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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 외교사령탑 양제츠는 왜 부산으로 올까? 하필 부산? 대통령을 만나지 않겠다는 것. 왜? 2020-08-21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 21일 한국을 방문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사진=CGTN 캡쳐]


[21일 부산 온 양제츠, 22일 서훈 안보실장과 면담]


중국의 외교 사령탑 양제츠(杨洁篪, Yang Jiechi)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21일 한국을 방문했다.


우리 신문은 지난 15일 “중국 외교사령탑 양제츠가 한국에 오는 3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정세분석을 통해 “양제츠 방한은 중국측의 일방적 요구”였으며 이에 따라 “양제츠 방한과 관련된 일정이나 의제 또한 중국측이 일방적으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물론 우리 정부는 양제츠의 방한이 지난 7월부터 업무를 시작한 서훈 실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 말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금방 그 답이 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양제츠가 한국을 방문하는 주된 3가지 이유를 우리 신문은 이미 분석한 바 있다.


① 미국 줄에 서지 말라!

② 한국이 대 중국 공격의 기지로 사용되지 않게 하라!

③ 한미미사일 지침 개정 등의 문제 제기


[관련기사: [정세분석] 중국 외교사령탑 양제츠가 한국에 오는 3가지 이유(8월 15일)]

[관련동영상; [Why Times 정세분석 507] 중국 외교사령탑 양제츠가 한국에 오는 3가지 이유]


[왜 하필 부산일까?]


우리는 양제츠가 지난 2018년 7월에 비밀리에 서울이 아닌 부산에 와서 정의용 안보실장을 만났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때 양제츠는 미북간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의 대책을 논의하면서 한국측에 종전선언과 비핵화 협상에 중국의 참여를 강력하게 요구했고, 또한 한국측이 듣기 싫은 불편한 이야기를 강한 톤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 또 서울이 아닌 부산으로 왔다. 2018년 7월과 마찬가지로 또 1박2일 일정이다. 21일 김해국제공항으로 입국해 22일 오전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만난다.


그렇다면 양제츠는 왜 부산으로 왔을까?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을 만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울로 온다면 당연히 청와대로 가서 대통령을 예방하는 일정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공식 방한하는 고위급 외교관이 특별한 이유없이 그러한 의전 절차를 밟지 않고 자기 할 일만 하고 다시 중국으로 가겠다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지난 2018년 3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서울로 와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으며 그 자리에서 김정은의 방중 결과를 대통령에게 설명했고, 이어 4월 열릴 예정이던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전달한 바 있었다. 그런데 왜 그 이후로는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회피하려 할까?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① 대통령을 만나 선물을 줄만한 당근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외교 최고위급이 한국을 이 시점에 방문한다는 것은 당연히 시진핑 주석의 한국방문과 관련해 뭔가 확실한 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양제츠는 그러한 선물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미 우리 신문이 15일자 정세분석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시진핑 주석은 지금 한가하게 외국 순방을 나설 상황이 결코 아니다. 내우외환의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권력투쟁이 한창 진행중이고 더불어 중국에 불어닥친 수해 등의 재난, 여기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시 주석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외부적으로는 미국과의 정면충돌에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가 잠시 한숨도 돌리지 못하게 만든다. 또 인도와의 국경분쟁도 심각한 고민거리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에 와서 정상회담을 한다면 당연히 미국의 분노를 살 수 있는 대화들을 하게 될 터인데 그 모든 것들이 중국의 국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을 미국에서 분리시키는 것은 외교 실무선, 예를 들면 양제츠 같은 사람이 하면 되는 것이지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서 문재인 대통령을 윽박지를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원래 올 연말에 예정되어 있는 한중일정상회담 같은 경우는 예외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담은 한국이 의장국이어서 우리나라에서 열리게 된다. 그러나 다자 정상회담과 일대일 정상회담은 격도 다르고 의제 또한 한정되어 있어서 큰 의미를 주지는 못한다.


한국측 요구는 그러한 다자정상회담 때가 아닌 별도의 일정으로 한국을 와 달라는 것인데 가을에 오고 또 연말에 한국에 오는 일정을 잡기는 중국측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


그 말은 한국 정부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은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양제츠는 이번 서훈 실장을 만나 ”좋은 시점을 찾아 년내에 최대한 빨리 방한하도록 할 것“이라는 립서비스 수준의 원론적인 답변밖에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시주석의 한국 방문을 약속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대통령을 예방하기가 껄끄럽게 때문에 서울이 아닌 부산을 택한 것이다.


② 한국을 만만하게 보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중국 최고위급 외교관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수도 서울이 아닌 남쪽 부산으로 온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외교 관례에 벗어나는 일이다. 청와대 서훈 실장도 양제츠를 만나러 부산까지 가야 한다.


엄격하게 따지자면, 양제츠가 서훈을 만나러 한국에 오는 것이 아니라 양제츠가 가는 그 부산에 서훈 실장이 마치 알현이라도 하듯 만나러 가는 형국이다. 이는 그야말로 양제츠의 오만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외교적 결례를 떠나 한국을 조공국(朝貢國) 정도의 '쉽게 봐도 되는 나라' 정도로 치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더불어 양제츠가 그렇게 일정을 잡았다고 그러한 외교적 무례를 지적하지 않고 또 중국이 정한 일정대로 따라가는 청와대도 문제다. 이는 한마디로 외교 굴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베이징에 갔을 때는 혼밥으로 무시하더니 이젠 양제츠가 한국에 오면서는 청와대의 외교실장을 “내가 그리고 갈테니 나를 만나려면 그리로 오라”는 식으로 일방통행식의 외교를 하는 것은 또다시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양제츠는 부산에 와서 서훈 실장에게 무슨 말을 할까?]


이렇게 완전 중국 위주의 일정에 중국이 상관처럼 행세하는 이번 한중간 고위급 만남에서 양제츠는 과연 무슨 말들을 쏟아 낼까?


분명한 것은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일정이 주요 의제는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것을 논의하려면 차라리 왕이 외교부장이나 중국 외교부의 실무급 인사가 왔을 것이다. 또한 정상회담 논의를 하려 했다면 당연히 부산이 아닌 서울로 왔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중정상회담 논의는 중국측 입장에서는 주요 의제도 아니고 사실상 거의 꺼내지도 않을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뭘까? 또다시 2018년 7월 비밀리에 부산을 방문했던 때의 데자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측에 불만스러운 점들, 요구하고 싶은 것들만 잔뜩 쏟아내고 훌쩍 떠나버리는 그런 만남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19일 싱하이밍(邢海明) 중국대사가 노태우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현 씨를 만나 한·중 수교의 의미를 언급하면서 “양제츠 국무위원의 이번 방한은 아주 중요한 방문”이라고 강조했던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8년전인 1992년 8월 24일 한중수교를 함으로써 대한민국은 자유중국‘이라 불리던 대만을 버리고 중국공산당이 이끄는 ’중화인민공화국‘과 수교를 했다.


싱하이밍 대사는 바로 그 한중수교를 화두로 꺼내면서 이번 양제츠 방한의 의미를 부여했다.


그 말은 이번 양제츠 방한이 1992년의 한중수교에 버금가는 중요한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게 뭘까? 다름아니라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분명한 선택을 하라는 다그침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미국과 중국과의 정면충돌, 특히 미국이 중국공산당 정권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편이 아닌 중국 편을 들어 줄 것과 미국이 추진하는 반(反)중국 경제 네트워크인 ‘경제협력네트워크(EPN)’와 화웨이 제재 등 ‘반중(反中) 블록’ 참여를 거부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또한 홍콩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측의 손을 들어 줄 것도 요청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 신문이 이미 분석한 바 있지만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절대 반대와 함께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측의 공감도 부탁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선결되어야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고려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친중(親中)-비미(非美) 노선으로 돌아선 한국]


양제츠 위원의 이러한 요구에 문재인 정부도 상당 부분 공감을 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그러한 흐름들이 나오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1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한미워킹그룹의 부당성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이를 무시하고 남북교류를 강행할 것이라면서 각을 세운 것과는 달리 다음 날인 19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서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분위기도 다르고 대화의 수준 또한 완전히 달랐다.


이번 주부터 업무를 시작한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도 “국제정치의 현실은 우리에게 양극단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경직된 방식으로는 국민을 위한 외교를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도 꺼냈다.


미·중간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이며 미국의 요구에 결코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겠다는 분명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여기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주한 유엔군사령부를 폄훼하면서 한미동맹의 존재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했다. 이러한 흐름은 한 둘이 아니다.


심지어 국방부마저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열자는 미국측 제의에 대해 답변하지 않고 있다. 중국을 의식해서다.


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외교의 큰 방향을 서서히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번 양제츠의 방한으로 방점을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중정상회담에 너무 매달리지 말라!]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분명하게 길을 선택하라고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어떠한 선택을 하여야 하는가?


더 이상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같은 허망한 소리는 집어 치워야 한다. 대한민국 외교가 가야 할 분명한 방향은 미국도, 중국도 아닌 대한민국의 국익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


미국은 전 세계의 경제 프레임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나서고 있다. 더 이상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두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세계 경제 흐름도 완전히 재편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 그래도 안미경중(安美經中)인가?


이런 관점에서 다시 묻는다. 왜 한중정상회담에 그렇게 매달리는가? 아마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중재 때문일 것이다. 이와 함께 기왕이면 아직도 3년 넘게 이어지는 사드보복의 완전한 해제도 중요한 현안이다.


한중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좋다. 그러나 분명한 상호주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회담을 하기도 전에 이미 허리까지 숙인다면 결코 우리의 국익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교의 균형점이다. 무엇이 우리의 국익에 진정 중요한 것인지를 제대로 판단해야 국익도 제대로 챙길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외교안보라인이 이미 너무나도 많은 카드를 중국에 다 보여줘 버린 것 같아서 걱정이다.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얻을 것은 더 적어진다는 기본적인 연애의 원리도 모르면서 어떻게 국익을 제1로 여기는 외교를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 외교 안보라인에게 부탁한다.

중국의 늑대외교에 결코 넘어가지 마라! 제발 냉정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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