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젤렌스키가 항공사까지 불러냈다…"러시아 하늘 위험해진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던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계속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한다면 이제 전쟁의 충격을 우크라이나 영토에만 가둬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젤렌스키가 직접 '최후통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 영공이 사실상 폐쇄될 정도로 위험해질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는 점에서 정치·군사적 메시지는 그에 버금갈 정도로 강하다. 핵심 메시지는 선명하다. 한마디로 러시아 영공 전체의 위험도를 끌어올릴 만큼 장거리 드론전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드러냈다.

로이터통신은 2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1일 밤 대국민 연설에서 매우 이례적인 대상을 향해 경고를 날렸다”면서 “군대도, 크렘린도 아니었으며, 러시아 영공을 이용하는 국제 항공사와 보험회사들이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로이터는 이어 “그는 러시아 주요 공항을 계속 이용하는 항공사와 보험사들이 앞으로 러시아 하늘에서 벌어질 상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러시아 영공이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가 민간 항공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지만 우크라이나 드론 활동이 대폭 확대되면서 러시아 영공 자체가 사실상 폐쇄되는 상황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경고였다”고 짚었다.
이는 단순한 항공안전 공지라고 보기 어렵다. 로이터는 “러시아 하늘을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안전지대로 생각하지 말라는 공개 선언에 가깝다”며 “특히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핵심 대도시 공항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장거리 드론전이 접경지역을 넘어 러시아 핵심 후방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국제사회에 미리 알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짜 무서운 숫자는 '1000'…우크라 드론전이 달라진다]
젤렌스키의 이번 발언이 단순한 엄포가 아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나흘 전 그가 직접 제시한 숫자 때문이다. 하루 1000기다. 젤렌스키는 8월 28일 최고사령관 참모회의 뒤 러시아에 대한 장거리 타격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며 현재 하루 평균 300기 이상인 공격 규모를 1000기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제시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군사적 목표의 형태로 제시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9월 1일 나온 '러시아 영공 위험화' 경고는 8월 28일의 '하루 1000기' 목표와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공격 규모를 먼저 3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뒤 국제 항공업계에 러시아 하늘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젤렌스키는 앞서 6월에도 러시아가 공습을 계속한다면 모스크바 역시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강력한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당시에도 그는 우크라이나가 원한 전쟁이 아니지만 러시아의 공격에는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를 모두 파괴할 필요도 없다…'방공망 딜레마'가 핵심]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전 국토를 문자 그대로 '융단폭격'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과도하다”면서 “핵심은 모든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가 방어해야 하는 목표의 숫자를 감당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짚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군기지와 군수공장, 정유공장과 항만, 발전시설을 모두 동시에 방어하려면 러시아는 막대한 방공자산을 전국에 분산해야 한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 공격하면서 정유시설과 수출항, 저장시설 등 러시아 전쟁경제를 떠받치는 목표물을 반복적으로 타격해 왔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군사재원과 연료공급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에너지 인프라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공격은 이미 러시아 국내 연료 공급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로이터는 8월 말 “러시아 휘발유 생산량이 국내 수요의 약 70%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주요 정유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이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수입 확대와 수출 제한으로 부족분을 메우는 상황에 놓였다.
따라서 러시아 영토가 넓다는 장점은 대규모 드론전에서는 역설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로이터는 “하루 수백 기에서 1000기 수준으로 장거리 무인기가 여러 방향에서 반복 침투한다면 러시아는 어느 지역을 우선 방어할 것인지 끊임없이 선택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우크라이나가 노리는 '방공망 딜레마'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말 떨어지자 상트페테르부르크 코앞까지 갔다]
젤렌스키의 경고가 나온 1일,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HUR)은 “레닌그라드주 우스트루가에 있는 '노바텍-우스트루가' 복합시설을 장거리 드론으로 공격했다”면서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은 적극작전국과 무인체계국이 국방군과 합동으로 '딥스트라이크'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크라인스카프라우다는 “우크라이나 측은 석유처리 핵심 설비와 공정장비가 타격받았다고 주장했다”면서 “우스트루가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발트해의 핵심 에너지 수출 거점이며, 이곳 노바텍 가스콘덴세이트 처리시설은 앞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인스카프라우다는 이어 “이번 공격의 상징성은 상당하다.”면서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주로 벨고로드와 쿠르스크 같은 접경지역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러시아 내륙과 발트해 에너지 거점까지 공격반경이 넓어지고 있는데, 이는 젤렌스키가 말한 '러시아 하늘의 위험화'가 단순한 미래형 경고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러시아, 우크라 하늘 공격…"그러면 러시아 하늘도 안전하지 않다"]
젤렌스키가 지금 이 카드를 꺼낸 직접적인 배경에는 러시아의 최근 대규모 공습이 있다. 러시아는 9월 1일까지 엿새 연속 키이우와 주변 지역을 공격했고, 이날 공격으로 12명이 숨졌다. 철도시설과 에너지시설, 주거지역도 피해를 입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미국산 패트리엇 요격탄 재고 감소 문제까지 겪고 있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서방에 추가 방공 지원을 촉구하면서 패트리엇 요격탄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이런 약점을 파고들어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섞은 대규모 공습을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남부 오데사에서도 러시아는 항만 수출시설과 루마니아 국경 인근 검문소,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 통로와 에너지 기반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그런데 젤렌스키는 이제 러시아의 이러한 전략을 비대칭적으로 되돌려주려 한다”며 “러시아와 같은 규모의 탄도·순항미사일을 확보하는 대신 대량의 장거리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후방 전체의 방공 부담과 경제적 비용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우크라이나만 계속 맞는 전쟁은 끝내겠다’는 의지가 이번 선언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리고 젤렌스키의 메시지는 러시아 국민에게도 향한다]
이 전략에는 군사적 목적뿐 아니라 분명한 정치적 효과도 있다. 지금까지 상당수 러시아 국민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멀리 떨어진 전선의 일이었지만, 공항이 드론 때문에 운항 차질을 빚고 정유시설과 물류시설이 공격받는 상황이 일상화되면 전쟁은 러시아 국민의 생활 속으로 직접 들어오게 된다.
실제로 러시아 경제에는 이미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는 “러시아가 2026년 원유 생산 전망을 1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전쟁과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이 연료 생산과 수출 전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것이 푸틴에게 부담스러운 이유는 분명하다. 로이터는 “전쟁의 비용을 전선의 병사와 접경지역 주민뿐 아니라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기업, 항공업계와 에너지산업, 일반 국민까지 체감하기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따라서 젤렌스키의 경고를 러시아 민간인을 공격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는 민간 항공을 위협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메시지의 핵심은 “푸틴이 시작한 전쟁의 비용을 더 이상 우크라이나 국민만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치적 압박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푸틴도 즉각 반응했다…"보복하겠다"]
푸틴도 젤렌스키의 경고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그는 1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드론 공격과 젤렌스키의 항공업계 경고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필요할 경우 러시아가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의 항공사 경고를 '국가 테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푸틴은 동시에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8월 한 달 동안 도네츠크 지역에서 270㎢를 장악했다고 말했다. 다만 로이터는 “이러한 러시아 측의 전황 주장을 독립적으로 검증하지 못했다”고 명시했다.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 로이터는 “푸틴은 우크라이나 지도부를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며 현 상황에서 협상이 어렵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외교적 계기가 마련될 경우 평화 논의를 진행할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면서 “공개적으로는 보복을 경고하면서도 외교적 출구까지 봉쇄하지는 않은 것”이라고 짚었다.
로이터는 “단기적으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습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로 푸틴은 1일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따라서 젤렌스키의 드론전 확대와 푸틴의 보복 경고가 맞물릴 경우 후방 인프라를 서로 공격하는 확전 국면이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Why Times Insight]
젤렌스키는 지금 푸틴에게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던지고 있다. 공식적인 외교문서 형태의 최후통첩은 아니지만 군사·정치적 메시지는 선명하다. “전쟁을 계속하겠다면 러시아도 더 이상 안전지대일 수 없다”는 것이다. 8월 28일 하루 1000기 장거리 드론 목표와 9월 1일 러시아 영공 위험 경고를 연결하면 그 의도가 더욱 분명해진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똑같은 미사일 전쟁을 벌일 수는 없다. 러시아는 여전히 막대한 탄도·순항미사일과 공격용 드론 전력을 운용하고 있고, 최근에도 키이우를 엿새 연속 공격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가 선택한 것은 '수량을 이용한 비대칭전'이다. 상대적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장거리 드론을 투입해 러시아가 전국의 수많은 전략시설을 동시에 방어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가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 1000기'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00기가 모두 목표물을 타격할 필요는 없다. 일부만 방공망을 통과해도 러시아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정유공장과 공군기지, 항만과 군수공장 가운데 어디에 방공자산을 집중할지 선택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넓은 영토를 오히려 방공 부담으로 전환시키려 하는 셈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공격의 경제적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휘발유 생산이 8월 말 국내 수요의 70% 수준으로 떨어졌고, 정부는 연료 수입 확대와 수출 제한까지 동원하고 있다. 결국 드론전은 군사시설만 때리는 전쟁이 아니라 러시아 국민이 전쟁의 비용을 일상에서 체감하게 만드는 경제전의 성격까지 띠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 젤렌스키의 선언은 단순한 보복공습 예고와 차원이 다르다. 푸틴에게는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러시아 후방 전체를 방어해야 하는 전쟁을 각오하라”는 경고이고, 러시아 사회에는 “푸틴의 전쟁이 계속되는 한 러시아 역시 전쟁의 경제적·안보적 비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푸틴의 첫 반응은 협상이 아니라 보복 경고였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비난하고 러시아의 대응을 예고했으며, 동시에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공격 준비까지 공개했다. 젤렌스키의 최후통첩성 경고가 당장 푸틴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보다는 오히려 단기적인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전쟁의 질문 자체는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핵심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얼마나 더 견딜 수 있는가”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실제로 하루 1000기 수준의 장거리 드론 능력을 확보한다면 앞으로는 “러시아가 자국의 공항·정유시설·항만·군수산업이 상시적인 드론 위협에 노출되는 전쟁을 얼마나 오래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동시에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질문에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사람은 러시아 국민이 아니다. 푸틴이다. 젤렌스키가 던진 사실상의 최후통첩에 푸틴이 더 큰 보복으로 답할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 본토로 되돌아오는 전쟁의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기 전에 협상이라는 출구를 찾을 것인지가 앞으로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버티느냐'의 싸움에서, '푸틴이 러시아 본토로 돌아오는 전쟁의 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또 하나의 국면을 열고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