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드카펫은 화려했지만, 합의문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흘간 극진한 의전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으면서도, 정상회담 테이블에서는 이란 지원과 무역합의 이행 문제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무역전쟁의 종결 선언 대신 나온 것은 불과 두 달짜리 휴전 연장이었다. 양국은 공동 기자회견이나 포괄적 공동성명도 내놓지 않았다. 화려한 미소 뒤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미중의 계산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사흘간의 미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는데, 이는 2015년 이후 11년 만의 국빈 방미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 도착 때 직접 앤드루스 합동기지까지 나가 영접했는데, 이렇게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의 공항 도착을 직접 맞는 이례적인 일까지 벌어졌지만, 그러나 화려한 장면을 걷어내면 상황은 달라진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이번 정상회담은 ‘상징은 강했지만 실질은 가벼웠다’”고 평가하면서 “AI와 무역, 대만, 이란전쟁 등 핵심 쟁점에서 돌파구가 나왔다는 징후는 없다”고 전했다. 애초부터 양국은 공동 기자회견이나 공동성명 대신 각자가 국내에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별도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는 달랐다. 그는 시 주석과 마지막 일정을 마친 뒤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이번 방문이 양국 모두에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시 주석 역시 “올해 남은 기간 두 차례 더 만날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회담의 성과는 하나의 대형 합의문보다는 미중 관계를 파국으로 보내지 않고 정상 간 협상 구조를 유지했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비공개 테이블 위 첫 번째 청구서, 이란]
그런데 정상회담이 끝난 뒤 회담장에서 오간 상당히 민감한 대화가 미국 측을 통해 공개됐다.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대사는 25일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에게 중국의 대이란 지원 문제를 직접 경고했다”고 밝혔다. 퍼듀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정보·부품·군사장비를 포함한 이란 지원은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이미 전달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를 다시 분명하게 말했다. 로이터와 Axios, 뉴욕포스트가 이를 잇따라 보도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대목이 있다. “미국은 이란 문제를 대만 문제와 거래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는 점이다. 퍼듀 대사는 “이란 문제가 미국이 진행하는 다른 현안이나 대만에 대한 약속과 연결되지 않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밝혔다. 정상회담 직전 시진핑이 1982년 미중 공동성명을 근거로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로이터 보도가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작지 않다.
미국 측 설명에 따르면 중국도 일정한 반응을 보였다. 퍼듀 대사는 “그들이 우리의 말을 경청했다는 증거를 봤다”며 “중국이 일부를 철수시켰다”고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중국이 어떤 지원이나 활동을 중단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유지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줬느냐는 질문에도 “미국이 그렇게 의심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중국 발표에서는 ‘트럼프의 경고’가 빠졌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측이 공개한 정상회담 결과다. 중국 정부가 공개한 설명에는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미국과 이란이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궤도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시 주석은 “미국과 이란이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로 돌아가 핵 문제 등을 포함한 포괄적 합의를 이루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측이 공개한 “중국의 대이란 지원은 용납할 수 없다”는 트럼프의 경고는 중국 발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결국 워싱턴과 베이징은 같은 정상회담을 하고도 서로 다른 부분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미국은 중국의 대이란 지원 차단이라는 ‘레드라인’을 부각했고, 중국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 재개를 강조했다. 이 차이가 이번 정상회담의 성격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 가운데 하나다.
[왜 트럼프는 중국에 이란 문제를 꺼냈나?]
미국이 이 문제에 민감한 이유는 이란에 대한 경제적·기술적 지원을 차단하려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당국자들은 특히 이란이 최근 중국 상업위성에서 확보한 고해상도 영상을 이용해 중동의 미군기지와 걸프·아라비아해의 미 해군 함정을 추적·표적화할 능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Axios가 보도했다. 미국은 이 때문에 미 해군 함정의 위치를 이란이 파악하기 어렵도록 작전 절차까지 일부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트럼프의 요구는 중국에 이란과 관계를 완전히 끊으라는 것이라기보다는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에서 이란의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정보·부품·군사장비 등의 지원에는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두 번째 청구서, ‘2개월짜리’ 무역휴전]
경제 분야에서도 완전한 타결은 나오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은 오는 11월10일 종료될 예정이던 무역휴전을 2027년 1월10일까지 불과 두 달만 연장하기로 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양국이 더 큰 경제합의를 모색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부산 합의를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기존 약속 이행 문제다. AP는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5월 미중 합의 이행 상황을 점검한 결과,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와 보잉 항공기 구매, 무역·투자 협의체 구성 등에서 진전 정도가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농산물 구매는 당초 약속에 못 미칠 가능성이 제기됐고 보잉 항공기 구매도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11월 중국, 12월 미국…두 번 더 만난다]
그리고 시진핑은 마지막 날 중요한 일정을 직접 공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해 안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날 기회가 두 차례 더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이고 두 번째는 12월 미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다. AP 역시 “시진핑이 연내 두 차례 추가 정상회담을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무역휴전 종료 시점인 2027년 1월10일을 놓으면 일정이 묘하게 연결된다. 9월 워싱턴 → 11월 중국 → 12월 미국 → 1월10일 무역휴전 종료. 따라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어떤 수사를 사용했느냐보다 희토류와 농산물 등 경제 현안에서 기존 합의가 얼마나 이행되고, 미국이 그 결과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이번 워싱턴 정상회담이 협상의 종착점이라기보다 연말까지 이어질 미중 협상의 출발점에 가까운 이유다.
[마지막 일정은 ‘미국 민주주의의 금고’였다]
이번 국빈방문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는 마지막 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을 워싱턴의 미국 국립기록보관소(National Archives)로 안내했다. 이곳에는 미국 독립선언서와 헌법, 권리장전 원본이 보관돼 있다. AP는 시진핑이 미국 방문 마지막 날 헌법을 직접 보는 일정으로 국립기록보관소를 찾았다고 전했다.
그런데 장소가 갖는 상징성은 분명하다. 중국공산당 최고지도자의 국빈방문 마지막 장면이 미국 대통령과 함께 독립선언서·헌법·권리장전 앞에 서는 모습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외교적으로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정상회담 직전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진핑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종교 자유 문제를 직접 제기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중산복 입은 시진핑…미중의 서로 다른 메시지]
시진핑 역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숨기지 않았다. 시 주석은 국빈만찬에 서양식 턱시도 대신 검은색 중산복을 입고 등장했다. 중산복은 쑨원의 이름에서 유래했지만 마오쩌둥 시대를 거치며 중국의 정치적 상징성이 강해졌고, 오늘날 중국 지도자들은 당 행사나 군사 퍼레이드 등 정치·역사적 의미가 큰 자리에서 주로 착용한다.
국빈만찬 자체도 철저히 상징적으로 연출됐다. 미국 측은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사용됐던 것과 같은 와이너리의 스파클링 와인을 선택했고, 시진핑은 ‘핑퐁 외교’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중 협력을 언급했다. 양국 모두 갈등보다 협력의 역사를 부각시키려 한 것이다.
[Why Times Insight “ 레드카펫보다 중요한 것은 ‘두 달’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평가할 때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화려한 의전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끝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에게 이례적인 국빈 의전을 제공했다. 직접 공항까지 나가 맞았고, 백악관 국빈만찬을 열었으며 마지막에는 미국의 독립선언서와 헌법이 보관된 국립기록보관소까지 함께 찾았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서는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트럼프는 중국의 대이란 지원에 “용납할 수 없다”는 선을 그었다. 무역에서는 완전 타결 대신 두 달짜리 휴전 연장만 나왔다. 희토류와 농산물, 첨단기술과 대만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로이터가 이번 정상회담을 화려한 상징성에 비해 실질적 돌파구가 제한적이었던 회담으로 평가한 배경이다.
그래서 이번 회담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숫자는 ‘두 달’일 수 있다. 완전히 합의했다면 두 달짜리 휴전 연장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완전히 결렬됐다면 휴전을 연장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워싱턴에서 끝난 것은 미중 협상이 아니다. 다음 협상을 위한 시간이 두 달 더 주어진 것이다. 11월 중국, 12월 미국, 그리고 2027년 1월10일.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레드카펫 위에서 두 정상이 얼마나 환하게 웃었느냐가 아니다.
이번 회담에서 서로 제시한 요구와 기존 약속이 실제로 얼마나 이행되는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미소는 화려했지만, 계산서는 그대로 남았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