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전용기에서 사라진 중국 CEO 군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1년 만의 미국 국빈방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레드카펫만이 아니다. 오히려 시진핑의 전용기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사람들이 이번 정상회담의 성격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중국이 당초 추진했던 대규모 기업인 공식 수행단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을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직접 영접했고, 백악관에서는 미군 479명이 동원된 공식 환영식과 군사 사열, B-2 스피릿 전략폭격기와 F-22 랩터 4대의 비행까지 준비했다. 그러나 이런 최고 수준의 의전과 경제·통상 협상은 별개였다. 미국이 주목하는 것은 중국이 이미 약속한 희토류 공급과 미국산 농산물 구매 등을 실제로 얼마나 이행하느냐였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시진핑은 23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사흘간의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는데, 그러나 중국이 추진했던 대규모 기업인 공식 수행단은 시진핑과 함께 오지 않았다”면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공개한 공식 수행 인사에도 차이치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과 왕이 외교부장 등이 포함됐을 뿐 기업인 대표단은 없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로이터는 18일 “중국이 시진핑 방미에 동행할 기업인 명단을 미국 측과 조율하고 있으며 BYD·CATL·샤오미·고션하이테크·하이센스·완샹그룹·중국은행·COFCO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일부 후보 기업들이 미국에서 중국군 연계 의혹이나 무역·기술·안보 문제로 규제 또는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미국 측은 미중 CEO 원탁회의 개최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렇다고 중국 기업인들이 모두 미국에 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SCMP는 24일, “미국 비자를 가진 소수의 중국 CEO들은 시진핑의 공식 수행단과 별도로 워싱턴에 도착했다”고 확인했다. 알리바바·샤오미·CATL·BYD 등이 거론됐지만 실제 어느 기업의 어떤 경영진이 도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백악관 국빈만찬 참석 여부마저 막판까지 불투명했다는 점이다. SCMP에 따르면 중국 기업인들의 행사 참석 문제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협의 과정에서도 논의됐다. 결국 이번 장면은 “미국이 중국 기업인의 방미 자체를 막았다”기보다 중국이 기업인 군단을 시진핑의 공식 경제사절단으로 활용하려던 구상이 무산됐고, 일부 CEO들은 각자 워싱턴으로 들어와 만찬 초청 여부를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트럼프는 CEO 군단 데려갔는데…중국의 ‘상호주의’는 통하지 않았다]
이 장면이 더 눈에 띄는 이유는 지난 5월 상황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는 미국 주요 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했다. 중국은 이번 시진핑 방미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기업인 대표단을 구성하려 했지만 최종적으로 같은 형태의 공식 동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반대로 미국 측 국빈행사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기술기업 경영진들이 초청됐다. 로이터는 “정상회담에 앞서 제프 베이조스, 순다르 피차이, 샘 올트먼, 팀 쿡, 일론 머스크, 젠슨 황, 마이클 델 등이 만찬 참석자로 예정됐다”고 전했다. 백악관도 24일 공식적으로 국빈만찬에 양국 공식대표단과 기업인·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바로 여기에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한 변화가 숨어 있다. 과거에는 중국 기업의 대규모 미국 투자와 사업 확대가 정상외교의 ‘경제 선물’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워싱턴은 전기차·배터리·AI·첨단기술 분야의 중국 기업 진출을 단순한 투자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실제 미국 자동차 업계도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자동차업체의 미국시장 진입을 계속 제한해 달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요구하면서 일자리와 국가안보 문제를 동시에 제기했다.
[두 달짜리 휴전…트럼프가 보는 것은 ‘이행’]
그렇다면 기업인과 투자 카드의 활용 공간이 좁아진 상황에서 시진핑은 무엇으로 트럼프를 움직일 수 있을까? 정상회담 전날 나온 합의가 힌트를 준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11월 10일 종료될 예정이던 기존 무역휴전을 두 달 연장하기로 했다. 장기적인 최종 타결이 아니라 시간을 두 달 더 확보한 것이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양국이 이 기간에 보다 큰 무역합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특히 주시하는 것은 중국의 기존 약속 이행이다. 지난 7월 미중 협상에서도 베선트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중국에 희토류 공급과 미국산 농산물 구매 약속을 이행하라고 압박했다. 당시 미국 측은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170억달러어치 추가 구매와 보잉 항공기 200대 구매 등을 약속했지만 일부 합의가 충분히 이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두는 특히 트럼프의 핵심 정치 기반인 미국 농가와 직결돼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2028년까지 매년 미국산 대두 2500만t을 구매하기로 한 기존 약속을 이행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대두 이외 농산물 구매와 관세 문제는 여전히 협상의 대상이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대두·수수 등 농산물과 희토류가 핵심 통상 의제로 다시 올라왔다.
[그러나 시진핑도 빈손은 아니다…희토류라는 카드]
그렇다고 이번 협상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중국에 청구서를 내미는 구조로만 보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중국 역시 미국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카드를 가지고 있다. 바로 희토류다. 로이터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세계 희토류 채굴의 최대 70%, 정제·가공 능력의 85%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이런 압도적인 공급망 지배력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 수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관세와 첨단기술 규제라는 강력한 카드를 갖고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와 제조업 공급망이라는 지렛대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미중 협상은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시진핑이 받아들이는 구조라기보다 서로 상대방의 약점을 쥔 채 벌이는 힘겨루기에 가깝다. 로이터 역시 “시진핑이 이번 회담에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와 희토류 지배력을 지렛대로 갖고 들어왔다”고 분석했다.
[11년 전에도 시진핑은 바로 이곳에서 약속했다]
미국이 중국의 ‘약속 이행’에 민감한 데에는 과거 경험도 있다. 2015년 9월 25일 시진핑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백악관 로즈가든 공동기자회견에서 남중국해 난사군도의 중국 건설 활동이 “어느 국가도 겨냥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군사화를 추구할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금도 당시 백악관 공식 기록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후 중국은 남중국해 인공섬에 활주로와 레이더·군사시설 등을 구축했다. 바로 이런 전례 때문에 워싱턴에서는 중국과의 새로운 합의 역시 선언 자체보다 실제 행동과 이행을 확인해야 한다는 시각이 강하다.
[대만 문제에서도 물러서지 않은 시진핑]
대만 문제에서도 양국의 구조적인 간극은 그대로 드러났다. 신화통신이 25일 공개한 정상회담 내용에 따르면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미국이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고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기를 희망한다”고 직접 요구했다. 중국이 미국의 기존 표현보다 한층 분명한 정치적 입장을 요구한 것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대만 무기판매 중단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약 14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대만 무기판매 패키지도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 법률은 대만의 충분한 자위능력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미국 내에서는 대만 무기판매를 미중 협상의 카드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B-2와 F-22까지…최고의 환대 속 미국 군사력 과시]
그리고 이번 국빈방문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장면이 있다. 미국의 군사력이다. 백악관이 사전에 공개한 공식 일정에 따르면 24일 환영식에는 미군 479명이 동원됐으며 로즈가든 군사 사열의 마지막에는 B-2 스피릿 스텔스 전략폭격기 1대와 F-22 랩터 전투기 4대가 백악관 상공을 비행했다. 이것은 공식적으로는 국빈 환영행사의 일부였다.
그러나 정치적 상징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진핑에게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예우와 미국이 보유한 최첨단 군사력이 한 화면에 동시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를 시진핑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협박’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환대와 힘의 과시가 동시에 연출됐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화려한 환영 뒤에 남은 진짜 질문]
결국 이번 정상회담을 이해하는 핵심은 의전과 정책을 분리해서 보는 것이다. 트럼프가 시진핑을 극진하게 환대했다고 해서 미국의 대중국 기술통제와 투자규제, 중국 기업에 대한 안보 심사, 대만정책까지 동시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반대로 중국 역시 희토류와 제조업 공급망이라는 카드를 내려놓지 않았다.
실제로 로이터는 정상회담 직후 분석에서 이번 회담의 주요 포인트로 무역·AI와 함께 양국의 전략적 경쟁을 꼽았다. 결국 정상회담의 성적표는 화려한 환영식보다 앞으로 실제로 무엇이 이행되는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Why Times Insight]
이번 시진핑 방미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어쩌면 화려한 레드카펫이 아니라 시진핑의 공식 수행단에서 중국 기업인 군단이 빠졌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당초 BYD·CATL·샤오미 등 대표 기업인들의 참여를 추진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일부 기업인은 시진핑과 따로 워싱턴으로 들어왔고 국빈만찬 참석 여부마저 막판 협의 대상이 됐다. 이는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와 기술협력이 과거처럼 손쉽게 정상외교의 ‘선물 보따리’가 되기 어려워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시진핑이 완전히 ‘외통수’에 몰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희토류라는 강력한 지렛대를 가지고 있고 미국 역시 중국의 공급망 보복 가능성을 의식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라기보다 서로 상대방의 카드를 확인하면서 일단 시간을 더 확보한 회담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제부터 시진핑의 행동이 중요해졌다. 미국산 농산물 구매와 희토류 공급 같은 기존 경제약속에서 실제 행동을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이란·러시아 등 보다 큰 지정학적 현안에서 미국이 원하는 움직임을 일부 보여줄 것인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다만 후자의 경우 현재까지 구체적인 합의가 확인된 것은 없다. 대만 문제에서도 시진핑은 미국에 보다 강한 입장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미국 정책이 어디까지 움직일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트럼프의 화려한 환영 의전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레드카펫은 환대였지만 경제협상의 계산서까지 없애준 것은 아니었다. B-2와 F-22까지 동원된 화려한 환영식이 끝난 뒤 남는 것은 희토류, 농산물, 시장 접근, 대만, 기술통제 같은 구체적인 현안들이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의 진짜 승부는 백악관의 레드카펫 위가 아니라 그 레드카펫이 걷힌 뒤 시작된다. 시진핑이 워싱턴에서 받은 최고의 예우가 실제 미중관계의 전환으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잠시 갈등을 미뤄둔 두 달짜리 휴전에 그칠 것인지는 이제 양국이 무엇을 행동으로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