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40년 된 소련 군함까지 꺼냈다…러시아 해군의 처참한 현실 - The Insider가 던진 질문…"왜 소련 군함 한 척에 23억달러를 쏟았나" - 미사일은 최신이다…그래서 역설은 더 커진다 - 그런데 흑해에서는 '함대 없는 우크라이나'에 얻어맞고 있다
  • 기사등록 2026-09-03 05:00:01
기사수정


[The Insider가 던진 질문…"왜 소련 군함 한 척에 23억달러를 쏟았나"]


러시아가 23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어 거의 30년 동안 전열에서 사라졌던 소련제 핵추진 순양함을 다시 바다에 띄우고 있다. 1988년 취역한 '아드미랄 나히모프'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급 수상전투함의 귀환을 자랑하지만, 정작 이 군함을 되살리는 데 들어간 시간과 돈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러시아 해군의 모습이 드러난다. 새 대형 순양함 대신 40년 된 소련의 배를 되살려야 하는 러시아의 현실이다.

The Insider는 지난 1일, '러시아 핵추진 순양함 아드미랄 나히모프, 거의 30년간 23억달러 들인 수리 끝에 복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보도에서 The Insider는 “나히모프는 현재 공장시험과 해상시험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이후 국가시험을 거쳐 2026년 말까지 러시아 해군 전투서열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The Insider가 주목한 것은 나히모프의 엄청난 화력이 아니었다. The Insider는 “왜 러시아는 소련 시대 군함 한 척을 살리기 위해 이토록 오랜 시간과 막대한 돈을 투입했느냐”라고 반문하면서 “공식적인 현대화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3년 타스통신이 전한 금액은 이미 2000억 루블을 넘어섰는데, 이를 현재 환산액으로 약 23억달러 규모”라고 짚었다. The Insider는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부족한 조선소의 작업능력과 숙련된 기술인력, 기타 자원을 오래된 선체 하나를 복원하는 데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바로 이 대목이 중요하다. 나히모프가 강력한 군함이냐 아니냐가 핵심이 아니다. 러시아가 왜 21세기 중반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소련이 만든 20세기 군함 하나를 붙잡고 있어야 하느냐는 것이 진짜 질문이다.


[1988년 취역…푸틴의 군함이 아니라 '소련의 군함']


나히모프의 이력을 보면 이 질문은 더욱 선명해진다. The Insider는 “이 함정은 러시아연방이 건조한 군함이 아니다”면서 “소련 시절 프로젝트 1144 '오를란'급으로 건조돼 1988년 '칼리닌'이라는 이름으로 소련 해군에 취역했는데, 1997년 7월 마지막 항해를 한 뒤 사실상 전열에서 이탈했고, 1999년 세브마쉬 조선소에 공식적으로 수리를 위해 들어갔다. 대규모 현대화가 실제 시작된 것은 2013년이었다”고 짚었다.


그러니까 1997년 이후 제대로 작전하지 못했던 배가 2026년에 다시 현역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나히모프는 지난 6월, 28년 만에 바다로 나가 최종 단계의 해상시험을 시작했다. 러시아 해군총사령관 알렉산드르 모이세예프는 연말까지 함대에 복귀시킨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8월 26일 러시아 언론도 공장·해상시험 이후 국가시험을 연말까지 끝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사일은 최신이다…그래서 역설은 더 커진다]


물론 러시아는 단순히 낡은 배를 수리한 것이 아니다. 사실상 함정 내부와 무장체계를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The Insider는 “기존 20기의 P-700 그라니트 대함미사일 대신 칼리브르 순항미사일과 오닉스 대함미사일, 치르콘 극초음속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는 80개의 범용 수직발사 셀을 설치했다”면서 “러시아 측 자료에 따르면 방공미사일용 96셀도 갖춰 전체적인 미사일 탑재능력은 세계 수상전투함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나히모프를 단순한 '고철덩어리'라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상적으로 전력화된다면 NATO도 무시하기 어려운 강력한 장거리 타격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역설은 더욱 커진다. 최신 미사일과 전자장비를 얹을 플랫폼으로 러시아가 선택한 것이 새로운 대형 수상함이 아니라 1980년대 소련이 건조한 선체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문제는 '배를 전혀 못 만든다'가 아니다]


여기서는 정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오늘날 군함을 전혀 건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잠수함은 물론이고 고르시코프급 호위함과 초계함, 소형 미사일함 등은 계속 건조하고 있다.


문제는 규모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나히모프와 같은 2만t급 대형 수상전투함을 새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소련 해군의 키로프급을 대체할 차세대 대형 수상전투함 구상도 실제 대규모 양산단계로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러시아가 지금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수상전투함 가운데 하나가 40년 전 소련이 만든 군함이라는 이야기다. 이것이 나히모프의 80개 미사일 셀보다 더 중요한 숫자다.


[그런데 흑해에서는 '함대 없는 우크라이나'에 얻어맞고 있다]


나히모프의 귀환을 더욱 씁쓸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지금 흑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흑해함대와 정면으로 맞설 전통적인 대규모 수상함대를 사실상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 넵튠 대함미사일과 장거리 순항미사일, 공격드론, 무인수상정을 결합해 러시아 해군에 상당한 손실을 입혀왔다.


그리고 이것은 2022년 모스크바함 격침으로 끝난 과거 이야기가 아니다. The Insider는 “지난달 12일에도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해군의 핵심기지인 노보로시스크를 공격했다”면서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 공격으로 프로젝트 11356R급 호위함 '아드미랄 마카로프'와 '아드미랄 에센', 부얀-M급 소형미사일함, 바실리 비코프급 초계함 등 러시아 군함 4척이 서로 다른 수준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의 독립적인 피해 확인은 제한적이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함정을 크름반도에서 밀어낸 뒤에도 노보로시스크까지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8월 첫째 주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The Insider는 “우크라이나 무인체계군 사령관 로베르트 브로우디의 발표를 토대로 8월 1~8일 사이 흑해와 아조우해에서 러시아와 연계된 선박 최소 12척이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즉 러시아가 북쪽에서는 초대형 핵추진 순양함의 부활을 이야기하는 바로 그 시기에 남쪽 바다에서는 우크라이나의 값싼 무인체계가 러시아의 해상전력을 계속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23억달러짜리 거함 vs 값싼 무인정]


바로 이 장면을 The Insider도 지적했다. “나히모프와 같은 거대하고 값비싼 수상함이 현대전에서 얼마나 생존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비교적 값싼 대함미사일과 무인수상정을 이용해 러시아 함정들을 공격해온 현실을 고려하면, 나히모프처럼 막대한 무기와 인력·비용이 하나의 선체에 집중된 군함은 동시에 엄청나게 값비싼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The Insider의 지적이다.


결국 지금 러시아 해군에서는 두 개의 시대가 충돌하고 있다. 북방함대에서는 2만8000t짜리 소련 시대 핵추진 순양함을 23억달러 이상 들여 되살리고 있고, 흑해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훨씬 작고 저렴한 무인정과 드론으로 러시아 함정을 공격하고 있다.


한쪽은 냉전시대 대양해군의 상징이고, 다른 한쪽은 21세기 무인전쟁의 상징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결과만 놓고 보면 러시아에 그 대비는 결코 유쾌하지 않다.


[Why Times Insight]


아드미랄 나히모프의 귀환은 분명 러시아 해군에 상당한 전력 증강이다. 80개의 공격용 수직발사 셀에 칼리브르·오닉스·치르콘을 운용할 수 있는 2만8000t급 핵추진 수상함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정말 눈여겨봐야 할 숫자는 80개의 미사일 셀이 아니라 '1988년·1997년·23억달러·거의 30년'이다.


1988년 소련 해군에 취역한 군함이 1997년 사실상 전열에서 이탈했고, 거의 30년이 지난 2026년 다시 현역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그것도 현대화 비용으로 2000억 루블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 시간과 자원을 투입했다면 당연히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왜 러시아는 새 대형 수상함을 만드는 대신 소련이 남긴 40년 된 순양함을 되살려야 했는가? 그 질문의 답 속에 지금 러시아 해군의 문제가 숨어 있다.


러시아는 여전히 세계 최강 수준의 핵잠수함 전력과 전략핵전력을 갖고 있고 신형 호위함과 잠수함도 건조한다. 따라서 '러시아 해군이 붕괴했다'고 단정하면 과장이다.


그러나 한때 미국과 세계의 대양을 놓고 경쟁했던 소련식 대형 수상함대를 러시아가 새롭게 재건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상징이 바로 나히모프다. 새로운 순양함이 아니라 소련의 순양함이 돌아왔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 거함이 돌아오는 동안 흑해에서 벌어진 일이다. 대형 수상함대가 없는 우크라이나가 미사일과 드론, 무인수상정으로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를 침몰시켰고, 러시아 함정들의 활동공간을 크게 좁혔다. 그리고 2026년 8월에도 러시아 해군기지와 선박을 겨냥한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결국 러시아가 23억달러 이상을 들여 40년 된 초대형 군함을 되살린 바로 그 순간, 우크라이나는 그보다 훨씬 저렴한 무인체계가 대형 군함을 얼마나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실전에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아드미랄 나히모프의 모습은 묘하게 지금의 푸틴 러시아와 겹친다. 겉모습은 여전히 거대하고 위협적이다. 핵추진이고, 극초음속 미사일을 탑재하며, 세계 최대급 수상전투함이라는 위용도 그대로다. 하지만 그 거대한 외형을 한 겹 벗겨보면 1980년대 소련이 남긴 선체를 21세기의 기술로 연명시키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모스크바는 아마 나히모프를 보면서 '소련의 괴물이 돌아왔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가 던지는 질문은 오히려 이것일 수 있다. “한때 미국과 세계의 바다를 놓고 경쟁했던 러시아가 왜 지금 23억달러를 들여 40년 된 소련 군함을 다시 살려야 하는가?”


바로 그 질문 때문에 아드미랄 나히모프의 귀환은 러시아 해군 부활의 상징이라기보다, 역설적으로 푸틴 시대 러시아 대양 수상함대의 한계를 보여주는 거대한 기념비에 더 가까워 보인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2781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북한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