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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 외교사령탑 양제츠가 한국에 오는 3가지 이유 미국 줄 서지 말고, 한국이 美의 中공격기지 활용 반대 2020-08-15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 지난 2018년 3월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중국의 양제츠 [사진=청와대 사진기지단/ 뉴시그


[중국 외교사령탑 양제츠, 2년만의 깜짝 방문]


중국의 외교정책 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양제츠(杨洁篪, Yang Jiechi)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20일을 전후해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미중관계가 충돌 일보 직전으로 가는 급박한 상황에서 양제츠의 한국 방문 역시 갑작스럽게 이루어져 그 뒷배경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궁금한 것 중의 하나가 “하필 지금 이 시기에 왜 양제츠가 한국에 오는가?”로 집약된다. 그러한 방한의 목적을 알려면 우선 이번 양제츠 방한의 화두를 어느 쪽이 먼저 꺼냈는지를 알아야 한다. 중국 쪽이 먼저 양제츠 방한을 타진한 것인지 아니면 한국측이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거론하면서 자연스럽게 양제츠 방한으로 이어진 것인지를 알게 되면 양제츠 방한의 이유나 목적 등에 대해 상당한 실마리를 풀어갈 수가 있다.


[양제츠 방한, 중국측의 일방적 요구였다]


우리 신문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취재한 바로는 우선 양제츠의 방한 문제를 꺼낸 것은 우리 측이 아니라 중국쪽이었다. 중국이 먼저 갑작스럽게 양제츠가 한국에 가서 여러 가지 면을 논의하고 싶다고 전해왔고 이에 따라 외교적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그리안해도 남북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이를 풀 단초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오래전부터 기대해 왔었는데 양제츠 방한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서 쉽게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측이 먼저 양제츠의 방한을 꺼냈기 때문에 양제츠 방한과 관련된 일정이나 의제 또한 중국측이 일방적으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이라 불릴 만큼 살벌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한국측 입장에서는 양제츠의 방한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왕이 외교부장도 아니고 중국 외교사령탑인 양제츠가 직접 한국에 온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이기도 하고 그만큼 중대한 논의를 하기 위한 것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양제츠는 누구인가?]


양제츠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주미대사를 거쳐 2007년 4월에는 리자오싱을 이어 외교부장을 지낸 바 있다. 2010년 하노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무장관 회의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항행의 자유에 대해 설파하자 양제츠는 "중화인민공화국은 큰 나라이고 다른 나라들이 작은 나라들“이라 말하면서 남중국해 점유를 정당화 할 정도로 철저한 중화사상을 갖고 있는 자이기도 하다.


지난 2018년 3월에는 김정은의 방중 결과 및 4월 열릴 예정이던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우리 측에 전달한 바 있으며, 같은 해 7월에는 비밀리에 한국을 방문해 정의용 안보실장을 만나 미북간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의 대책을 논의하면서 한국측에 종전선언과 비핵화 협상에 중국의 참여를 강력하게 요구했고, 또한 한국측이 듣기 싫은 불편한 이야기를 강한 톤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17일에는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만나 회담을 했으나 양제츠가 중국측의 일방적 의견만 주장함으로 인해 결렬되었다고 폼페이오 장관이 밝히기도 했다. 이후 미국은 본격적으로 대 중국 압박과 함께 중국공산당과의 단절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양제츠가 한국에 오겠다고 한 것이다.


특히 양제츠는 '전랑(戰狼) 외교'의 상징적 인물이기도 하다. '전랑 외교'란 소위 중국의 ‘국뽕영화’인 '전랑(戰狼·늑대 전사라는 뜻)'에 빗대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중국의 외교 전략을 지칭하는 용어다.


물론 지난 7일 '역사를 존중하고 미래를 향하며, 확고히 미·중 관계를 지키고 안정화해야 한다'는 장문의 글을 통해 미국에 유화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이는 대미관계가 완전히 어그러진 상황에서 이를 무마해 보려는 의도에서 한 발언일 뿐 원래 양제츠의 의지와는 상당히 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양제츠가 한국에 오는 이유]


그렇다면 그런 양제츠가 한국을 방문하는 주된 이유가 무엇일까?


*의제1: 미국 줄에 서지 말라!


지금 미국은 전 세계를 친중국 대 反중국으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현재 폴란드·체코 등 중유럽 4개국을 순방중인데 목적은 反中 캠페인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규합하려는 것이다.


더불어 그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왔던 중국을 완전히 무너뜨리려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공산당 체제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전환시키려는 어마어마한 작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외교는 지금 ‘親중국진영’ 대 ‘反중국 진영’으로 줄을 세우는데 진력을 다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특히 미국의 동맹으로서 맨 앞줄에 서야 할 처지다.


이런 시점에서 양제츠가 한국에 온다는 것은 미국의 이러한 의도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것이 양제츠가 한국에 와서 가장 목소리를 높이게 될 주제일 것이다.


*의제2: 한국이 대 중국 공격의 기지로 사용되지 않게 하라!


두 번째 의제는 한국이 미국의 대 중국 전략, 즉 중국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실효적 지배를 혁파하려는 군사전략에 한국 영토가 이용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주한미군 기지의 대 중국 방어 또는 공격용 무기 배치에 대해 중국은 그동안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사드 배치도 그래서 그렇게 강력하게 반대했던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미사일의 한국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여기에 미군의 주요 군수물자들이 한국의 남쪽 항구 쪽에 집중 배치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군사적 상황에 대해 중국은 강력한 유감과 함께 반대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양제츠는 만약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는 전진기지로 한국을 사용한다면 중국은 한국에 대해 적국(敵國)으로 간주해 공격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대우를 받기 싫다면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미군의 한국내 기지에서의 대 중국 대응을 위한 전진기지화를 막으라는 요구를 할 것이다.


*의제3: 한미미사일 지침 개정 등의 문제


또 하나,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최근의 현안으로는 한미미사일지침 개정과 관련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완전한 미사일 주권 확보를 위해 계속 노력을 해나가자”며 현재 800㎞로 묶여 있는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이렇게 현재 기준에서 사거리를 넓히면, 한국은 북한 전역은 물론이고 베이징도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는 점이다. 주권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당연한 조치지만 중국은 상당히 심기불편해 할 요소가 충분히 있다. 사드배치만으로도 열불 냈던 중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우려는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동맹인 한국의 탄도미사일을 활용해 중국을 직접 견제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사항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경항모라든지 핵잠수함 건설 의지도 밝혔다. 이 역시 중국으로서는 심각한 우려 사항이다. 사실 한국내 방위를 하는 입장에서는 경항모나 핵잠수함이 별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핵잠수함과 경항모를 만들겠다는 것은 중국을 향한 대응으로 비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최근의 국방정책들에 대해 중국은 우려를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정부,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더 관심]


반면 한국 정부는 양제츠 방한을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을 위한 사전 협의 단계로 활용하려 들 것이다.


한국 정부가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것은 딱 한가지 이유 때문이다. 바로 북한 김정은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같은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이미 숱하게 중국 정부에 요구해 왔지만 중국이 거들떠 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주된 관심은 오직 김정은과의 연계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양제츠가 방한했을 때 시진핑 주석의 방한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게 될 것이고 이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제츠는 시진핑의 방한에 대해 아주 원론적인 답변만 하게 될 것이다. ”좋은 시점을 찾아 최대한 빨리 방한하도록 할 것이다“ 이 수준으로 말이다.


시진핑 주석은 요즘 심기가 아주 불편하다. 한마디로 내우외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10월에는 양회가 있어서 그전까지는 꼼짝도 못한다. 양회가 넘어가면 곧바로 11월이고 바로 연말로 접어든다.


여기에 미-중간의 정면충돌은 시진핑 주석이 한가하게 외유를 할만한 여유를 만들어 주지 못할 것이다. 또 내부의 권력투쟁 역시 시진핑 주석을 베이징에 붙들어 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당장 언제 한국에 올 수 있다는 약속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양제츠가 말로는 년내 방한을 성사시키도록 해 보겠다는 립서비스를 할 수는 있겠지만 성사 가능성은 별개일 것이다.


[한국 정부의 고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


양제츠의 급작스런 방한은 한국 정부에 여러 가지 고민을 안겨다 줄 것이다. 우선 시진핑 주석의 방한만 하더라도 김정은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시 주석의 방한이 오히려 미국과의 관계를 급속도로 악화시킬 수 있다는 또다른 면도 있다.


시 주석이 한국에 온다는 것은 한국이 미국이 아닌 중국 편에 서기로 작정했다는 것이고, 이는 곧 한미동맹 관계를 급속도로 약화시키는 상황으로 몰려가게 할 위험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로서는 정권 말기에 매우 위험한 도박을 하는 셈이어서 정권 재창출을 포기해야 힐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50~60%를 넘는 굳건한 상황도 아닌 이때에 과연 그러한 결정이 가능할까?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정권은 그러한 상식을 뛰어넘는 고집을 부려왔기 때문에 그렇게 갈지도 모른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김정은과의 관계 개선을 돕겠다고 말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지금 중국 정부가 김정은을 요리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오히려 김정은의 북한이 중국을 협박하고 위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중국이 김정은과의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립서비스는 할 수 있겠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별로 없다.


문재인 정부의 진짜 큰 고민은 양제츠의 방한으로 ‘미국에 줄 서지 말라’는 요구를 어떻게 수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한마디로 동맹을 깨라는 요구나 다름없는 이러한 중국의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진퇴양난에 빠지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적당히 줄타기 외교를 하고 싶어 하겠지만 미국과 중국간 전쟁도 불사하는 충돌로 가는 상황에서는 그러한 회색 외교는 불가능하다. 미중 충돌의 강도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분명한 커밍아웃을 양쪽 다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려면...]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 목표를 단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아무나 흔드는 나라“로 추락하고 말았다. 심지어 북한마저 한국을 능욕하고 능멸한다.


이번 양제츠의 방한 과정도 보면 중국이 얼마나 한국을 우습게 보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아마 결과도 그렇게 나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려면 주위의 국가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존경과 두려움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론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두려움은 갖도록 만들어야 쉽게 넘볼 수 없는 나라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우선 대북정책에 있어서 지나치게 통일이라는 당장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북한에 굴종적 자세를 취함으로써 북한은 우리를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대통령에게 아무나 막말하고 우리 국민들을 모욕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는 중국도 한국을 우습게 여긴다. 하기야 대통령이 베이징에 가서 ”중국은 큰 나라이고 우리는 그 옆의 작은 봉우리“라고 표현할 정도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일본은 또 어떠한가? 주변국들이 한국에 대해 존경도 사라졌고 두려움은 더더욱 없다.


경제력은 세계 11위이고 국방비는 50조원이 넘어 세계 9위 국가인데도 이렇게 처량한 신새로 전락하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은 미국만 없으면 별 볼일 없는 존재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보이도록 우리 스스로가 벽을 허물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주한미군 철수를 집권세력에서 공공연하게 외치고 한미동맹을 깰 때도 됐다는 말이 대통령특보의 입에서 나오는 세상이니 주변국들이 우리 한국을 어떻게 보겠는가?


물론 그렇다고 한미동맹만 의지하자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정신력이다. 어느 누구도 우리나라를 함부로 얕보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위엄이 우리에게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사라진게 문제다.


양제츠의 방한을 바라보며 참으로 착잡한 마음이 든다. 이런 불길함이 그저 우려로 끝났으면 좋겠다. 진짜 양제츠가 한국에 와서 우리 정부의 당국자들에게 큰 소리 치고 호통치는 그 모습을 결코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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