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이란 군수화물 운송선” 피격…선박 공격 일삼던 이란, 대략난감]
우크라이나가 카스피해에서 이란과 연계된 선박을 전격 타격하자 테헤란이 크게 당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해당 선박이 러시아와 이란 사이에서 군수물자를 운반해 온 제재 회피 수송선이라고 주장했다. 이 설명이 사실이라면 이번 공격은 단순한 선박 피격이 아니라 이란이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는 군수물자의 북부 보급로까지 우크라이나의 공격권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란이 유럽연합(EU)과 국제사회에 항의하더라도 그동안 다른 나라 유조선과 상선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온 전력 때문에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격받은 이란보다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더 강하게 나오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아랍권 최대의 글로벌 미디어 네트워크인 알자지라(Al Jazeera)는 26일, “이란 외무부는 2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카스피해에서 이란 상선이 폭발해 선원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면서 “이란 외무부는 이 사건을 유엔헌장 2조4항 위반으로 규정하며 불법 공격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이어 이란 국영통신 IRNA를 인용해 “이란 외무부는 이날 테헤란 주재 우크라이나 차석대사를 초치해 ‘적대적이고 범죄적인’ 공격이라고 항의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사실상 공격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카스피해와 주변 국가들로 확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란의 반응에서는 당혹감이 그대로 묻어난다. 지금까지 이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으며 러시아에 공격용 무기를 제공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가 이란 연계 선박을 공개적으로 공격 대상으로 삼으면서 테헤란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들이밀었다.
다만 이란이 발표한 피격 상선과 우크라이나가 군수물자 운송선으로 지목한 선박이 정확히 같은 배인지, 공격 당시 실제로 어떤 화물을 싣고 있었는지는 아직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이란의 ‘민간 상선 피격’ 주장과 우크라이나의 ‘군수 보급선 타격’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젤렌스키 “러·이란 군수화물 운송선 타격”]
이에 대해 키이우인디펜던트(Kyiv Independent)는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날 정오 무렵 엑스(X)에 카스피해 장거리 타격 작전에서 ‘매우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적으며, 러시아 군함과 함께 ‘이란과 협력해 군수화물을 수송하던 선박’을 타격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구체적인 공격 지점과 투입 무기, 피격 선박의 수와 피해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카스피해 깊숙한 곳에 있는 선박까지 공격할 수 있음을 실제 작전으로 보여줬다는 점은 이란에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도 “공격 대상이 국제제재를 피해 러시아와 이란 사이에서 군수화물을 운송해 온 선박”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설명대로라면 이번 공격은 우발적으로 이란 선박을 건드린 사건이 아니다. 러시아와 이란을 연결하는 군수지원망을 겨냥해 치밀하게 준비한 장거리 차단 작전이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러시아 본토의 정유시설과 비행장, 탄약고, 군수공장 등을 공격하며 러시아군의 후방을 무너뜨리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이제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지원하거나 러시아와 군수물자를 주고받는 제3국 연계 수송망까지 공격 대상으로 넓히고 있다. 이란에는 바로 이 대목이 가장 두려운 부분이다.
[러시아발 군수 보급로까지 우크라이나 사정권에]
카스피해는 이란 북부 항구와 러시아 남부를 직접 연결하는 내해이자, 러시아와 이란을 잇는 국제남북운송회랑의 핵심 구간이다. 서방의 제재를 받는 두 나라는 카스피해와 철도·도로를 결합함으로써 외부 감시를 피해 물자와 군수품을 수송할 수 있다.
특히 이란이 미국과의 전쟁을 지속하면서 무기와 부품,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연결된 북부 수송로는 전략적 생명선에 가깝다. 남쪽에서는 호르무즈해협과 페르시아만을 둘러싼 충돌이 계속되고 있고, 서쪽의 육상 보급로도 미군과 이스라엘의 감시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겼던 카스피해 항로마저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권에 들어간다면 이란의 군수조달 체계는 심각한 압박을 받게 된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이란 선박 한 척을 파괴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와 이란 사이에서 움직이는 모든 선박과 군수물류 시설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경고다. 이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는 한,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에서 이란으로 향하는 군수지원망을 적대적 전쟁 인프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걸프지역 미군 시설을 위성으로 감시한 뒤 관련 정보를 이란에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러시아와 이란은 단순한 무기 거래 관계를 넘어, 서로의 전쟁을 지원하는 군사정보 동맹으로 발전한 셈이다. 러시아는 이란의 드론과 군사기술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이란은 러시아의 군수물자와 위성정보를 이용해 중동 전선을 운용하는 상호지원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EU에 호소해도 ‘씨알도 안 먹힐’ 이란의 딜레마]
이란은 이번 사건을 EU 외교 채널과 국제기구에 제기하며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란은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민간항행을 위협하고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피해자로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의 항의가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지는 의문이다. 이란은 그동안 호르무즈해협과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외국 유조선과 상선을 나포하거나 공격했고, 최근 무력 충돌 과정에서는 국적과 직접적인 전쟁 연관성이 불분명한 민간 선박까지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친이란 후티 역시 홍해에서 다수의 상선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하며 국제항로를 마비시켜 왔다.
그런 이란이 이제 와서 자국 선박에 대한 공격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유럽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기는 어렵다. 이란이 다른 나라 선박을 공격할 때는 군사적 필요와 보복을 내세우다가 자국 선박이 타격받자 민간항행의 안전과 유엔헌장을 호소한다면, 국제사회에서는 전형적인 이중잣대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크라이나는 공격 대상이 민간 상선이 아니라 러·이란 군수협력에 동원된 제재 회피 선박이었다고 맞서고 있다. 이란이 EU를 통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수록 해당 선박의 운항 기록과 화물, 러시아 항구와의 연계 여부가 국제적인 검증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항의가 오히려 러·이란 비밀 군수거래의 실체를 드러내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카스피해에서 드러난 이란의 진짜 고민]
이란의 고민은 대응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우크라이나에 직접 군사적으로 보복하면 그동안 주장해 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불개입 원칙이 무너진다. 러시아를 앞세워 대응하자니 러시아 역시 전쟁 장기화로 군사적 여력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국제사회에 피해를 호소하자니 이란과 후티가 자행해 온 상선 공격 전력이 발목을 잡는다.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우크라이나가 이번 공격을 성공 사례로 판단해 카스피해의 러·이란 수송망을 반복적으로 타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항구와 화물창고, 철도 환적시설, 선박 등으로 공격 범위가 확대된다면 러시아에서 이란으로 유입되는 군수물자의 양과 속도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은 이란의 취약한 급소를 정확히 건드렸다. 테헤란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전쟁 지속 능력을 보강하려 했지만, 바로 그 협력 때문에 멀리 떨어진 우크라이나의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됐다. 러시아와 가까워질수록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선을 떠안게 되는 역설에 빠진 것이다.
[Why Times Insight]
이번 카스피해 타격의 핵심은 우크라이나가 이란 선박을 돌연 공격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이란 사이의 군수물류망 전체를 합법적인 공격 대상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는 데 진짜 의미가 있다.
이란은 깜짝 놀랐을 것이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카스피해의 북부 보급로가 우크라이나 장거리 타격 능력에 노출됐고,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군수물자까지 끊길 수 있다는 현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이 국제사회에 억울함을 호소하기에는 그동안 다른 나라 유조선과 상선을 공격해 온 전력이 너무 무겁다.
보복을 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뛰어드는 것이 되고, 참으면 군수 보급로가 계속 공격받을 수 있다. EU에 항의해도 공감을 얻기 어렵고, 러시아에 보호를 요구해도 확실한 답을 기대하기 힘들다. 우크라이나의 한 차례 공격이 이란을 군사적·외교적 딜레마에 동시에 빠뜨린 것이다. 카스피해에서 터진 폭발음에 테헤란이 당황할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