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에 50% 관세폭탄…그러나 이것만 보면 본질을 놓친다]
미국이 캐나다에 50%의 초대형 관세폭탄을 터뜨렸다. 표면적인 이유는 유제품·주류·자동차 등을 둘러싼 해묵은 무역갈등이지만, 최근 워싱턴에서 나온 일련의 움직임을 연결하면 이번 충돌은 단순한 관세전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관세장벽을 높이는 동시에 중국산 제품이 캐나다와 멕시코 등 제3국을 거쳐 미국 시장으로 우회 진입하는 통로까지 틀어막겠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백악관이 캐나다를 중국 연계 제품의 불법 환적 위험이 큰 Tier 1 국가군으로 분류한 직후 미·캐나다 협상이 무너졌고,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캐나다의 제3국 무역정책에까지 제약을 요구했다. 결국 이번 50% 관세전쟁의 본질은 미국과 캐나다의 유제품 싸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구축하려는 ‘중국 없는 북미 경제권’과 중국을 포함해 대외 경제관계를 다변화하려는 캐나다가 정면충돌하기 시작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미국 백악관은 23일, “캐나다산 제품 약 200억달러어치에 50% 관세를 발동했다”면서 “캐나다의 연간 대미 수출 가운데 약 5%에 해당하며 주류와 일부 유제품, 시멘트, 의류, 하키용품 등이 영향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캐나다가 미국산 주류를 차별하고 자동차 수출에 관세율 쿼터를 적용하며 미국 낙농업자들에게 불리한 대우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충돌을 단순히 유제품이나 주류 문제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캐나다에 요구하는 범위가 양국 간 관세를 넘어 캐나다가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제3국과 어떤 경제관계를 맺을 것인가라는 문제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백악관 보고서에 등장한 ‘캐나다 경유 중국산’]
그 배경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자료가 지난 13일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이 내놓은 ‘대규모 환적 사기’(The Great Transshipment Scam) 보고서다.

보고서는 “중국에 고율관세가 부과되자 중국 수출업자들이 제품을 제3국으로 보내 단순 조립·재포장·라벨 변경·송장 재발행 등을 거친 뒤 원산지가 다른 것처럼 꾸며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고서는 아주 구체적인 사례까지 제시한다. “중국 상품 10억달러 어치를 미국으로 직접 보내면 중국에 적용되는 고율관세를 부담해야 하지만, 이를 캐나다나 멕시코를 통해 보내면서 부당하게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원산지 혜택까지 적용받으면 중국에 적용될 관세가 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워싱턴이 바라보는 ‘북미 뒷문’ 문제의 핵심이다.
[캐나다도 Tier 1…“중국의 가장 큰 조력자들”]
백악관 보고서는 불법 환적 위험과 관련된 40여개 국가·경제권을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캐나다는 EU·인도·이스라엘·일본·멕시코·한국·대만과 함께 1단계 중점 감시군(Tier 1)인 ‘다변화된 대규모 교역 선도국(Diversified Scale Leaders)’에 포함됐다. 이는 이들 국가에서 나오는 모든 대미 수출품이 중국산 세탁품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백악관 역시 합법적인 무역 흐름 속에 불법 환적 위험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분류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최대 우방이자 USMCA로 미국과 사실상 하나의 시장을 형성해온 캐나다가 이 명단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특히 중국산 상품이 캐나다를 통해 USMCA 특혜까지 이용할 가능성을 백악관이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워싱턴의 경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카니가 폭로한 美 마지막 요구…“제3국과 맺는 협정까지”]
더욱 주목할 부분은 미·캐나다 협상이 마지막 순간 무너진 이유다. AP통신은 “카니 총리는 미국이 협상 막바지에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고, 그중에는 캐나다가 다른 나라와 독자적으로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는 내용도 있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의 제3국 통상정책을 미국과 일치시키려 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미국이 캐나다산 유제품을 얼마나 수입할 것인가를 넘어 “캐나다가 제3국과 어떤 무역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까지 협상 의제로 끌어들인 것이다.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최근 미국의 대중국 공급망 정책과 백악관의 환적 보고서를 함께 놓고 보면 중국 문제가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레이어의 이례적 발언…“보복한 나라는 중국과 캐나다”]
그레이어 USTR 대표의 발언은 미국 정부가 캐나다를 얼마나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레이어는 미 상원 재무위원회에서 “캐나다가 중국과 함께 트럼프의 무역정책에 보복한 사실상 유이한 국가”라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의 ‘미국 우선 무역정책(America First Trade Policy)’ 아래 가장 우호적인 관세 대우를 받아왔음에도 미국이 제기한 시장접근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협상 결렬 뒤에도 그는 같은 논리를 반복했다. “미국에 보복한 두 나라는 중국과 캐나다”라고 다시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중국과 캐나다가 한통속이라고 선언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치지만, 미국의 최고 통상책임자가 동맹국 캐나다를 중국과 나란히 세워 공개 비판했다는 사실 자체는 충분히 강력하다.
[중국산 EV에 문 연 캐나다…워싱턴이 우려할 구조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올해 1월 캐나다가 중국과 체결한 EV(전기차) 합의가 겹친다. 로이터통신은 “카니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를 연간 최대 4만9000대까지 6.1% 관세로 수입하기로 했다”면서 “이는 트뤼도 정부가 중국산 EV에 부과했던 100% 추가관세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 중국은 이에 대한 대가로 캐나다산 카놀라씨 관세를 84%에서 약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중요한 것은 단순히 중국산 자동차 4만9000대가 아니다”면서 “미국이 중국과의 자동차·배터리 공급망 분리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북미 자동차산업이 긴밀하게 연결된 캐나다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라 짚었다.
로이터는 “중국 기업 입장에서도 미국 시장에 직접 진입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캐나다의 자동차·배터리·부품산업과 연결될 유인은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이 캐나다를 단순한 이웃나라가 아니라 중국 자본과 공급망이 북미로 들어오는 잠재적 우회 플랫폼으로 경계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목표는 ‘중국 없는 북미 경제권’인가]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캐나다가 미국산 유제품과 주류를 더 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국 내 제조업을 부활시키는 동시에 중국에서 밀려나온 생산과 상품이 멕시코나 캐나다를 통해 다시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까지 막겠다는 것이다.
그레이어 대표 역시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중국·멕시코·베트남은 물론 ‘경우에 따라 캐나다로까지’ 생산을 이전하도록 유도하는 무역정책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면서 “이를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북미 경제권 전체를 미국의 대중국 경제안보 전략과 묶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캐나다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
문제는 캐나다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카니 정부의 전략은 미국과 다르다.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과 경제관계를 확대함으로써 캐나다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카니 총리는 이번 협상 결렬 성명에서도 “캐나다가 해외 파트너십을 다변화하고 독립성과 주권을 유지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결국 양측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은 중국을 북미 공급망 밖으로 밀어내려 하고, 캐나다는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을 포함한 제3국과의 경제관계를 확대하려 한다. 워싱턴에서 보면 캐나다의 ‘경제적 자율성’이 중국에는 북미시장으로 접근할 새로운 공간이 될 수 있고, 오타와에서 보면 미국의 요구는 캐나다의 통상주권을 미국에 넘기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Why Times Insight]
이번 미·캐나다 관세전쟁을 단순히 유제품과 주류를 둘러싼 무역갈등으로만 보는 것은 절반의 분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백악관은 중국이 제3국을 이용해 미국의 관세장벽을 우회하는 문제를 국가적 차원의 통상 현안으로 끌어올렸고, 그 보고서에 캐나다를 Tier 1 위험국군으로 포함시켰다. 특히 중국산 제품이 캐나다나 멕시코를 경유해 USMCA 혜택을 부당하게 적용받을 경우 중국에 적용될 관세가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명시했다.
여기에 미국은 캐나다와의 협상에서 제3국과의 독자적인 통상정책에까지 제약을 요구했고, 그레이어 대표는 중국과 캐나다를 미국의 무역정책에 보복한 두 나라로 나란히 지목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태에서 읽어야 할 더 큰 흐름은 분명하다. 트럼프의 대중국 경제전쟁이 이제 중국과 미국 사이의 관세전쟁을 넘어 ‘중국산 상품과 자본이 어느 나라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는가’를 통제하는 2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관점에서 캐나다의 선택은 워싱턴에 단순한 통상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구축하려는 것은 사실상 ‘중국 없는 북미 경제권’이다. 그런데 캐나다가 미국의 반대편으로 움직이며 중국과 공급망을 연결하기 시작한다면, 트럼프 행정부에는 캐나다가 대중국 봉쇄망의 가장 큰 구멍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50% 관세폭탄은 캐나다와의 무역전쟁이면서 동시에, 북미 대륙에서 중국의 우회 진입로를 어디까지 차단할 것인가를 둘러싼 새로운 경제안보 전쟁의 시작일 가능성이 있다.
9월 8일 캐나다의 보복관세가 실제 발효되고 미국이 추가 대응에 나선다면, 다음 전선은 단순한 관세율이 아니라 ‘캐나다가 중국과 어디까지 경제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느냐’가 될 가능성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