회사의 EDA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중국의 85% 이상 시장을 미국의 EDA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니 미국이 화웨이의 급소를 누른 것이고 다른 반도체 업체 역시 화웨이 다음의 제재를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외에도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반도체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기술기업인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현주소를 극명히 보여준다. 이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그러면서도 큰 소리쳐 왔던 것이다.


물론 중국에 대한 이러한 제재는 미국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파이낸셜 타임즈(FT)에 따르면 엔비디아, 텍사스인스트루먼트, 퀄컴, 인텔, 브로드컴 등 5개 미국 반도체 기업 매출의 25%~50%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 말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미국 기업체에 직접적인 손실을 가져오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정부가 화웨이 고사 작전을 펼치는 것은 “중국이 미국을 넘보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미래적 의지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화웨이와 억압적인 중국 공산당에 직접적인 타격을 날렸다”고 대놓고 말한 것이다.


[무너지는 중국 반도체 산업]


미·중 갈등으로 미국산 반도체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리스크가 커지면서 중국의 반도체 산업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메카인 우한에 약 200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공장 착공 2년만에 공사를 중단했다. 이 반도체 공장은 ‘우한홍신반도체제조(HSMC)’의 소유다.


HSMC는 중국 최초로 7나노미터 공정 양산을 성공해 삼성을 따라잡겠다면서 우한시 중대 프로젝트로 지정된 이 회사는 2017년 11월 설립당시 1280억 위안(약 22조26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었다.


이 업체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7㎚급 공정에 쓰이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도입해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금난 끝에 이 장비도 지금은 현지의 한 은행에 압류된 상태다.


이에 대해 대만 중앙통신사는 "우한시 정부의 중점 프로젝트인 HSMC가 문제를 만난 것은 중국이 힘을 다해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켜 2025년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고자 함에도 전체적인 산업 발전 과정에서 여전히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파운드리’와 청두시가 세운 1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제조공장도 지난 2년간 제대로 운영되지 않다가 올해 초에는 완전히 가동을 중단했다.


또한 ‘타코마 난징 반도체기술’은 약 28억 달러나 되는 정부 지원을 받아 출범했지만, 투자자를 끌어 모으지 못하면서 지난 7월 파산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자 감세 혜택 등을 도입하면서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려 하고 있으나 여전히 중국의 핵심기술 및 부품 공급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서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화웨이 제재,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휘청거리자 중국 경제 역시 적신호가 들어왔다. 중국은 최근 코로나19 이전으로 빠르게 경기회복을 이어 갔지만 미국의 중국 IT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달 31일 중국의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 그렇다.


당장 화웨이가 휘청거리면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도 불리는 광둥(廣東)성 선전시의 경제가 1차적 타격을 받고 있다. 선전시는 중국의 개혁·개방 1번지이자 첨단기술의 허브다.


이 선전시에는 화웨이와 중국 최대 IT(정보통신) 기업인 텐센트(騰迅·텅쉰)를 비롯해 대형 통신장비업체인 ZTE(중싱),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인 DJI(다장),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 등이 본사를 두고 있다.


그런데 SCMP는 선전에 있는 당대사회관찰연구소의 류카이밍(劉開明)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에 화웨이를 대신해 중국의 기술과 세계화를 이끌만한 다른 기업은 없다"고 단적으로 말했다. 결국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견딜 수 없다면 다른 중국 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다는 이야기다.


현재 선전시의 국내총생산(GDP)은 3900억달러(약 465조원)로, 광저우와 주하이의 GDP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이 정도면 홍콩보다 더 크다. 그런데 이 선전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기준 선전시 GDP의 7%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이것도 화웨이 회사에 대한 것이고 화웨이와 관련이 있는 서비스 부문까지 포함하면 화웨이가 선전시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진다.


정말 큰 문제는 화웨이가 갖는 중국내 상징성이다. 지난 달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화웨이는 '중국 경제 발전의 상징'”이라면서 “화웨이가 흔들리면 선전 경제뿐 아니라 중국의 기술력과 경제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국 제조업체들을 추적하는 선전 당대사회관찰연구소의 류카이밍(劉開明) 소장은 "중국에서 화웨이를 대신해 중국의 기술과 세계화를 주도할 다른 기업은 없다"면서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견디지 못한다면 누가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광둥성 산하 싱크탱크인 광둥성 체제개혁연구회의 펑펑(彭鵬) 부회장도 "화웨이 제재가 중국 전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는 전 세계 중국 기업들이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펑 부회장은 "충격의 강도를 예측하는 것은 아직 어렵다"면서 "화웨이 문제가 중국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단언했다.


물론 중국이 화웨이가 그냥 무너지도록 가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 외교 사령탑인 양제츠가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삼성과 SK에 대해 ‘화웨이 살리기’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 방한의 대가로 말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국이 즉각적 대응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삼성과 SK의 앞날을 우리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번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조치는 설사 11월의 대선에서 바이든이 당선된다 하더라도 바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도 중국 당국은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의 당선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겠지만 이미 미국의 대세는 反 중국쪽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뒤엎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중국 공산 체제의 위협이란 측면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그래도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인가?




[덧붙이는 글]
[유튜브 동영상은 9월 8일 오전 8시에 오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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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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