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행료 불가’ 한 줄…시진핑이 이란에 날린 견제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국제수로 통행료 불가’ 원칙에 합의하면서 우방 이란의 호르무즈 전략에 뜻밖의 견제구를 던졌다. 불과 일주일여 전 이란 외무장관이 베이징을 찾아 전쟁과 호르무즈 문제를 협의했던 것을 감안하면 테헤란으로서는 더욱 뼈아픈 장면이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대이란 압박에 전면 동참한 것은 아니다. 미국 측에서는 중국이 “이란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했다는 설명이 나온 반면, 이란 측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압박 때문에 양국 관계를 제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 이후 미중관계의 새로운 시험대는 시진핑의 말이 아니라 중국의 실제 대이란 행동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백악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발표한 미중정상회담 팩트시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러시아·북한·이란을 포함한 국제안보 문제를 논의하면서 ‘이란은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했으며, 이어 ‘어떤 국가나 기관도 국제수로에 통행료를 부과하도록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란으로서는 상당히 불편할 수밖에 없는 문구가 들어간 것이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호르무즈 해협이나 이란을 통행료 조항의 주체로 직접 적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곧바로 ‘대이란 공동선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되지만, 그러나 이란 핵 문제와 국제수로 통행료 문제가 같은 대목에서 연이어 제시됐고, 이란이 호르무즈 통항을 핵심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테헤란에는 상당한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문구”라고 지적했다.
[이란 외무장관 다녀간 직후…중국은 왜 호르무즈에서 선을 그었나]
테헤란으로서는 시점도 뼈아프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진핑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베이징을 찾아 중국 측과 전쟁과 호르무즈 문제 등을 협의했다. 중국은 이란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호르무즈의 조속한 정상화와 국제 에너지 수송망 안정을 계속 강조해왔다.
중국의 계산은 복잡하지 않다. 중국은 이란의 핵심 원유 고객인 동시에 걸프 지역 전체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수입하는 세계 최대급 원유 수입국이다. 호르무즈 봉쇄와 선박 공격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는 이미 크게 출렁였고, 지난 10일에는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호르무즈 불안이 장기화할수록 중국 역시 에너지 가격과 운송비 상승이라는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 입장에서 ‘이란과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이란의 호르무즈 통제를 지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시진핑이 트럼프와 통행료 불가 원칙을 재확인한 것도 미국의 편에 섰다기보다 중국 자신의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을 우선한 선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진핑은 이란을 버린 것이 아니라 ‘중국’을 선택했다]
바로 이 지점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중국의 행동은 우방 이란에 대한 외교적 견제다. 호르무즈가 열려 있어야 중국으로 향하는 중동 원유가 안정적으로 들어온다. 반면 이란과의 경제관계는 값싼 원유 확보뿐 아니라 중국의 중동 영향력과도 연결돼 있다. 따라서 베이징으로서는 이란과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호르무즈의 자유로운 통항 문제에서는 미국과 이해관계가 겹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트럼프, 시진핑에게 직접 경고…“이란 지원 용납 못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중국에 요구한 것은 호르무즈 통행료 반대에 그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대사가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에게 중국의 대이란 지원 문제를 직접 제기했다”고 밝혔다. 퍼듀에 따르면 “트럼프는 정보 제공이든 부품이든 군사장비든 중국이 이란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더 주목되는 것은 그 다음이다. 퍼듀 대사는 “중국으로부터 이란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문제 제기 이후 일부 지원을 줄인 징후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중단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이 의심하는 ‘중국-이란 연결고리’]
트럼프가 이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로 직접 올린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은 중국 기업과 금융·물류망이 이란의 제재 회피와 군사력 유지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의심해왔다. 로이터 역시 “중국과 이란 사이에서 이란산 원유 수익을 중국 상품 구매에 활용하는 은행권 밖의 거래 구조가 운영돼 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취재에 따르면 이 구조를 통해 지난 1년간 약 20억~25억 달러가 이동한 것으로 추산되며, 이란은 의약품과 자동차, 통신장비뿐 아니라 군사용 장비를 포함한 중국산 제품을 확보하는 데 이를 이용했다. 중국 외교부는 해당 구조를 알지 못한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이란 압박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변수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계속 사들이고 중국 기업과 물류망이 이란의 대외 경제통로로 남는다면 미국의 경제고립 정책 효과도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대이란 지원 문제를 정상 차원에서 직접 제기한 것도 이런 배경과 연결돼 있다.
[그런데 이란에는 정반대 메시지?…중국의 ‘이중 계산’]
바로 여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이 나타난다. 미국 측에서는 중국이 “이란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확약했다고 밝힌 반면, 이란 측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압박 때문에 이란과의 관계를 제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설명이 나왔다. 중요한 점은 후자는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아니라 이란 측 당국자의 설명이라는 것이다.
두 설명이 모두 정확하다면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미국이 문제 삼는 직접적인 군사·정보 지원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이란과의 원유·경제·외교 관계까지 미국의 독자제재에 맞춰 끊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인 대이란 제재에 반대해왔고, 로이터가 확인한 중국·이란 거래구조 역시 양국이 미국 제재의 영향을 최소화하려 노력해왔음을 보여준다.
결국 중국의 메시지는 이렇게 압축할 수 있다. “호르무즈는 열어라. 이란과 미국의 전쟁 때문에 중국의 에너지 동맥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의 대이란 경제고립 정책에 그대로 편입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말라.” 이것이 현재 중국의 행동에서 읽을 수 있는 전략적 계산이다.
[정상회담 다음 날 유엔에서는 다시 미국에 선 긋기]
중국의 이런 복합적인 태도는 정상회담 직후에도 나타났다.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은 26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걸프 지역을 포함한 중동 국가들의 주권과 안보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미국의 접근과 거리를 뒀다. 로이터는 이를 중국이 이란 문제에서 미국에 다시 맞선 것으로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호르무즈의 안정과 자유로운 통항 문제에서는 미국과 협력할 수 있지만, 미국 주도의 대이란 압박정책 전체에 편입되는 것에는 여전히 선을 긋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베이징은 워싱턴과 테헤란 어느 한쪽에 완전히 서기보다 사안별로 중국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접근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미국이 확인하려는 것은 ‘시진핑의 행동’]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 이후 중요한 것은 합의문의 문구보다 중국이 실제로 무엇을 하느냐다. 중국산 군사용·이중용도 물품의 이란 유입이 줄어드는지, 이란산 원유 거래가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는지, 중국의 금융·물류망이 이란의 제재회피 통로로 계속 활용되는지를 미국은 주시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사이에는 무역과 희토류, 첨단기술, 대만 등 해결되지 않은 현안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이번 정상회담 역시 화려한 국빈 의전과 달리 주요 현안에서 큰 돌파구는 제한적이었다. 로이터는 “사흘간의 정상외교가 개인적 관계를 과시했지만 여러 민감한 쟁점에서 뚜렷한 진전은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Why Times Insight]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시진핑이 미국 편에 섰느냐, 이란 편에 섰느냐가 아니다. 중국이 철저하게 중국의 국익을 기준으로 이란 문제를 쪼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르무즈에서는 미국과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중국 경제에 중동 에너지와 안정적인 국제 해운은 이란과의 정치적 우호관계보다 훨씬 광범위한 이해가 걸린 문제다. 그래서 시진핑은 트럼프와 국제수로 통행료 반대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이란 압박에 전면 동참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미국 측은 중국이 이란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확약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 측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압박 때문에 이란과의 관계를 제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겉으로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중국의 국익이라는 기준을 대입하면 일관된 계산도 읽힌다. 이란 때문에 중국의 에너지 동맥인 호르무즈가 흔들리는 것은 원하지 않지만, 미국이 요구한다고 해서 중국과 이란의 경제·외교관계까지 포기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의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다. 중국산 군사용·이중용도 물품의 이란 유입이 실제로 줄어드는지, 이란산 원유 거래와 금융·물류망은 어떻게 변하는지, 중국이 미국의 대이란 압박과 자국의 중동 이해관계 사이에서 어느 선까지 움직이는지가 시진핑의 약속을 평가할 실질적 지표가 될 것이다.
이란 내부도 마찬가지다. 페제시키안은 호르무즈 재개방안이 최고지도자와 조율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말 자체가 아니라 군부와 안보기관을 포함한 이란의 권력체계가 그 합의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느냐다.
결국 지금 호르무즈를 둘러싼 정세는 두 개의 질문으로 압축된다.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한 말을 중국의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 그리고 페제시키안은 최고지도자와 조율했다는 평화안을 이란의 실제 행동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은 이제 중국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고, 동시에 테헤란의 협상안이 실제 이란 권력기관의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도 시험대에 올랐다. 호르무즈를 둘러싼 다음 승부는 선언이 아니라 ‘이행’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