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때리려 했는데…9월에도 일본노선만 44% 급감]
일본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으로 시작된 시진핑의 대 일본 보복조치가 정작 일본에 피해를 입히기는커녕 중국만 엄청난 손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시진핑 주석이 일본을 압박하겠다며 중국인들의 일본 여행을 가로막기 위해 중국 항공사들의 일본 노선을 대폭 줄였지만, 정작 일본 항공사들의 중국 노선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본 항공사들만 소위 대박을 친 것이다. 실제로 중국국제항공,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등 중국 3대 국유항공사들은 올 상반기에만 82억 위안, 약 12억 2천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베이징 당국이 정치적 갈등을 이유로 일본 여행 자제를 촉구하고 중국 항공사들의 일본 노선을 대폭 축소한 것이 오히려 중국에게는 부메랑이 되어 엄청난 피해만 양산한 꼴이 된 것이다.

일본 최대 규모의 종합 비즈니스 지식 정보 사이트인 프레지던트 온라인(PRESIDENT Online)은 16일, “9월 중국의 국제선 공급은 전체적으로 7.6% 증가했고, 한국 노선은 112만석으로 26.1% 늘어나 중국 최대 국제항공시장이 됐지만, 반면 일본만 44.3% 줄어 56만 7,802석으로 내려앉았다”면서 “중국 항공업계가 국제선 전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제선은 늘리면서 일본 노선만 유독 크게 줄이고 있는 것이 그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프레지던트 온라인은 이어 “그 사이 중국국제항공·중국동방항공·중국남방항공 등 중국 3대 국유항공사는 올 상반기에만 합계 82억 위안, 약 12억 2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물론 이 손실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중동전쟁 이후 폭등한 항공유 가격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비용 쇼크가 덮친 바로 그 시점에 베이징의 대일 압박으로 중국 항공사들이 수익성 높은 일본시장까지 축소하면서 위기에 대응할 선택지를 스스로 좁혔다는 점에서 ‘반일 카드의 부메랑’이 주목된다”고 밝혔다.
영국의 항공 데이터·분석 전문회사인 OAG의 9월 통계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OAG는 “중국의 전체 항공 좌석 공급은 8,730만석으로 전년 동월보다 6.2% 증가했는데, 국내선도 5.9%, 국제선도 7.6% 늘었다”면서 “튀르키예 노선은 61%, 필리핀은 52% 증가했는데, 일본 노선만 44.3% 줄었다는 사실은 현재의 감편이 중국 항공시장 전체의 침체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중일 항공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로, 다카이치는 중국이 대만을 무력 공격하는 상황이 일본의 ‘존립위기사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는데, 이후 베이징은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촉구했고, 중국 항공사들도 일본 노선을 잇달아 줄였다”면서 “9월 16일에도 둥쥔 중국 국방부장은 베이징 샹산포럼에서 ‘역사적 퇴행’과 ‘군국주의’ 부활을 경고했는데, 이는 일본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중일 갈등 자체가 아직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문제는 일본이 중국 항공사의 ‘돈 되는 시장’이었다는 것]
중국이 일본 노선을 줄이면서 발생한 가장 큰 문제는 이 시장이 중국 항공사들에 단순한 해외노선 하나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프레지던트 온라인(PRESIDENT Online)이 16일 OAG 등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중국 3대 국유항공사는 매출의 약 30%를 국제선에 의존하고 있으며, 일본은 2025년 국제선 성장을 견인했던 최대 시장 가운데 하나였다. 중국동방항공의 일본 노선 공급은 240만석으로 전년보다 27% 증가했고, 중국남방항공도 일본시장 공급이 130만석으로 45% 늘어 한국보다 컸다.
더욱이 중국 국내선은 고속철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경기 부진 때문에 운임을 마음대로 올리기도 어렵다. 북미 노선 역시 미중 간 운항편 제한 때문에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반면 일본과 유럽은 상대적으로 운임 인상이 가능한 몇 안 되는 국제시장이었다. 중국 민항당국 규정상 항공사는 연료비 상승분의 최대 80%까지 운임에 반영할 수 있지만 HSBC는 실제 전가율을 약 60%로 추산했다. 지나치게 가격을 올리면 중국 국내 여행객들이 고속철이나 다른 여행지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하필 기름값 폭등할 때 ‘황금노선’을 잘랐다]
중국 항공사 입장에서 더욱 뼈아픈 것은 시점이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동전쟁 이후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 3대 항공사의 상반기 연료비는 전년 동기보다 35~38% 증가했다. 중국 항공사들은 연료가격 헤지도 많지 않아 국제유가 급등에 특히 취약했다. 국제여객 수요 회복으로 매출은 약 10% 증가했지만 막대한 연료비 부담을 상쇄하지 못했다.
그래서 올 1분기까지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춘절 여행 특수에 힘입어 중국 3사는 합계 48억2천만 위안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불과 석 달 뒤 상반기 누적으로는 82억 위안 적자로 추락했다. HSBC는 올해 전체 3사의 손실이 168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13억 위안 흑자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결과다.
바로 이 상황에서 일본 노선 축소가 겹쳤다. 프레지던트 온라인에 따르면, 올해 2월에는 일본을 오가는 49개 노선에서 예정됐던 항공편이 전부 운휴됐고, 중국 3대 항공사는 일본 노선 항공권에 대해 일정 변경이나 미사용 구간 환불을 허용했다. 2025년 12월에도 중국계 항공사의 일본행 공급은 당초 계획했던 185만석·9,813편에서 142만석·7,432편으로 줄어 좌석은 23.2%, 운항편은 24.3% 감소했다. 그리고 그 감편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올 9월 현재 44.3% 감소로 더 깊어진 것이다.
[中 관광객 반토막 났는데 일본은 버텼다]
그렇다면 베이징이 원했던 일본 관광산업 타격은 성공했을까. 중국의 조치가 일본에 피해를 주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만큼 일본 관광시장 전체를 흔들지는 못했다. 프레지던트 온라인이 일본정부관광국(JNTO)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중국 본토발 일본 방문객은 전년 동기보다 56.3% 급감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일본을 찾은 전체 외국인 방문객 감소폭은 1.7%에 그쳤다. 중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 상당 부분 채웠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숫자는 7월에 나왔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7월 방일 외국인은 344만 2,1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0.1% 증가하면서 역대 7월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한국·인도네시아·멕시코 등 17개 시장에서 7월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이 나왔고, 대만은 사상 처음으로 월간 70만명을 돌파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급감에도 일본 관광시장 전체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숫자다.
분명한 것은 중국 항공사의 감편으로 일본 항공사들이 일부 노선에서 공급 감소에 따른 운임 상승과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점이다. 물론 중국 항공사들의 82억 위안 손실이 그대로 ANA·JAL의 이익으로 넘어갔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되었건 중국 항공사들의 82억 위안 손실이 시진핑의 ‘반일정책’이 부른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특히 항공유 가격 폭등같은 어려운 경영 환경이 덮쳤을 때,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일본 노선을 대폭 축소한 것은 대일 압박 과정에서 발생한 정책적 비용이 결국 중국 항공사들의 손실을 키우는 악재가 되었다고 할 것이다. 다시말해 고유가라는 최악의 외부 충격을 흡수해야 할 순간에 중국 항공사들이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고수익 시장 하나를 크게 줄였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Why Times Insight]
중국은 오랫동안 14억 인구와 거대한 해외여행 시장을 외교적 압박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상대국과 정치적 갈등이 벌어지면 단체관광을 제한하거나 여행 자제를 촉구해 관광·항공·호텔·면세산업을 압박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이 강력하려면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중국 관광객이 빠진 자리를 다른 나라 관광객이 메우지 못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일본의 사례에서는 바로 그 전제가 흔들렸다. 중국 본토발 관광객은 1~7월 56.3% 감소했지만, 일본 전체 외국인 방문객 감소는 1.7%에 그쳤고, 급기야 7월에는 역대 최고 기록까지 세웠다. 반면 중국 항공사들은 9월 현재 전체 국제선 공급을 7.6% 늘리면서도 일본 노선은 44.3% 줄여놓은 상태다. 일본에 경제적 고통을 주려고 꺼낸 카드의 비용 일부가 중국 기업에도 되돌아온 것이다.
물론 중국의 82억 위안 적자 전체가 반일정책 때문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고유가였다. 일본 역시 중국 관광객 급감으로 피해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관광객과 항공노선을 외교무기로 사용하는 순간 상대국만 비용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중국 기업도 동시에 비용을 떠안는다는 구조적 한계는 이번 사례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더구나 9월 현재도 중국 전체 국제선은 늘어나는데 일본 노선만 44% 넘게 줄어 있다.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 장기화될수록 중국 항공사들이 감당해야 할 기회비용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상대를 때리려고 휘두른 경제무기, 곧 시진핑의 어리석은 선택이 자국 기업에도 상처를 내는 것, 바로 이것이 이번 중국의 ‘반일 관광 카드’가 보여주는 가장 큰 역설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