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땀 흘린 돈 돌려달라”…거리로 나온 노동자들]
중국 경제의 위기가 이제 부동산 가격이나 소비·투자 같은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월급봉투’까지 파고들고 있다. 중추절·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쓰촨성 청두와 허난성 정저우, 광시좡족자치구 위린 등에서 밀린 임금을 달라는 노동자들의 집단 항의가 잇따랐고, 중앙 국유기업 계열사의 공사현장까지 체불 논란에 휘말렸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반응이다. 중국 공산당 최고위 간부를 교육·훈련하고 당의 이론과 정책을 연구하는 최고급 간부교육기관이자 핵심 싱크탱크인 중앙당교마저 기관지인 ‘학습시보’를 통해 중국 인민들의 이러한 임금 체불 시위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내렸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중앙당교(中共中央党校) 기관지 《학습시보》는 지난 18일, “지금 사회 각층에서 퍼지는 부정적 여론은 사회 모순의 폭발점이자 사회안전의 고위험 지대”라고 규정하면서 “각급 정부에 여론 대응 능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학습시보는 이어 “일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생계형 분노가 다른 사회적 불만과 결합할 경우 경제위기가 통계에서 거리로, 다시 사회안정 문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 당국도 현재 중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시위에 대해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만의 Newtalk 신문도 지난 21일, “중국내 시위 가운데 가장 최근 알려진 사례 가운데 하나는 20일 쓰촨성 청두에서 나왔다”면서 현지 소셜미디어 영상 등에 따르면 청두시 청화구 상업단지 ‘룽후·싼첸지(龍湖·三千集)’에서 공사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이 밀린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집단 항의했는데, 개발사와 시공사인 칭루이장식이 노동자 80여 명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노동자들은 회사 소재지로 몰려가 출입문 주변에 앉아 해결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Newtalk 신문은 이어 “같은 날 광시좡족자치구 위린시 보바이현 룽탄산업단지에서도 체불임금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항의가 전해졌다”면서 “공개된 영상에는 노동자들이 ‘피땀 흘린 돈을 돌려달라(還我血汗錢)”는 문구를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고 밝혔다. Newtalk 신문은 “노동자들은 7명이 녹 제거와 도장·방화도료 공사를 끝냈지만 50만 위안이 넘는 임금을 받지 못했으며, 체불 기간도 거의 5년에 이른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Newtalk 신문에 따르면, 더 눈길을 끄는 사건은 이틀 전인 18일 허난성 정저우에서 나왔다. 노동자들이 중철칠국그룹 정저우공정유한공사를 찾아가 밀린 임금 지급을 요구했다는 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중철칠국은 중국의 대표적인 중앙 국유기업 중국중철(CREC) 계열이다. 개별 현장의 체불 주장이 중국중철 전체의 유동성 문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임금체불 논란이 영세 민간업체를 넘어 중앙 국유기업 계열사의 공사현장에서도 제기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몇 건의 우연한 체불인가?…이미 숫자가 달라졌다]
문제는 이런 장면을 몇몇 지역에서 우연히 발생한 사건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미국 프리덤하우스의 ‘중국 반체제 모니터(China Dissent Monitor·CDM)’에 따르면 2025년 중국에서 확인된 항의 사건은 모두 5,343건으로 2024년 3,704건보다 44% 증가했다. 특히 2025년 4분기에는 노동자가 전체 항의 사건의 54%를 주도했다. 광둥이 가장 많은 항의가 기록된 지역이었고, 허난·후난·산시·저장 등이 뒤를 이었다.
임금 체불은 그중에서도 중요한 노동분쟁 요인이다. ‘중국 반체제 모니터’는 “2026년 춘제를 앞둔 4개월 동안 임금체불 관련 노동항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명절 직전 밀린 임금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CDM이 관측한 공개 사건 기준으로 최근 그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노동·부동산·토지 등을 둘러싼 민생형 항의는 이어지고 있다. ‘중국 반체제 모니터’는 “2026년 2분기에 846건의 항의를 기록했으며 주택 소유자·구매자가 36%, 노동자가 24%, 농촌 주민이 18%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반체제 모니터’는 ”올해 중국 당국의 온라인 검열 강화 때문에 공개적으로 포착되는 사건 자체가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 수치는 중국에서 발생한 모든 항의를 의미하는 전수조사가 아니라 공개적으로 확인된 사건의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왜 월급까지 밀리나?…중국 경제의 ‘돈맥경화’]
그렇다면 왜 지금 임금 문제가 다시 부각되는 것일까. 최근 발표된 중국 경제지표를 보면 구조적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보다 5.2%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달 소매판매 증가율은 불과 0.4%로 7월의 0.6%보다 더 떨어졌고 시장 예상치 0.8%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장은 돌아가는데 중국인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건설업의 임금체불은 부동산 침체와 발주처·시공사의 자금사정에 취약하다. 개발사나 발주처의 공사대금 지급이 늦어지면 원청에서 하청, 다시 작업반과 농민공으로 이어지는 자금사슬의 가장 아래에 있는 노동자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9월 18일, 중앙당교가 심상치 않은 경고를 내놨다]
바로 이런 시점인 9월 18일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 1면에 눈길을 끄는 글이 실린 것이다. 제목은 ‘여론 유도와 여론 사태 처리 능력을 높여야 한다(提高輿論引導和輿情處置能力)’. 필자는 중앙당교·국가행정학원 문사교연부 부주임 친루(秦露)다.
학습시보는 “현재 중국의 여론 지형이 ‘심각한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여론이 사회 모순의 폭발점이자 사회안전의 고위험 지대가 됐다”고 썼다. “여론 대응은 더 이상 선전 부문이나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라 각급 정부의 통치 능력을 시험하는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더 의미심장한 대목도 있다. 글은 시진핑의 발언을 인용해 “인터넷이라는 관문을 넘지 못하면 장기 집권이라는 관문도 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대형언어모델이 가치관을, 이미지 모델이 미의식을, 영상 모델이 서사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이 국가 통치와 이념안보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습시보’는 또한 “공공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단순히 여론을 ‘꺼야 할 불’이나 ‘처리해야 할 골칫거리’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민생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여론 유도와 대응 능력을 국가 통치체계 속에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 글을 단순한 ‘검열 강화 지침’으로 규정하기보다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민생 갈등과 온라인 여론의 결합을 통치 리스크로 얼마나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건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공산당이 경계하는 것은 ‘한 번의 시위’가 아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온라인 확산이다. Freedom House가 2025년 6~12월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에 게시된 항의 관련 게시물 2,970건을 추적한 결과 약 3분의 2가 이후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과 플랫폼의 정보 통제 때문에 실제 항의 규모와 확산 정도를 외부에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바로 여기에서 임금체불 문제가 갖는 정치·사회적 민감성이 커진다. 청두 노동자가 정저우의 체불 항의를 보고, 정저우 노동자가 광시에서 “피땀 흘린 돈을 돌려달라”고 외치는 노동자의 영상을 접한다면 각 지역의 개별적인 경제 갈등이 서로 비슷한 문제로 인식될 가능성이 생긴다. ‘학습시보’가 플랫폼 알고리즘과 AI, 새로운 정보 유통 구조를 거론하면서 여론 대응을 통치 능력의 문제로 강조한 것도 이런 정보환경의 변화와 연결해 볼 수 있다.
[Why Times Insight]
이번 사태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임금체불 사건 몇 건 자체가 아니다. 중국 경제의 문제가 부동산 가격과 지방정부 부채, 소비·투자 부진이라는 거시경제 영역을 넘어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생계인 ‘월급’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8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0.4%까지 떨어졌고 고정자산투자는 1~8월 7.2% 감소했으며, 청년실업률은 18.9%까지 치솟았다. 이런 경제적 압박과 최근의 체불 항의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자산의 문제이고 지방정부 부채는 일반 노동자에게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달, 두 달 일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당장의 식비와 집세, 자녀 교육비를 위협하는 생존의 문제다. 실제 ‘중국반체제 모니터’가 관측한 임금체불 관련 노동항의가 2026년 춘제를 앞둔 4개월 동안 전년 동기보다 60% 늘었다는 사실은 이런 생계형 갈등이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 더욱 민감한 문제는 개별 항의의 숫자보다 서로 다른 지역의 분노가 연결되는 상황일 수 있다. 이는 아직 실제 전국적 연대가 형성됐다는 뜻이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이 서로 떨어진 지역의 비슷한 불만을 빠르게 공유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학습시보’가 인터넷과 AI·알고리즘을 통치 문제로 비중 있게 다루고 여론을 “사회 모순의 폭발점”이라고 규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물론 현재 확인되는 임금체불 항의들은 지역별로 흩어진 개별 사건이다. 이를 곧바로 전국적 폭동이나 중국 공산당의 체제 위기로 연결할 근거는 아직 없다. 더욱이 중국 내부 항의 통계는 검열과 정보 접근 제한 때문에 완전한 전수조사가 아니라는 한계도 있다. 따라서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민생형 항의가 상당한 규모로 지속되고 있고, 중국 당국 역시 온라인 여론과 사회갈등의 결합을 중요한 사회안정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앞으로 중국 경제를 판단할 때 GDP 성장률이나 수출·소매판매만 봐서는 부족하다. 밀린 월급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오는 노동자가 얼마나 늘어나는가, 그리고 각 지역에 흩어진 생계형 분노가 온라인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가. 이것이 중국의 경제적 어려움이 더 광범위한 사회불안으로 전이되는지를 판단할 중요한 신호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