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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화웨이 성공신화, 훔친 기술로 만들었나?”…美 법정서 시진핑 기술굴기까지 심판대 - FT가 던진 질문…“화웨이의 부상은 범죄 위에 세워졌나?” - 기술 하나가 아니었다…라우터·안테나·로봇까지 - 더 섬뜩한 것은 'A2'와 'A9'였다
  • 기사등록 2026-09-08 0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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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가 던진 질문…“화웨이의 부상은 범죄 위에 세워졌나?”]


중국 최대 ICT 기업 화웨이의 성공신화가 미국 법정의 심판대에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화웨이의 부상은 범죄 위에 세워졌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미국 검찰이 지난 20여 년간 화웨이가 경쟁사 기술 절취와 금융기관 기만, 이란·북한 관련 제재 회피를 조직적으로 벌였다고 주장하는 형사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이번 재판에서 더 중요한 것은 벌금 액수만이 아니다. 검찰 주장이 배심원에게 받아들여진다면 중국이 세계적인 기술기업의 성공 사례로 내세워온 화웨이의 성장 과정 자체에 거대한 의문부호가 찍힐 수 있다. 결국 법정에 선 것은 한 기업만이 아니라 서방 기술을 따라잡아 기술패권국가로 올라서겠다는 시진핑의 ‘기술굴기 모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FT는 7일(현지시간) 화웨이 형사재판을 다루면서 “화웨이의 부상은 범죄 위에 세워졌나? 미국 배심원이 판단한다”(Was Huawei's rise built on crime? A US jury will decide)면서 사건의 핵심을 찌르는 제목을 달았다.


FT는 이 기사에서 “미 검찰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단순한 기업 간 특허분쟁이나 직원 개인의 일탈과는 다르다”면서 “검찰은 화웨이가 장기간에 걸쳐 경쟁기업의 영업비밀을 빼내고 금융기관을 오도했으며 제재 대상 국가와의 사업 관계를 숨기는 등의 행위를 하나의 지속적인 범죄 패턴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래서 동원된 법률이 바로 미국에서 마피아와 조직범죄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RICO법이다.


[기술 하나가 아니었다…라우터·안테나·로봇까지]


미 법무부가 2020년 공개한 56쪽짜리 대체기소장을 보면 검찰의 주장이 얼마나 광범위한지 드러난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검찰은 화웨이가 인터넷 라우터 소스코드와 이동통신 안테나 기술, 로봇 관련 기술 등 경쟁기업의 비공개 지식재산을 부정하게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이를 통해 화웨이가 연구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여 경쟁우위를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는 현재 재판에서 입증돼야 할 검찰 측 혐의다.


FT도 “대표적인 사례가 T-Mobile의 휴대전화 테스트 로봇 ‘Tappy’ 사건”이라면서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 검찰이 보여주려는 것은 특정 로봇 부품 하나를 훔쳤느냐가 아니라, 개별 사건들을 연결하면 경쟁자의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기업 내부에서 활용하는 구조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더 섬뜩한 것은 'A2'와 'A9'였다]


미 법무부의 기소장은 이어 “사건은 기술절취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화웨이는 내부 문서에서 제재 대상 국가를 암호로 관리했는데, ‘A2’는 이란, ‘A9’는 북한이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특히 북한 관련 혐의는 구체적이다. 기소장에는 화웨이가 늦어도 2008년부터 북한의 여러 프로젝트에 관여했으며, 2013년 북한으로 보내는 물품에는 화웨이 로고를 붙이지 말라는 취지의 배송 지침까지 있었다고 적시돼 있다. 검찰은 화웨이 관계자들이 금융기관에는 북한에서 사업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주장한다


이란 문제도 심각하다. 검찰은 화웨이가 Skycom과의 관계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면서 금융기관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고, Skycom을 통해 이란 사업을 수행했다고 주장한다. 법무부는 더 나아가 이 사업 가운데 이란 정부의 국내 감시활동을 지원한 장비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멍완저우가 남긴 4쪽짜리 문서가 돌아왔다]


이번 재판에서 화웨이에 특히 부담스러운 것은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이자 CFO인 멍완저우가 남긴 진술이다. 멍완저우 자신은 현재 이 사건의 피고인이 아니지만, 2021년 자신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검찰과 기소유예합의를 체결하면서 4쪽짜리 사실관계 진술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지난 6월 도널리 판사는 이 진술 내용을 화웨이 재판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문서에는 이란 사업과 관련해 금융기관에 제공된 설명 가운데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었다는 취지의 인정이 포함돼 있다. 한때 멍완저우를 자유롭게 해준 문서가 5년 뒤 화웨이를 겨누는 검찰의 증거가 된 셈이다.


[진짜 공포는 벌금이 아니다]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화웨이가 막대한 금전적 처벌에 직면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화웨이에 더 무서운 것은 벌금 액수보다 ‘범죄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라는 미국 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다.


화웨이는 이미 미국의 수출통제로 최첨단 반도체와 제조장비 접근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RICO 사건의 유죄판결까지 추가될 경우 글로벌 금융회사와 공급업체, 통신사업자, 각국 정부가 화웨이와 거래할 때 부담해야 할 법률·평판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것이 실제 사업 위축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기술·안보 경계론에 강력한 법적 근거가 하나 더 추가되는 효과는 무시하기 어렵다.


여기서 냉정하게 봐야 할 부분도 있다. 이번 재판에서 유죄가 나온다고 해서 곧바로 화웨이가 몰락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화웨이는 이미 미국 시장 의존도를 크게 낮췄고, 중국 내수시장과 중국 정부의 산업정책을 등에 업고 독자적인 반도체·AI·통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강력한 수출통제가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화웨이는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AI 컴퓨팅 분야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유죄=화웨이 붕괴’라는 단순 공식보다는 앞으로 금융·부품·해외시장 접근 비용이 얼마나 높아질 것인가를 살펴봐야 한다.


[결국 시진핑의 기술굴기가 심판대에 오른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화웨이 한 회사의 운명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시진핑에게 화웨이는 단순한 민간기업이 아니다. 미국의 기술봉쇄를 뚫고 중국이 반도체·AI·5G 분야에서 독자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기업이다. 그런데 미국 배심원이 화웨이 성장 과정의 일부가 장기간의 기술절취와 기만적 행위에 기반했다고 판단한다면, 중국이 강조해온 ‘자주혁신(自主創新)’ 성공신화의 정당성에도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시점도 예민하다. FT 역시 “이번 사건이 미중관계의 민감한 국면에서 진행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재판은 법정 안에서는 화웨이의 과거 행위를 다루지만, 법정 밖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훨씬 큰 싸움과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Why Times Insight]


이번 재판의 핵심 질문은 “화웨이가 얼마나 큰 벌금을 내느냐”가 아니다. “화웨이라는 중국 기술굴기의 대표 성공모델은 과연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이다. 미국 검찰의 주장이 사실로 인정된다면 그동안 흩어져 있던 영업비밀 절취, 이란·북한 사업 은폐, 금융기관 기만 의혹이 처음으로 하나의 거대한 그림으로 연결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중국과의 기술전쟁에서 “중국의 첨단기술 성장은 공정한 경쟁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훨씬 강하게 밀어붙일 명분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곧 화웨이의 즉각적인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화웨이가 중국이라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국가 지원을 등에 업고 미국 중심 기술·금융체계에서 더 멀리 떨어진 독자 생태계로 이동할 것인가, 그리고 미국이 동맹국들에 화웨이 배제를 다시 압박할 것인가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재판은 화웨이의 과거를 심판하는 재판이면서 동시에 시진핑의 기술굴기가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결정할 또 하나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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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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