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라우에서 터진 한마디…“후과는 항상 따른다”]
중국 외교가 다시 거칠어지고 있다. 팔라우에서는 대만의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참석에 “후과가 따를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고, 행사장에서는 중국 측과 연계됐다는 의심을 받은 사복 인력의 촬영·감시 논란까지 불거졌다. 호주에는 일본과의 갈등 국면에서 강경한 이미지로 이름을 알린 류진쑹을 신임 대사로 보냈고, 관계개선을 위해 베이징을 찾은 일본 의원단에는 오히려 대만 문제부터 입장을 바꾸라고 압박했다. 한동안 ‘미소 외교’ 뒤로 물러난 듯했던 중국의 늑대전사, 이른바 전랑외교가 다시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AP통신은 지난 3일, “최근들어 중국의 전랑외교가 귀환했다는 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은 팔라우에서 열린 태평양도서국포럼(PIF) 행사장이었다”면서 “대만의 린자룽 외교부장은 중국 측 인사들이 PIF 행사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벌였다며 중국의 행동을 직접 ‘전랑외교(wolf warrior diplomacy)’라고 비판했으며, 대만 측 행사에서는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인물들이 참석자들을 촬영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중국 정부 요원이라는 사실이 독립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대만 측은 중국 측의 사복 인력 활동을 문제 삼았다. 단순한 외교적 설전이 아니라 상대에게 ‘우리가 보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을 주려는 행위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중국의 태평양 압박, 오히려 역풍 맞았다]
그런데 중국의 강압은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PIF에서는 중국이 지난 7월 태평양 방향으로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문제까지 도마에 올랐다”면서 “여러 태평양 국가들이 충분한 사전통보가 없었다며 투명성과 국제규범 준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바로 그 태평양에서 중국의 행동 자체가 안보 우려의 대상이 된 것이다.
로이터는 이어 “더욱이 미국과 호주는 이번 PIF를 계기로 태평양 도서국에 총 5억8000만달러 규모의 지원책을 내놓았다”며 “중국이 대만 문제를 앞세워 압박 수위를 높이는 동안 미국과 호주는 돈과 인프라·안보협력으로 공간을 파고들고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중국이 힘으로 상대를 밀어붙일수록 오히려 미국·호주를 태평양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호주에는 왜 하필 류진쑹을 보냈나?]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호주 신임대사로 류진쑹을 선택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호주 ABC는 지난달 28일 류진쑹을 소개하면서 제목부터 “Wolf warrior?”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호주 ABC는 “류진쑹은 중국 외교부 아시아국장 시절 중일 갈등이 격화되자 일본 외무성 고위관료를 만났고, 당시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일본 측 인사를 마주한 모습이 크게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한 장의 사진보다 베이징이 왜 지금 이런 경력과 이미지를 가진 외교관을 호주에 보냈느냐는 점이다. 호주 ABC는 “중국은 24일 류진쑹이 호주에 부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며 “중국과 호주는 수년간의 무역보복과 외교충돌을 거쳐 가까스로 관계를 안정시켜 왔는데, 그런 시점에 ‘전랑’ 이미지가 강한 외교관을 캔버라에 배치했다는 사실은 향후 호주를 향한 중국 외교가 이전보다 훨씬 공세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짚었다.
[일본 의원들은 관계개선하러 갔는데…“먼저 입장 바꿔라”]
일본을 향한 중국의 태도는 더욱 직접적이다. 지난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의 ‘존립위기사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뒤 중일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 쉐젠은 당시 SNS에 다카이치 총리를 겨냥해 ‘더러운 목을 베어버린다’는 취지의 극단적인 표현까지 사용했다.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이 사건을 올해 중국 ‘늑대전사’의 귀환을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으로 평가했다.
그래서 일본 초당파 의원 3명이 지난달 24일 얼어붙은 관계를 풀겠다며 베이징으로 향했다. 그러나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루캉 부부장은 일본 대표단에게 “중일 관계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근본 원인은 분명하다”며 일본이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을 수정하지 않는 한 중국도 대일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못박았다. 대화를 위해 찾아온 상대에게 사실상 “먼저 굴복해야 관계를 풀겠다”는 선결조건을 내민 셈이다.
[중국은 전랑외교를 버린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다시 이렇게 거칠어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외교전문지인 디플로맷(Diplomat)은 지난 7월, “사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중국은 전랑외교를 완전히 버린 적이 없다”면서 “중국이 전랑외교를 폐기한 것이 아니라 상대·쟁점·전략적 목적에 따라 훨씬 선택적으로 사용하도록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처럼 중국이 협상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이 많은 상대에게는 미소를 짓지만, 대만·일본·태평양처럼 ‘핵심이익’이 걸린 문제에서는 언제든 늑대의 얼굴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원인…외부보다 내부에 있다]
그런데 전랑외교의 부활을 단순히 중국의 자신감으로만 해석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올해 1월 “최근 전랑외교의 귀환은 중국이 직면한 외부 도전보다 오히려 중국 내부의 정치적 압력을 더 많이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체제 아래 외교부의 자율성은 줄어든 반면 외교관에게는 당 중앙의 노선에 맞춰 ‘감히 투쟁하라’는 요구가 강해졌는데, 결국 강경발언 자체가 지도부에 대한 충성심과 투쟁성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술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6년 현대중국저널(Journal of Contemporary China)은 중국 외교부 기자회견 계량분석을 통해 “2019년 7월부터 중국 외교언어가 급격히 공격적으로 변했으며, 가장 강력한 설명변수는 민족주의나 국제갈등 자체보다 중국공산당의 외교부에 대한 정치적 개입 강화였다”고 분석했다. 전랑외교가 몇몇 성격 급한 외교관의 일탈이 아니라 시진핑 체제의 외교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구조적 현상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 굴기’의 선전과 현실 사이 벌어지는 간극]
여기에 또 하나의 요인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오랫동안 과시해온 ‘미국과 대등한 중국’이라는 이미지와 실제 역량 사이의 간극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중국의 기술추격은 실제로 진행되고 있지만, 다만 핵심 부품에서는 여전히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초조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전문지인 Epoch AI도 지난 4일 보고서에서 “AI 반도체에서는 격차가 더욱 분명하다”며 “화웨이의 올해 AI 연산력 생산량은 엔비디아의 4%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했다. Epoch AI는 이어 “중국산 HBM만 사용할 경우 2028년에도 약 1% 수준이며, 개별 칩 성능에서도 2030년까지 3~4년의 격차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이 발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미 미국과 대등하다’는 정치적 선전이 기술현실보다 훨씬 앞서가 있는 것”이라 고 분석했다.
더구나 중국 기술굴기의 상징인 화웨이는 지금 미국 법정에서 장기간의 영업비밀 절취와 제재 회피, 금융기관 기만 등의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FT는 7일 이를 “화웨이의 부상은 범죄 위에 세워졌는가?”라는 질문으로 정리했다.
분명한 것은 중국 기술굴기의 대표기업이 바로 그 성장과정을 둘러싸고 미국 법정의 심판대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베이징의 ‘기술강국’ 서사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전랑외교의 치명적 역설…겁은 줄 수 있어도 존중은 얻지 못한다]
문제는 전랑외교가 실제로 효과가 있느냐는 것이다. 올해 발표된 와세다대 연구진의 한국·일본·대만 설문실험에서는 전랑외교식 메시지에 노출된 사람들의 중국에 대한 평가가 오히려 악화됐다. 특히 한국에서 부정적 변화가 가장 크고 일관되게 나타났다. 중국의 우월성을 공격적으로 주장할수록 중국에 대한 존중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반감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전랑외교의 치명적인 역설이다. 진정한 강대국이라면 외교관이 매번 으르렁거리지 않아도 상대가 협력할 이유를 스스로 찾게 만든다. 그런데 상대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마다 경제보복을 하고, ‘후과’를 경고하고, 상대국 정치인을 모욕해야 한다면 그것은 힘의 과시인 동시에 설득력과 소프트파워의 한계를 자인하는 모습이 될 수도 있다.
[Why Times Insight]
중국 외교에서 지금 벌어지는 변화의 본질은 ‘판다외교에서 전랑외교로의 단순 회귀’가 아니다. 필요할 때는 판다를 내세우고, 상대가 말을 듣지 않으면 늑대전사를 투입하는 ‘선택적 강압외교’가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두 개의 압력이 동시에 존재한다. 밖으로는 미국과의 전략경쟁, 첨단기술 격차, 태평양에서 커지는 서방의 견제가 있고, 안으로는 시진핑 체제의 중앙집권화와 ‘투쟁하는 외교관’이 되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이 있다. 바로 그 두 압력이 만나는 지점에서 전랑외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존 F. 케네디에게 귀속되는 유명한 경구가 있다.
“국내정치는 우리를 패배시킬 수 있을 뿐이지만, 외교는 우리를 죽일 수 있다.”(“Domestic policy can only defeat us; foreign policy can kill us.”)
중국이 기억해야 할 경고이지만 중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외교에서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과 상대에게 존중받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위협으로 한 번의 양보를 얻어낼 수는 있지만, 반복되는 겁박은 주변국으로 하여금 중국을 ‘협력해야 할 국가’가 아니라 ‘대비해야 할 위험’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팔라우에서 “후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하는 순간 중국은 대만만 위협한 것이 아니다. 주변의 모든 나라에 ‘중국의 요구를 거부하면 당신도 다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것이야말로 전랑외교가 가진 가장 위험한 자충수다.
그리고 한국이 중국 외교의 실패에서 배워야 할 교훈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의 힘은 상대를 겁먹게 만드는 능력만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상대가 스스로 함께하고 싶어 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 그것이 외교의 진짜 국력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