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러 80% "5년 넘은 전기차 안 받는다"…무너지는 중고차 가치]
세계 전기차 시장을 뒤흔들었던 중국이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중국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차가 이미 4400만대에 달하면서 초기 보급 차량들이 대거 중고차 시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중국 중고차 딜러의 약 80%가 차령 5년을 넘긴 순수전기차를 아예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 섬뜩한 것은 중국 도로 위에 이미 약 4400만대의 전기차가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기차 대국이 됐지만, 그 성공의 대가로 세계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수천만대 규모의 ‘전기차 노후화’ 역시 가장 먼저 맞닥뜨리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공개한 ‘Global EV Outlook 2026’에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미래를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숫자가 등장한다. IEA는 중국 중고차 시장을 분석하면서 “중국 중고차 딜러의 약 80%가 차령 5년을 넘긴 순수전기차(BEV)를 매입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유는 분명하다. 빠른 배터리 기술 발전으로 신형 전기차 성능이 계속 좋아지면서 기존 차량은 빠르게 구형이 되고, 여기에 배터리 건강상태와 향후 대규모 수리비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오래된 전기차를 사려는 수요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전기차가 처음으로 ‘5년의 벽’을 만나고 있는 셈이다.
[배터리가 죽는 것이 아니라 ‘차값’이 먼저 죽는다]
실제 중고차 가격은 이러한 불안을 그대로 보여준다. IEA에 따르면 중국에서 3년 된 전기차의 잔존가치는 2024년 약 46%였다. 그런데 2025년 말 BEV와 PHEV의 평균 잔존가치는 약 42%까지 내려갔다. 중국 전체 중고차 시장의 잔존가치가 50%를 조금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분명하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이 수치를 ‘배터리가 3~5년 만에 절반으로 망가진다’는 뜻은 아니다. 42%라는 숫자는 배터리 용량이 아니라 자동차의 중고 잔존가치다. 실제 전기차 배터리는 상당수가 5년 이후에도 충분한 성능을 유지한다. 문제는 중고차를 사는 소비자와 딜러가 배터리의 정확한 건강상태와 향후 수리비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결국 중국 전기차에서 나타나는 더 무서운 현상은 배터리의 물리적 수명이 끝나기 전에 자동차의 경제적 가치가 먼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4400만대가 동시에 늙어간다]
이 문제가 중국에서 특별히 위험한 이유는 규모 때문이다. 중국은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빨리 전기차를 보급했다. 2025년 중국에서 팔린 전기차는 1300만대를 넘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10대 가운데 6대를 차지했다. 중국 신차 판매의 약 55%가 전기차였다. 그 결과 2025년 말 중국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차는 약 4400만대, 전체 승용차의 약 13%에 달했다.
중고 전기차도 빠르게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거래된 중고 전기차는 150만대를 넘어 전체 중고차 거래의 약 8%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신차 전기차 시장’이었다. 그러나 이제 세계 최대의 ‘노후 전기차 시장’으로도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심각한 신호…중국 내수는 줄고 수출은 154% 폭증]
그런데 9월 들어 더 주목해야 할 변화가 나타났다. 로이터가 지난 8일 중국승용차협회(CPCA)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8월 중국 국내 승용차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23.7% 감소해 11개월 연속 하락했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판매 역시 10.1% 감소했다.
반면 자동차 수출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8월 중국 승용차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77.5% 증가한 89만4000대를 기록했고,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출 증가율은 무려 154.7%에 달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의 무게중심이 내수에서 해외시장으로 더욱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남는 전기차를 세계시장으로 밀어낸다]
이는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IEA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 전 세계 전기차 생산의 거의 75%를 담당했다.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250만대를 넘어서며 1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생산과 내수 사이의 격차다. 중국의 전기차 생산능력이 국내 수요를 앞서면서 치열한 가격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중국 업체들은 더 높은 수익을 찾아 해외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 2026년 1분기 중국 전기차 수출은 다시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유럽과 미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에서 수입된 차량이 판매량의 55%를 차지한다. 중국에서 발생한 전기차의 ‘5년 문제’가 앞으로 중국만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5년 뒤 동남아·중동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중국 업체들이 지금 동남아시아·중동·중남미·유럽 등에 대량 판매하는 전기차 역시 언젠가는 중고차가 된다. 그때 중국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해외에서도 반복된다면 문제가 커진다.
전기차는 단순히 신차를 수출하는 것으로 사업이 끝나지 않는다. 배터리 상태를 진단해야 하고, 보증과 수리망을 유지해야 하며, 부품을 공급하고 중고차 가격까지 방어해야 한다. 즉 ‘차를 얼마나 싸게 만들어 파느냐’에서 ‘5년 뒤 그 차를 누가 얼마에 사주느냐’로 경쟁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가격과 빠른 신차 출시를 무기로 세계시장을 공략했던 중국 자동차 업체들에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싸움이다.
[중국 정부도 이제 ‘많이 만들기’보다 품질을 보기 시작했다]
베이징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자동차 산업을 대상으로 1년간의 대대적인 품질 개선 캠페인을 시작했다. 자동차 업체들에게 제품 품질과 신뢰성, 내구성을 자체 점검하도록 하고 결함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리콜하도록 요구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 전기차의 상태와 수리 이력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전기차 산업의 경쟁 기준이 지난 수년간의 ‘가격·신기술·출시 속도’에서 ‘품질·안전·내구성·사후관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배터리 제국 CATL도 다른 전쟁에 들어갔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 굴기의 또 다른 상징인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의 최근 주가 조정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다만 CATL 주가 하락을 중국 배터리 산업의 붕괴로 연결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중국 배터리 산업 전체가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에서 ‘공급과잉 속에서도 얼마나 이익을 남기느냐’는 싸움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국내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ESS용 배터리 셀 출하량은 지난해 거의 두 배인 612GWh까지 늘었고 CATL은 이 가운데 121GWh를 판매했다. 하지만 CATL의 ESS 단위당 매출은 약 15% 감소했다. 중국 배터리 산업의 막대한 공급능력이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CATL도 ‘성장’보다 ‘수익성’을 증명해야 한다]
CATL의 경쟁력이 당장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2025년 세계 배터리 셀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했고 CATL은 여전히 세계 최대 업체다. 규모와 원가 경쟁력도 막강하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시장의 질문도 달라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절에는 생산능력 확대 자체가 성장의 증거였다. 이제는 공급과잉과 가격전쟁 속에서 그 막대한 생산능력이 얼마나 안정적인 이익으로 전환될 수 있느냐를 보여줘야 한다.
따라서 CATL의 최근 주가 조정에서 읽어야 할 핵심은 ‘CATL의 몰락’보다는 중국 배터리 산업이 고성장 산업에서 공급과잉과 가격경쟁을 관리해야 하는 성숙산업으로 넘어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Why Times Insight]
중국 전기차의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다. 지난 10년간 시진핑 정부가 전기차 산업의 성공을 증명하기 위해 내세운 숫자는 생산량·판매량·수출량·세계시장 점유율이었다. 그 기준으로 보면 중국의 성공은 압도적이다. 중국은 세계 전기차 생산의 약 4분의 3을 차지하고 배터리 셀 생산에서는 80% 이상을 장악했다. 부동산이 무너지고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전기차와 배터리는 중국 제조업과 수출을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제 게임의 규칙이 달라지고 있다. ‘얼마나 많이, 얼마나 싸게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5년 뒤에도 그 자동차가 자산으로서 가치를 갖는가’라는 질문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배터리 수명 문제가 아니다. 중고차 가격과 배터리 진단, 수리비, 보증, 보험, 리스, 부품 공급, 브랜드 신뢰가 하나로 연결된 전기차의 생애주기 전체에 대한 문제다. 더구나 중국은 국내 자동차 수요가 약해지는 상황에서 생산된 차량을 해외시장으로 더욱 공격적으로 밀어내고 있다. 8월 중국 내 전기차·PHEV 판매가 10.1% 감소하는 동안 수출은 154.7% 폭증했다는 최근 통계는 이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바로 여기에 시진핑의 전기차 전략이 맞닥뜨릴 다음 위험이 숨어 있다. 지금 중국에서 먼저 나타난 ‘5년의 벽’이 앞으로 중국산 전기차가 대량 판매된 동남아·중동·유럽에서 반복된다면 중국 업체들은 가격만으로 시장을 장악하기 어려워진다.
자동차는 스마트폰처럼 몇 년 쓰고 버리는 제품이 아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기차 대국이 됐다. 그리고 이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기차 고령화 사회’에 들어서고 있다. 그래서 시진핑의 전기차 굴기가 진정한 세계 자동차산업의 패권으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는 앞으로 판매량보다 더 어려운 질문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있다.
“5년 뒤에도 소비자는 중국 전기차를 사고 싶어 할 것인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중국 전기차 신화의 진짜 성적표가 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