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공격한 우크라…“러시아 동맹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계선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카스피해에서 이란 화물선을 드론으로 격침한 지 닷새 만에 북한산 탄도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민가를 강타하면서, 러시아·이란·북한을 하나의 전쟁 축으로 보는 인식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직 영국대사가 “우크라이나가 다음에는 북한까지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기하면서 국제 안보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은 하나의 가설이지만, 전쟁이 더 이상 우크라이나 국경 안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경고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는 5일, 중앙일보 오피니언면 에버라드칼럼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25일 카스피해에서 이란 화물선을 드론으로 공격했다”면서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뿐 아니라 그 동맹국도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란의 화물선을 공격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북한도 공격할 수 있을까.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그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흥미로운 내용을 게재했다.
에버라드 대사가 이러한 다소 충격적인 말을 꺼내게 된 것은 ‘카스피해에서 겹친 두 개의 전쟁’과 연관되어 있다. 미국의 CNBC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은 카스피해 러시아 아스트라한 인근 해상에서 이란 선적 화물선 ’아나(Ana)’호를 장거리 드론으로 타격했다”면서 “이 공격으로 선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는데, 우크라이나가 자국 공격으로 이란인 사망자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이란 화물선뿐 아니라 러시아 미사일정 ‘몰냐’와 국제 제재 대상 화물선 ‘베게이’도 함께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카스피해에서 매우 강력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이 선박들이 러시아와 이란 사이에서 군수물자를 운반하는 데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란은 민간 상선을 공격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건”이라며 러시아 및 유럽 각국과 대응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공격의 의미는 단순한 선박 격침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의 전략은 러시아 본토와 군사시설을 직접 타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카스피해 작전은 러시아의 핵심 동맹국까지 전쟁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였다. 다시 말해, 러시아를 지원하는 국가 역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던진 것이다.
[왜 북한까지 거론되나…“평양이 이란보다 쉬울 수도”]
바로 이 지점에서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가 던진 질문이 주목된다. 그는 5일 중앙일보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가 이란 화물선을 공격할 수 있었다면 러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북한도 공격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대이란 작전보다 북한 관련 표적에 대한 공격이 기술적으로 더 쉬울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 근거는 우크라이나가 최근 확보한 장거리 드론 능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6월 “우크라이나가 사거리 3000㎞급 신형 장거리 드론을 실전 배치했다”고 밝혔고,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GUR)은 “일부 드론이 최대 3500㎞ 거리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버라드는 북한의 대러 군수물자 상당수가 선박을 통해 러시아 항구로 운송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란 화물선을 공격했던 것처럼 제3국 항구를 활용해 드론을 근접 이동시킨 뒤 목표물을 공격하는 방식이 이론적으로는 북한 관련 선박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전직 외교관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정부가 북한에 대한 직접 타격을 검토하고 있다는 공식적·비공식적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이 전쟁의 한 축으로 떠오른 이유]
이 같은 시나리오가 나온 배경에는 북·러 군사협력의 급속한 확대가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러시아가 북한군 3만 명을 추가로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북한 병사들에게 현대전 경험을 제공하고 무기 성능까지 개선하도록 돕고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NHK는 러시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실제 논의 규모는 약 2만 명 수준”이라고 전했지만, 병력 추가 파병 논의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북한산 KN-23 탄도미사일이 거의 1년 만에 다시 우크라이나 전장에 등장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의 야간 공습에 북한산 미사일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공격으로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의 한 마을에서는 어린이 3명을 포함한 일가족 6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제재정책 담당관 블라디슬라우 블라시우크는 이후 “두 번째 KN-23 탄도미사일의 잔해도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북한은 병력뿐 아니라 미사일까지 제공하면서 러시아 전쟁 수행에 직접 관여하는 국가라는 인식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북·러·이란…두 개의 전쟁이 하나로 연결됐다]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회담 역시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푸틴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온 데 대해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했고, 최선희는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이 양국 전략협력을 계속 확대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NPR은 “이 회담이 박태성 북한 내각총리의 방중, 왕후닝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의 방북과 맞물려 북·중·러 협력이 동시에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결국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러시아·이란·북한은 더 이상 각각의 별개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군사 네트워크로 움직이는 공동 전선이라는 인식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셈이다.
[Why Times Insight]
이번 논쟁의 핵심은 우크라이나가 실제로 평양을 공격하느냐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카스피해에서 이란 화물선이 공격받은 순간부터 전쟁의 공간적 범위가 러시아 본토를 넘어 그 동맹국들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카스피해 이란 선박 공격, 북한의 추가 파병 논의, 그리고 북한산 KN-23 탄도미사일의 재등장은 각각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러시아·이란·북한이 하나의 군사축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결된 흐름이다.
물론 북한 직접 타격론은 아직 전문가의 분석적 시나리오일 뿐이며, 우크라이나 정부의 계획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더욱이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점에서 정치적·군사적 위험은 이란보다 훨씬 크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러시아의 동맹국을 직접 타격한 전례를 만들었다. 이는 러시아를 지원하는 국가들이 더 이상 전쟁의 안전지대에 머물 수 없다는 새로운 경고이기도 하다. 존 에버라드 전 대사가 던진 질문의 진짜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북한을 공격할 것인가”가 아니라, 러시아의 동맹국들 역시 전쟁의 직접적인 위험권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는가 하는 점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