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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확 달라진 김정은, 이유는? - 김정은의 진짜 위기, 지금부터 시작 - 평양까지 어려운 상황, 김정은 변화 않으면 미래없어 - 북한정세 '위기지수’, 내년에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
  • 기사등록 2020-09-06 21:20:38
  • 수정 2020-09-07 14: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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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은 5일 “태풍9호(마이삭)에 의한 함경남도와 함경북도의 자연재해복구전투조직을 위한 당중앙위원회 정무국 확대회의를 피해지역현지에서 소집하고 지도했다”고 6일 조선중앙통신 및 노동신문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사진=노동신문]


[달라진 김정은, 수해현장 달려가고 정무국 확대회의도 열고...]


김정은이 달라졌다. 과거와는 달리 수해 현장에도 달려가고 더불어 수해현지에서 노동당 정무국 확대회의를 열고 대책을 지시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김정은은 5일 “태풍9호(마이삭)에 의한 함경남도와 함경북도의 자연재해복구전투조직을 위한 당중앙위원회 정무국 확대회의를 피해지역현지에서 소집하고 지도했다”고 6일 조선중앙통신 및 노동신문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달 6일 황해북도 수해현장을 시찰한 바 있는 김정은은 28일 황해남도의 태풍 피해지역을 돌아본 뒤 불과 일주일 여 만에 또다시 피해 현장을 찾았고 이번에는 당 간부들을 대거 동원해 현장에서 직접 문제를 챙기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 김정은이 평양의 당원 전체에게 보낸 서한 [사진=노동신문]


[평양 전체 당원들에게 서한도 보낸 김정은]


특히 이번에 눈길을 끈 건 김정은이 수해 지역 시찰에 이어 이들 지역에 대한 지원을 위해 수도 평양의 전체 당원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는 점이다. 과거 같으면 지시 한 마디로 주민 총 동원령을 내렸을 터인데 이번에는 김정은의 친필 편지로 수해 피해 현장에 대한 지원을 간곡하게 요청했다.


지난 달 6일 황해북도 수해현장을 찾은 자리에서는 “국무위원장 전략예비분물자를 해제”하여 직접 보낼 것을 지시하기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사실상 “수도당원들은 우리 당이 제일 믿는 핵심력량”이라 치켜세우면서 수도 평양의 시민들을 총 동원하여 수해지역 지원을 지시한 것인데, 강제 동원이 아닌 김정은의 호소에 의해 자력 동원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벌써 ‘조선의 오늘’ 같은 경우는 6일자 ‘우리 원수님의 부탁’이라는 기사를 통해 “그 영광과 믿음을 심장에 안고 우리 구역 당원들은 피해복구현장으로 한시바삐 달려가겠다”면서 “이 성스러운 투쟁에서 커다란 승리를 쟁취하고 그이께 충정의 보고를 드리겠다”고 나섰다.


[노동신문 1면도 간부들에게 내 준 김정은, 확실히 변했다]


김정은의 통치술이 확실히 변했다는 것은 노동신문 1면을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 8월 30일자 노동신문 1면


원래 노동신문 1면은 철저하게 김정은 중심의 기사만 싣는다. 특히 동정 사진 등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지난 달 30일의 노동신문에는 그야말로 이례적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인 박봉주 당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가 태풍 피해 복구현장을 방문한 기사를 각각의 사진과 함께 1면 머릿기사로 실었다.


▲ 1일자 노동신문 1면


1일자 노동신문도 리병철 부위원장과 박봉주 부위원장, 그리고 나머지 당 부위원장들이 각각 태풍 복구 현장을 방문한 기사를 사진과 함께 게재하면서, 이들의 활동에 대해 현지 상황을 파악한다는 의미의 ‘현지료해’라는 단어 대신 '지도'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지도'라는 표현은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과 노동당에 대해서만 사용해 왔었다. 이러한 단어 변화 때문에 일부 유튜버들은 김정은이 실각되고 리병철이 권좌에 올랐다고 주장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어찌되었건 이러한 변화는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이러한 노동신문의 변화는 김정은의 권한을 권력 엘리트들에게 현지시찰 시 실무적인 '지도'까지 할 수 있도록 공식적으로 권한을 부여했음을 시사해 준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이 지난 달 20일 국회에서 말한 ‘위임통치설’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미 우리 신문이 지적한대로 ‘김여정에의 위임통치’라기보다 김정은이 절대권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부 권력 엘리트들에게 정책 결정에 대해 상당한 자율성을 준 것이라 해석하는 것이 맞다. 그러면서 스스로 행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통치방식을 전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권한의 일부 위임은 김정은의 권력에 이상이 생겨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만큼 김정은 체제가 확고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절대 권력에 대한 자신감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에 일부 권한 위임을 하는 것이 오히려 통치하는데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권력 엘리트들에의 권한 위임같은 지도체제뿐 아니라 북한이 언론을 다루는 방법도 완전히 변했다. 과거 같으면 중대한 문제가 생겨도 이를 쉬쉬하거나 덮어버리는 것이 일반화됐었는데 지금은 아예 드러내 놓는다.


코로나19만 해도 그렇다. 조선중앙TV등에서는 연일 뉴스 시간을 통해 북한의 코로나 19방역 상황을 중계하듯 전하고 노동신문은 매일 최소 3~4개 이상의 기사를 통해 북한 내부의 코로나 방역 관련 소식과 해외의 코로나 확산 뉴스 등을 전한다.


이번 태풍도 그렇다. 김정은이 벌써 세 차례나 현지지도를 나선 것도 특이한데 태풍이 본격적으로 다가오자 한국과 같이 24시간 특보체제를 편성해 태풍 상황을 방송했다. 조선중앙TV는 특보 직후 환경 다큐멘터리를 편성해 최근의 기상이변이 지구온난화 때문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확실히 달라진 풍경이다.


이러한 북한의 변화는 지금 겪고 있는 북한의 어려움이 김정은 체제 때문이 아닌 외부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을 북한 주민에게 말하고 싶어 그렇게 변화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달라진 북한 사회가 김정은의 통치술 변화를 이끌어]


또 하나의 해석은 북한 사회가 그만큼 많이 변화하고 있으며 이제는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을 배려해야만 하는 시기로 돌입하고 있다는 데서 김정은의 통치술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는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는 북한으로 하여금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수해까지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3중고 속에서 북한의 경제가 잘 운용되고 있다고 ‘쇼’를 하는 것도 한계에 달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김정은도 지난 달 19일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 개발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년 1월 노동당대회를 개최해 다시금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공표한 것이다. 이는 그만큼 북한 경제가 외부세계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북한을 둘러싼 외부적 환경이 별다른 변화를 보일 수 없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국가 경영 체계를 상당 부분 바꿔야만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의 영도력을 수용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분명히 내년 1월에 열릴 노동당 8차 대회에서는 그동안의 북한 체제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큰 변화가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전개를 염두에 둔다면 지금 권력 엘리트들에게 ‘지도’라는 단어를 쓸 수 있도록 책임을 위임한 것에 대해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책임 체제를 확실히 하기 위해 지난달 13일 김정은은 경제를 총괄하는 내각총리 김재룡을 해임하고 김덕훈으로 교체했다. 김재룡은 지난해 4월 자강도 당 위원장에서 내각총리로 임명된 지 1년 4개월만에 물러났는데, 이는 전임자인 박봉주에 비하면 상당히 짧다. 전임자인 박봉주는 2003년 9월부터 2007년 4월까지 4년, 그리고 2013년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 6년 등 도합 10년 간 내각총리를 지냈다. 박봉주의 전격 교체는 그동안의 경제 실정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고 봐도 된다.


특히 김정은이 추진해 온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실패했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김재룡에게 지운 것이라 보면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김정은이 이제까지와는 달리 ‘실패’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북한은 1993년에도 경제 실패를 자인했지만 김일성이 아니라 강성산 총리가 총대를 멨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정은이 직접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의 ‘수령 무오류성’를 뒤집은 것이다. 그러자 김정은의 잘못 인정 직후인 지난 달 20일부터 당·정 간부들이 경쟁적으로 반성문을 썼다. 잘못은 자신이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통치술 변화만으로 북한 경제가 살아날 것 같지가 않다는 데 있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또다른 접근법을 택하지 않는 한 북한이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 대선 이후 차기 대통령과의 획기적인 비핵화 방안 타협 등을 시도해 제재 완화와 더불어 경제적 지원을 받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에는 엄청난 위기도 함께 뒤따른다. 어떤 방식으로든 김정은은 북한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해야만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래서 국가 소유 기업과 건물, 농장을 민간에 점진적으로 판매해 개인의 소유권을 인정하면 다른 사회주의체제 국가들처럼 근본적인 문제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안도 나온다.


김정은이 이렇게 확실한 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북한 주민들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이미 장마당을 통해 자본주의의 맛,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돈의 맛’을 봤고, 더불어 중국과의 무역 거래 등을 통해 북한 체제의 문제점들을 속속들이 깨우치기 시작했다. 여기에 해외에 파견되었던 노동자들도 속속 귀국했다. 대북제재 때문이다. 이젠 북한 주민들도 과거의 닫혀진 사회,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의 김정은 체제를 이끌어가는 핵심인 평양시민들마저 극심한 경제난에 빠졌다. 오죽했으면 김정은이 직접 ‘평양시민 생활보장을 위한 당면한 문제’를 다루라고 지시했겠는가?


지난 6월 7일에는 김정은이 직접 지시를 했고, 27일 올 들어 두 번째 열린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평양시민 생활보장 안건’인 △주택 개보수 △오래된 건물 개건 △청정 생활용수 공급 △채소 생산 증대 등을 점검했을 정도다. 이 회의 역시 김정은이 주재했다.


사실 평양만 이렇게 각별히 챙기면 다른 도시와의 형평성 문제도 생길 법 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 따질 겨를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정도로 평양시민들이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했기 때문에 동요할까 염려돼 나온 대책이라는 것이다.


평양이 이렇다면 다른 지역은 더 볼 것도 없다. 그만큼 지금 북한 상황도 어렵고 이로 인한 민심의 이반도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니 김정은이 그전같이 평양의 궁궐에 가만히 앉아 ‘이러쿵 저러쿵’ 지시만 할 입장이 아닌 것이다.


최근 미국 농무부가 위성 자료 등을 분석해 추정한 북한의 올해 쌀 수확량은 136만t으로, 북한의 연간 쌀 수요량인 550만t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1994년 고난의 행군 때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여기에 비료 공급량까지 대폭 감소해 식량 생산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 2012년 첫 공개 연설에서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그러면서 경제 특구와 농업 개혁도 발표했다. 그러나 그 모든 약속들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러한 민생경제의 파탄은 북한 주민들의 민심까지 이반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먹고 사는 가장 첫 번째 문제가 해결 안 되니 더 이상 김정은 체제에 기대할 것도 사라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직 본격적 위기는 다가오지 않았다]


김정은은 일단 내년 1월을 기약했다. 새로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내겠다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이다. 당장 올 겨울부터가 문제다.


북한이 아직까지는 식량난을 겪고 있지 않다는 분석들이 있다. 아직 ‘고난의 행군’ 시기의 충격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서울대 김병연 교수도 지난 달 28일 VOA에 “‘고난의 행군’ 때는 식량 생산이 350만t 정도 됐지만, 지금은 400만t 중반대이고, 여기에 외부 지원도 있으며, 둘째는 북한에 시장이 작동하기 때문에 고난의 행군 때와는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이젠 북한이 기댈 언덕이었던 중국마저 식량 위기에 빠졌다. 이렇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는 최근 “주가가 고점 대비 35% 이상 떨어지면 이듬해에 독재국가들이 도미노처럼 줄줄이 무너졌다.”면서 2003년부터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독재 정권들을 줄줄이 무너뜨린 ‘색깔 혁명’을 그 예로 들었다.


이는 대공황 수준의 주가 폭락이 오면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충격이 가게 되는데, 이 충격을 가장 크게 받는 국가들은 선진국이 아니라 경제가 허약한 독재국가들이라는 것이 주성하 기자의 해석이다


그런데 다우지수가 37% 이상 빠진 올해의 경우 이 충격이 내년부터 가장 허약한 독재국가들에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렇게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이란과 북한, 투르크메니스탄을 꼽았다.


그러면서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통일부에서 개발했던 ‘북한정세지수’의 ‘위기지수’가 내년에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21세기 들어 지금처럼 북한 내구력이 취약해졌거나 또 취약해질 것으로 예상된 적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과연 북한을 정말 잘 아는 주성하 기자의 예측대로 흘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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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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