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마스 결국 항복…총을 내려놓은 진짜 이유는 '이란의 몰락']
하마스가 결국 창설 이후 처음으로 무장해제를 받아들이겠다는 문서에 서명했다. 수십 년 동안 조직의 존재 이유였던 무장투쟁 노선을 스스로 내려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서명의 본질은 평화를 향한 결단이 아니라, 더 이상 싸울 힘도, 자신들을 끝까지 떠받쳐 줄 후원국도 남지 않았다는 현실을 인정한 '좌절의 항복'에 가깝다.
결정적인 변화는 이란이었다. 미국 고위 관리는 "이란은 이미 오래전 하마스를 버렸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이란은 마지막 순간까지 협상에 응하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정작 하마스가 절실히 원했던 무기와 자금, 군사적 지원은 더 이상 제공하지 못했다. 결국 하마스는 이란의 만류를 뒤로한 채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만신창이가 된 이란이 더 이상 자신들을 지켜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순간, 하마스에게 남은 선택지는 사실상 하나뿐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7월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설립한 국제기구인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가 하마스와 가자지구 내 모든 무장단체의 완전한 무장해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이 합의문에는 14일 안에 세부 이행계획을 마련하고 국제 검증 아래 약 8개월 동안 단계적으로 무장해제와 가자지구 지하 터널망을 폐기하는 내용이 담겼다”면서 “하마스로서는 창설 이후 가장 중대한 노선 변경이었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번 합의를 이해하려면 먼저 "왜 하마스가 지금 총을 내려놓았는가"를 봐야 한다.
["이란은 이미 오래전 하마스를 버렸다"…이번 사태의 핵심]
이번 사태의 본질은 미국 고위 관리의 발언 속에 압축돼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미국 고위 관리의 브리핑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이란은 하마스가 이번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란은 이미 오래전 하마스를 버렸다. 그들은 더 이상 하마스를 계속 지탱할 여력이 없으며, 하마스도 이제 자신들과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이 한마디는 중동 정세의 변화를 상징한다. 수십 년 동안 하마스의 최대 후원국 역할을 해온 이란은 마지막 순간까지 "끝까지 싸우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적 구호에 불과했다. 과거처럼 미사일과 무기, 자금을 지원하며 전쟁을 지속시킬 능력은 이미 크게 약화된 상태였다. 전쟁을 계속하라고 말하면서도 전쟁을 계속할 수단은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 하마스는 바로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메네이 장례식…이란의 마지막 만류와 하마스의 결심]
이 같은 현실은 지난달 하메네이 장례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하마스 대표단은 7월 초 하메네이 장례식 참석을 위해 이란을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이란 측은 평화위원회의 제안에 서둘러 서명하지 말라고 거듭 설득했다”면서 “당시 회동은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아라그치와 하마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슈라위원회 의장 무함마드 이스마일 다르위시 사이에서 이뤄졌다”고 짚었다.
TOI는 이어 “그러나 이란은 ‘계속 저항하라’는 말만 했을 뿐, 앞으로도 충분한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은 내놓지 못했다”면서 “결국 하마스는 이란의 만류를 외면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협상 전략을 바꾼 것이 아니라, 마지막 후원국마저 더 이상 자신들을 지켜줄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 결정이었다.
[만신창이가 된 이란…하마스를 돌볼 여력조차 사라졌다]
왜 이란은 하마스를 사실상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까. 답은 이란 자신의 처지에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속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했고, 혁명수비대(IRGC) 지휘체계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핵심 에너지 시설인 사우스파르스 가스전도 공격을 받으며 경제 기반이 흔들렸다. 리알화 폭락과 고물가, 에너지 생산 차질까지 겹치면서 이란은 해외 무장조직을 지원하기보다 자국 체제를 유지하는 데 급급한 처지가 됐다.
결국 이란은 하마스를 버리고 싶어서 버린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끝까지 떠받칠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미국 고위 관리가 "이란은 이미 오래전 하마스를 버렸다"고 말한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후원국을 잃은 하마스…결국 '저항'보다 '생존'을 택했다.
하마스의 태도 변화는 극적이었다. 불과 지난 4월까지만 해도 하마스는 무장해제 요구에 대해 “어떤 상황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개 선언했다. 그러나 불과 석 달 만에 협상 문서에 서명했다. 물론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철군과 정전 이행, 인도적 지원 확대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마지막 명분을 지키려 했다. 그러나 이런 조건은 협상 우위를 보여주는 카드라기보다, 무장해제라는 역사적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에 가까웠다.
미국 측은 트럼프의 20개항 계획을 수용하는 하마스 조직원들에게 사면을 제공하는 조항이 협상을 성사시킨 핵심 설득 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조직의 이념보다 조직원들의 생존이 더 절박한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러나 하마스가 얻은 것은 아직 없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하마스가 총을 내려놓기로 했지만, 그 대가는 아직 손에 쥐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해당 계획을 공식 승인하지 않았고, 협조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으며, 군은 하마스 잔존 세력 제거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즉, 하마스는 무장투쟁이라는 조직의 정체성을 포기했지만, 그 대가로 기대했던 정전과 철군, 정치적 보상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Why Times Insight]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마스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이란의 '저항의 축'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이번 무장해제 서명의 본질은 평화협정이 아니라 후원국을 잃은 조직의 항복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하마스를 협상장으로 밀어 넣은 것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만이 아니었다. 수십 년 동안 하마스를 떠받쳐 온 이란이 더 이상 무기와 자금, 군사적 지원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는 현실이 결정적이었다. "이란은 이미 오래전 하마스를 버렸다"는 미국 고위 관리의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중동 권력구도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선언으로 읽힌다.
결국 하마스는 끝까지 싸우라는 이란의 요구보다 살아남는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이스라엘의 철군이나 확실한 정전 보장을 얻어낸 것도 아니다. 후원국에게는 버림받고, 협상 상대에게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채 총을 내려놓은 것이 지금 하마스의 현실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사건이 하마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이란이 하마스를 전략적으로 '손절'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대리세력을 유지할 능력을 상실한 결과라면, 이번 무장해제는 하마스의 패배를 넘어 수십 년 동안 중동을 흔들어온 이란의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 전략이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이 점이 이번 사태를 단순한 휴전 협상 이상의 의미를 갖는 사건으로 만드는 이유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