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의 약속 두 달 만에 흔들…홍콩 업체 앞세워 이란 방공망 재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약속을 다시 공개하며 “그의 말을 믿는다”는 뜻을 밝힌 지 불과 닷새 만에 그 믿음을 뒤흔드는 폭탄 같은 보도가 터졌다. 중국이 미국·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이란에 휴대용 방공미사일 체계 최대 400기를 공급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중국 정부뿐 아니라 중국 기업도 이란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고 트럼프에게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시진핑은 홍콩 중개업체를 앞세워 정상 간 약속을 우회했고, 트럼프는 시진핑의 말을 믿었다가 정면으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29일 익명의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란이 중국산 견착식 방공미사일 체계(MANPADS) 최대 400기 가운데 첫 물량을 수주 내에 인도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MANPADS(휴대용 대공 방어 시스템)는 보병이 어깨에 메고 적의 저고도 비행기를 격추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경량 유도 미사일 시스템을 말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계약 규모는 6000만~7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30억~97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대상에는 QW-12와 FN-16 등 적외선 유도 방식의 중국산 휴대용 방공미사일 300~400기가 포함됐으며, 홍콩에 본사를 둔 중칭바오상국제투자가 이란 측과 중국 공급업체 사이에서 거래를 중개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보도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에도 “시진핑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란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그 약속에는 중국 기업들도 포함된다”고 공개했다. 그런데 불과 닷새 뒤 중국산 미사일 수백 기가 이란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중국 정부가 직접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번 거래를 정상 간 약속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트럼프가 공개한 시진핑의 약속은 애초부터 중국 정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중국 기업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무기 미제공 약속이었다. 그렇다면 홍콩 업체가 중개하고 중국 공급업체가 물량을 대는 방식 역시 약속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홍콩 업체 앞세운 거래…면책 아닌 ‘약속 우회’ 의혹]
오히려 홍콩 업체를 중간에 끼운 거래 구조는 중국의 면책 사유라기보다 약속을 우회하기 위한 장치였다는 의혹을 키운다. 중국산 군사장비 300~400기가 해외로 반출되는 대규모 계약을 중국 당국이 전혀 몰랐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중국은 무기 수출과 민감한 군사용 장비의 해외 이전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국가다. 중국 정부가 직접 거래 당사자로 나서지 않았더라도 중국산 무기가 중국 업체와 홍콩 중개회사를 거쳐 이란으로 향한다면, 최소한 이를 묵인하거나 방치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결국 시진핑은 트럼프에게는 “이란에 무기를 보내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중국산 무기가 제3의 업체를 통해 흘러갈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됐다. 정상회담에서는 평화와 신뢰를 말하고, 뒤에서는 민간기업을 내세워 전쟁 당사국의 재무장을 돕는 중국식 이중전술이 다시 드러났다는 것이다.
[무너진 이란 방공망, 중국산 MANPADS로 재건]
이번 공급은 단순한 무기 상거래가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이란 방공망을 중국이 다시 일으켜 세우는 군사적 지원에 가깝다. 지난 5개월 동안 이어진 충돌 과정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레이더와 미사일 기지, 드론 시설과 고정식 방공 포대를 집중적으로 타격했다. 그 결과 이란의 방공망에는 심각한 구멍이 뚫렸고, 주요 군사시설과 에너지 기반시설은 추가 공습에 취약한 상태로 노출됐다.
MANPADS는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가장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는 방어수단이다. 병사가 어깨에 메고 운용할 수 있어서 고정식 포대처럼 위치가 쉽게 노출되지 않으며, 소규모 팀 단위로 군사기지와 정유시설, 미사일 발사장 주변에 분산 배치할 수 있다. 저고도로 침투하는 항공기와 헬기, 일부 드론을 위협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작전을 훨씬 까다롭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중국산 MANPADS 400기는 단순히 이란군의 무기 숫자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선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수개월 동안 공습으로 거둔 성과를 약화시키고, 이란이 장기전을 버틸 수 있도록 방공망의 빈틈을 메워주는 전력이다. 트럼프가 경고했던 중국의 이란 전쟁 개입이 사실상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루무치에서 파키스탄 거쳐 이란으로]
로이터에 따르면 첫 인도 물량은 중국 서부 우루무치에서 항공편으로 출발해 파키스탄을 거쳐 이란으로 향하는 방안이 계획됐다. 이후 물량을 항공 또는 육로로 운송할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서방 정보 소식통들은 “이란이 중국산 군수물자와 이중용도 부품을 더 은밀하게 운송하고 차단 위험을 낮추기 위해 육상 경로도 검토해왔다”고 전했다.
파키스탄군 공보실은 “중국 무기가 파키스탄을 경유한다는 주장을 완전히 날조된 허위 정보”라고 반박했다. 중국 외교부 역시 “관련 보도가 근거 없다”며 “중국은 평화를 촉진하고 분쟁을 종식시키는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와 거래 중개업체도 계약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물론 운송 경로와 계약 이행 여부는 앞으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복수의 안보 소식통이 QW 계열 미사일의 대이란 판매 협상을 파악하고 있었고, 구체적인 기종과 수량, 계약액, 중개업체와 예상 인도 시점까지 제시됐다는 점에서 단순한 소문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시진핑의 ‘아름다운 약속’, 결국 트럼프를 속였나]
이번 사안의 출발점은 지난 5월 미중 정상회담이다. 트럼프는 회담 이후 “시진핑이 이란에 군수물자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약속했다”고 공개했다. 백악관에서도 “시 주석은 이란에 어떤 무기도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를 ’아름다운 약속’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은 당시 약속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바로 이 모호성이 이제 중국의 방어막으로 활용되고 있다. 트럼프에게는 무기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말해놓고, 문제가 불거지면 “정부 간 직거래가 아니다”, “민간업체의 거래다”, “보도 자체가 근거 없다”는 논리로 빠져나갈 공간을 남겨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해한 약속의 내용은 분명하다. 중국 정부는 물론 중국 기업도 이란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홍콩 중개업체를 거친 중국산 미사일 거래가 실제로 성사됐다면, 이는 표현상의 오해가 아니라 약속의 실질적인 파기다.
[Why Times Insight]
시진핑은 트럼프 앞에서 이란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뒤 중국산 휴대용 방공미사일 최대 400기가 이란으로 향한다는 구체적인 보도가 터졌다. 중국 정부가 계약서에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면죄부가 될 수 없다. 트럼프가 공개한 약속에는 이미 중국 기업까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무기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 방공망을 복구하고, 향후 추가 공습을 어렵게 만드는 데 사용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말로는 전쟁 종식을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이란이 전쟁을 더 오래 버틸 수 있도록 무기를 공급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단순한 중국 기업의 일탈이 아니다. 정상 간 약속을 해놓고 민간업체와 홍콩 중개망을 이용해 얼마든지 우회할 수 있다는 중국식 외교의 민낯을 보여준다. 거래가 최종 확인되는 순간, 트럼프가 말했던 시진핑의 ’아름다운 약속’은 거짓말이 된다.
트럼프는 시진핑을 믿는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시진핑은 그 신뢰가 채 식기도 전에 이란의 손에 중국산 미사일을 쥐여주려 했다. 한마디로 시진핑은 트럼프의 신뢰를 이용했고, 트럼프를 속였다. 이제 9월 정상회담을 앞두고 답해야 할 사람은 트럼프가 아니라 시진핑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