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도적 우세가 0.41%p 역전패로…민주당 표심이 마지막 순간 돌아섰다]
뉴욕의 조란 맘다니 시장 당선 이후 미국 민주당을 휩쓸 것처럼 보였던 민주사회주의 돌풍이 대표적 경합주 위스콘신에서 급제동에 걸렸다. 여론조사에서 한때 20∼30%포인트까지 앞섰던 한국계 프란체스카 홍(한국명 홍윤정) 후보가 민주당 주류의 지원을 받은 데이비드 크롤리 밀워키 카운티 행정관에게 불과 0.41%포인트 차로 역전패한 것이다. 민주당 유권자들은 홍 후보가 내건 진보적 경제 공약보다 경찰 폐지와 추수감사절 취소 등 과거 급진 발언이 불러올 본선 패배 가능성을 더 무겁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홍 후보가 40%에 가까운 표를 얻었다는 사실은 맘다니 이후 급진 사회주의가 민주당 내부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는 또 하나의 경고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전날 치러진 위스콘신 주지사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크롤리 후보는 39.8%, 홍 후보는 39.4%를 얻었다”면서 “78만7000여 표 가운데 두 후보의 격차는 약 3200표에 불과했는데, 위스콘신주법상 1%포인트 미만이면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지만, 격차가 0.25%포인트를 넘으면 요청한 후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홍 후보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크롤리 지지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패배 자체보다 충격적인 것은 최근 조사에서 최대 30%포인트까지 앞섰던 홍 후보의 압도적 우세가 투표함 앞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이다.
선거 직전 국내 언론이 인용한 여론조사 집계에서도 홍 후보는 50.9%로 크롤리 후보의 31.2%를 19.7%포인트 앞섰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홍 후보가 44%를 기록하며 크롤리 후보를 두 배 가까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한국계 최초의 미국 주지사 탄생 가능성’과 ‘민주사회주의 돌풍’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실제 선거에서는 아직 후보를 확정하지 않았던 민주당 유권자들과 본선 경쟁력을 중시한 중도·고령층이 막판에 크롤리 쪽으로 대거 이동했다. 여론조사가 포착하지 못한 것은 지지율이 아니라 급진 후보를 본선에 내보내도 되는가를 둘러싼 민주당 내부의 공포였다.
[민주당 주류, ‘홍 후보로는 본선에서 진다’며 비상 제동]
크롤리 후보의 승리는 단순한 개인적 역전극이 아니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때 경선에서 물러났던 그는 중도 성향의 유력 후보들이 잇따라 사퇴하자 선거전에 다시 뛰어들었는데, 여기에 3선 불출마를 선언한 토니 에버스 주지사가 막판에 크롤리를 공개 지지했고, 민주당 주류와 외부 단체들의 자금 및 조직 지원도 집중됐다”면서 “홍 후보가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공화당 톰 티파니 후보에게 주지사 자리를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민주당 전체를 움직인 것”이라 짚었다.
WP는 “지역별 득표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분명하게 드러났는데, 홍 후보는 젊은층과 대학가,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우세했지만 예상만큼 큰 격차를 만들지 못했다”면서 “반면 크롤리는 교외 지역과 고령층, 대학 학위가 없는 유권자 비중이 높은 카운티에서 강세를 보였고 일부 지역에서는 10%포인트 이상 앞섰다”고 밝혔다. WP는 이어 “홍 후보의 정책에 일부 공감하더라도 11월 본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꺾을 수 있는 인물인가에 대해서는 민주당 유권자들조차 확신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위스콘신은 뉴욕과 정치적 토양 자체가 다르다. 2016년 대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2020년에는 조 바이든, 2024년에는 다시 트럼프를 선택했으며 세 차례 모두 1%포인트 안팎의 초접전이 펼쳐졌다. 민주당 지지세가 압도적인 뉴욕에서는 맘다니의 민주사회주의 실험이 통할 수 있지만, 민주·공화 지지층이 사실상 반반으로 갈리는 위스콘신에서 급진좌파 후보를 내세우는 것은 민주당에도 엄청난 모험이다. 민주당원들이 홍 후보를 가까스로 막아선 결정적 이유도 이념 자체에 대한 찬반을 넘어선 ‘본선 생존 가능성’이었다.
[경찰 폐지·추수감사절 취소…되살아난 급진 발언의 부메랑]
홍 후보는 민주사회주의자들(DSA)의 정식 회원으로 보편적 무상보육과 공공 식료품점, 주 단위 의료보험, 최저임금 인상, 고소득층 및 대기업 증세 등을 공약했다. 그러나 선거 막판 유권자들의 판단을 흔든 것은 경제 공약이 아니라 과거의 극단적 발언이었다. 홍 후보는 경찰이 “백인 우월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예산 삭감과 폐지를 주장했고, 2020년에는 “추수감사절을 취소하라. 1621년에 이미 취소했어야 했다”는 글을 올렸다.
WP는 “논란이 커지자 홍 후보는 경찰 폐지가 현재 공약은 아니며 추수감사절도 없앨 생각이 없다고 해명했다”면서 “그러나 CNN 인터뷰에서 과거 발언을 명확하게 철회하지 못한 채 ‘추수감사절은 많은 공동체에 고통스러운 시간이기도 하다’고 답하면서 논란을 오히려 키웠다”고 짚었다. 민주당 유권자들이 우려한 것은 명절 하나의 존폐가 아니었다. 미국의 전통과 법 집행기관을 적대시했던 후보가 공화당의 집중 공격을 견디며 경합주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였다.
WP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데이비드 액셀로드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이 홍 후보의 급진성과 본선 경쟁력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면서 “더구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 등 민주사회주의 진영의 전국적 지도자들조차 홍 후보를 공식 지지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비슷한 정책을 내건 다른 진보 후보들이 전국적 지원을 받은 것과 달리 홍 후보는 논란이 큰 과거 발언을 스스로 설득력 있게 정리하지 못했다.
[하산 파이커와 일한 오마르까지…중도층 불안 키운 급진좌파 연대]
이와 관련해 폭스뉴스(FOX News)는 “홍 후보가 반미·극좌 성향 발언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킨 인터넷 방송인 하산 파이커와 선거운동을 함께한 점도 정치적 부담이 됐다”면서 “파이커는 과거 ‘미국은 9·11을 당할 만했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으며, 홍 후보와 일한 오마르 민주당 하원의원이 함께한 유세에도 등장했다”고 밝혔다. 폭스뉴스는 “홍 후보가 패배하자 그는 방송에서 장년층 유권자와 추수감사절을 비난하며 ‘기성세력이 앞으로 사회주의 좌파를 막기 위해 칼을 빼 들 것’이라고 반발했다”면서 “자신이 홍 후보 캠페인의 대표적 얼굴이 된 것이 오히려 악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모습은 급진좌파 진영의 근본적 한계도 드러냈다. 선거에서 패배한 뒤 자신들의 메시지와 후보 선택을 돌아보기보다 중도층과 고령 유권자, 언론과 민주당 주류를 탓하는 태도로는 대도시의 활동가 정치에서 벗어나 주 전체 유권자를 설득하기 어렵다. 홍 후보는 강력한 풀뿌리 조직을 동원해 수만 가구의 문을 두드렸지만, 급진적 언어가 불러온 불안을 상쇄할 만큼 넓은 연합을 만들지 못했다.
[트럼프까지 사실상 홍 후보를 겨냥한 이유]
홍 후보의 부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직접 경고에 나서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 후보의 이름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라스베이거스 연설에서 “위스콘신의 공산주의자들 가운데 추수감사절을 폐지해야 하고 경찰은 백인 우월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한 여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위험하고 정신 나간 사람들이다. 이들이 공직에 들어오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용한 발언으로 볼 때 사실상 홍 후보를 정조준한 것이었다.
트럼프의 경고는 한국계 주 하원의원 한 사람을 공격하기 위한 발언만은 아니었다. 맘다니의 뉴욕시장 당선 이후 민주사회주의자들이 대도시를 넘어 중서부 경합주의 주지사 후보 자리까지 넘보기 시작한 데 대한 정치적 경보다. 홍 후보는 결국 패배했지만 39.4%를 얻었다. 민주당 유권자 10명 가운데 4명 가까이가 민주사회주의자를 주지사 후보로 선택했다는 의미다. 급진 사회주의가 미국 사회의 주류가 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한국계 최초’에 집중한 한국 언론…미국 정치의 맥락은 놓쳤다]
이번 선거에서 국내 언론이 보여준 보도 태도 역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내 매체들은 홍 후보가 DSA(민주사회주의자들) 소속이라는 사실과 과거 발언 논란을 기사에 포함했지만, 헤드라인과 보도의 중심은 ‘한국계 최초’, ‘여론조사 선두’, ‘진보 돌풍’에 맞춰졌다. 미국 유권자들이 왜 홍 후보의 노선을 급진적이라고 판단하는지, 민주당 주류가 왜 그의 본선 진출을 막기 위해 긴급히 결집했는지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렸다. 문제는 사실관계의 누락이라기보다 미국 정치의 맥락을 충분히 해석하지 못한 평면적 중계에 있었다.
한국계라는 혈통이 미국 선거의 당선 가능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미국 유권자들은 후보의 부모가 어느 나라 출신인지를 보기 전에 그 후보가 어떤 이념과 공약을 갖고 있으며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그럼에도 국내 언론은 여론조사 수치를 거의 확정적 판세처럼 전달하면서,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유권자와 민주당 주류의 막판 결집 가능성을 충분히 읽지 못했다. 한국계 정치인의 도전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정체성에 대한 기대가 후보의 사상과 정책을 검증하는 일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Why Times Insight]
프란체스카 홍의 패배는 미국 민주당이 민주사회주의를 완전히 몰아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홍 후보가 대표적 경합주에서 39.4%를 득표하고 불과 0.41%포인트 차로 패했다는 사실은 맘다니 이후 급진좌파의 조직력과 영향력이 민주당 내부에 상당한 수준으로 뿌리내렸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홍 후보를 사실상 ‘위험한 공산주의자’로 규정한 것도 그녀 개인에 대한 공격만은 아니었다. 민주사회주의가 뉴욕을 넘어 중서부 경합주의 주지사 후보 자리까지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는 데 대한 경고였다.
그러나 위스콘신 민주당 유권자들은 마지막 순간 다른 판단을 내렸다. 보편적 보육이나 최저임금 인상 같은 경제 공약에 공감하더라도 경찰 폐지와 추수감사절 취소, 미국의 전통과 제도에 대한 적대적 발언을 반복한 후보를 본선에 내보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 것이다. 맘다니가 민주당 지지세가 압도적인 뉴욕에서 성공했다면 홍 후보는 공화·민주 지지율이 거의 반반인 위스콘신에서 같은 노선을 시험했다. 바로 그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이번 선거가 던진 결론은 두 가지다. 미국 민주당원들은 급진 사회주의자의 주지사 후보 진출을 일단 거부했지만, 그 거부는 불과 3200여 표 차이의 아슬아슬한 방어였다. 맘다니와 프란체스카 홍으로 상징되는 민주사회주의 세력은 패배했다고 사라진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후보와 노선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위스콘신은 급진좌파의 확장에 분명한 한계선을 그은 동시에, 그 세력이 이미 미국 정치의 주변부를 넘어섰다는 사실까지 경고한 선거였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