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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국, 한국을 ‘중국 환적망’에 올렸다…통상 균열이 한미동맹까지 흔드나? - 경기 반도체벨트까지 직접 지목…워싱턴의 대미 신뢰 경고음 - 경기 반도체벨트가 피닉스·오스틴을 위협한다? - 이미 흔들린 관세합의…‘한국이 약속을 지키는가’라는 의문
  • 기사등록 2026-08-14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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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반도체벨트까지 직접 지목…워싱턴의 대미 신뢰 경고음]


미국 백악관이 한국을 중국산 제품의 대미 우회 수출 위험이 큰 최상위 국가군에 포함시키고, 경기 반도체벨트를 중국산 집적회로의 잠재적 환적 통로로 직접 지목했다. 실제 불법 환적 사례가 적발됐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동맹국 한국의 핵심 산업기지가 미국 제조업을 압박할 수 있는 경로로 백악관 공식 문서에 등장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더구나 한미 양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 반도체 관세, 디지털 규제, 방위비와 대중국 전략을 놓고 곳곳에서 불편한 기류를 드러내는 상황이다. 이번 보고서가 단순한 통상 경고를 넘어 한미관계 전반의 신뢰를 흔드는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미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OTMP)은 지난 13일(현지시간) ‘거대한 환적사기(The Great Transshipment Scam)’라는 제목의 25쪽짜리 보고서를 통해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과 기술 탈취에 대응해 무역법 301조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기업들이 제3국에서 포장·상표·송장과 원산지를 바꾸는 방식으로 관세를 피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세계 약 40개국이 중국의 이른바 ‘그림자 환적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 보고서는 “‘그림자 환적 네트워크’와 연결된 국가들은 세가지 유형이 있다”면서 “한국은 캐나다·EU·인도·이스라엘·일본·멕시코·대만과 함께 최상위인 ‘1유형’, 즉 ‘다각화된 규모 선도국(Diversified Scale Leaders)’에 속한다”고 밝혔다. “중국 연계 물량의 절대 규모가 크고 산업 기반과 대미 수출 플랫폼이 발달해 정상적인 무역 흐름 속에 불법 환적 위험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 등 중국 공급망과 더 깊이 결합된 2유형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백악관이 한국을 단속 우선순위가 높은 대형 교역 거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보고서의 표현은 더욱 직설적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 환적망에 포함돼 있다”면서 “멕시코·캐나다·EU·인도·일본과 함께 한국은 중국의 ‘가장 큰 조력자들(biggest enablers)’ 가운데 하나”라고 적시했다. 이러한 지적은 ‘한국이 단순히 교역량이 많아 통계적으로 포함됐을 뿐’이라고 축소 해석하기도 어렵다. 워싱턴이 중국산 제품의 원산지 세탁을 막는 과정에서 한국산 제품까지 이전보다 훨씬 강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정책적 신호이기 때문이다.


[경기 반도체벨트가 피닉스·오스틴을 위협한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보고서가 제시한 이른바 ‘어글리 시스터 시티(Ugly Sister City)’ 목록이다. 백악관은 중국 연계 제품이 거쳐 갈 가능성이 있는 해외 산업거점과 피해를 볼 수 있는 미국 제조업 도시를 짝지었다. 이 표에서 한국의 경기 반도체벨트는 집적회로(HS 854239)의 잠재적 통로로, 미국의 피닉스·오스틴·포틀랜드·산호세 반도체 생산을 압박할 수 있는 지역으로 제시됐다.

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중국산 반도체를 한국산으로 둔갑시켰다는 뜻은 아니다. 보고서도 해당 목록이 ‘예시적이며 전수조사가 아니다’라고 명시했고, 개별 한국 기업이나 구체적인 적발 사례도 제시하지 않았다. 고위험 품목의 교역 흐름과 미국 내 같은 업종의 산업지대를 연결한 정책적 모델링에 가깝다. 그렇다고 파장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미국 정부가 향후 인공지능 기반의 ‘탐정 국경(Detective Border)’ 시스템(백악관 보고서가 예고한 AI 기반 관세 단속 시스템,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선적 데이터·물류 이동 경로·품목 분류·소유 관계·생산능력 지표·이상 탐지·컴퓨터 비전 등을 하나의 예측 플랫폼으로 통합해 환적 의심 화물을 실시간으로 걸러내겠다는 구상)을 구축해 선적·소유구조·중국산 부품 비중과 우회 경로를 추적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연간 환적 또는 관련 무역 이전 규모는 분석기관과 산출 방식에 따라 400억∼3030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에 따른 미국의 관세 손실도 최소 100억 달러에서 최대 136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단순한 세관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일자리와 제조업, 국방산업 기반을 빼앗는 경제안보 문제로 규정한 만큼 앞으로 원산지 검증, 현장조사, 부품 추적과 소명 요구는 대폭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흔들린 관세합의…‘한국이 약속을 지키는가’라는 의문]


문제는 이번 보고서가 한미 통상관계가 안정된 상태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미 정상은 2025년 한국이 조선업 1500억 달러를 포함해 총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대신 한국산 제품의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반도체에도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적용한다는 약속이 포함됐다. 


그러나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의 투자합의 이행 입법이 늦어지고 있다”며 “자동차·의약품·목재 등의 관세를 다시 15%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전격 경고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한국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발표였다는 점에서 양국 간 소통에도 문제가 드러났다”면서 “당시 미국에서는 한국의 쿠팡 규제와 미국 디지털 기업에 대한 대우까지 비관세 장벽으로 거론됐는데, 통상협상이 단순히 관세율을 결정하는 협상을 넘어 한국 정부의 규제정책과 합의 이행 의지를 평가하는 시험대로 변한 것”이라고 짚었다.


여기에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단속은 한국 사회의 대미 감정을 크게 악화시켰다. 미국은 한국 기업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공장 건설에 필요한 인력의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한국에서는 “투자만 받아가고 기업과 근로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한국의 투자 집행 속도와 시장개방, 미국 기업 규제에 대한 불만이 쌓였다. 양국 모두 상대방이 약속을 충분히 지키지 않는다고 의심하는 악순환이 시작된 셈이다.


[대중국 전략과 안보정책의 온도 차까지 겹쳤다]


통상 갈등은 안보 문제와도 분리돼 있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KEI)는 ‘한미관계 2026년 주요 쟁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한미동맹의 역할을 한반도 방어에 한정하지 않고 대중국 억지와 대만해협 안정까지 확대하는 ‘동맹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의 3.5%까지 확대하고 역내 위협에 대응한다는 방향에 합의했지만,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 안정과 대북 대화 재개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미국이 한국을 ‘모범 동맹’으로 평가하면서도 중국 문제에서 어느 정도까지 함께 움직일지 계속 확인하려는 이유”라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핵심 반도체 산업이 중국의 우회 수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백악관 보고서가 나온 것은 통상과 안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반도체를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AI와 첨단무기, 군사력의 기반으로 본다. 따라서 중국산 반도체나 부품이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간다는 의심이 커지면 이는 관세 단속에 그치지 않고 대중국 수출통제, 미국의 기술 제공, 반도체 보조금과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심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Why Times Insight]


이번 보고서를 이재명 정부의 친중 행보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보고서가 분석한 무역 흐름은 2018년 이후 장기간 축적된 것이고, 경기 반도체벨트 역시 실제 범죄가 확인된 장소가 아니라 잠재적 위험 경로로 제시됐다. 이 점을 무시하고 한국이 중국산 반도체를 조직적으로 세탁해 온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명백한 과장이다.


그러나 더 위험한 것은 사실 여부가 아니라 워싱턴에서 형성되는 ‘프레임’이다. 투자합의 이행은 늦고, 미국 기업 규제는 강화되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서두르는 가운데 한국의 대표 산업기지까지 중국 환적망에 포함됐다는 인식이 굳어질 경우 미국의 대일·대만 신뢰와 한국에 대한 신뢰 사이에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통상에서 시작된 불신이 반도체 협력과 정보 공유, 대중국 공조, 방위비와 주한미군 역할 문제로 번지는 순간 한미관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침묵할 때가 아니다. 경기 반도체벨트가 어떤 자료와 기준으로 선정됐는지 미국에 공식 설명을 요구하는 동시에 중국산 웨이퍼·부품·후공정 제품의 원산지 검증체계를 선제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또한 대미 투자와 통상합의의 이행 일정도 워싱턴에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동맹은 선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미국이 한국을 중국의 우회 통로로 의심하고, 한국은 미국을 일방적으로 부담만 떠넘기는 동맹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면 작은 통상 보고서 한 장이 70년 한미동맹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균열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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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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