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최초의 복교잡 흰 누에 품종인 'VH2020'[촬영 홍국기]
대한민국 공적개발원조 사업인 코피아 베트남 센터의 선진 기술 보급으로 오랜 기간 정체됐던 베트남 현지 양잠과 땅콩 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베트남의 전통 산업이 한국의 맞춤형 농업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 레 홍 반 베트남양잠연구소 소장은 하노이 소재 연구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과거 활발하지 못했던 자국의 양잠 분야가 2019년 코피아 베트남 센터의 사업 개시 이후 급격한 성장을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코피아는 한국 농촌진흥청이 주관하여 개도국 농가의 생산성 제고와 소득 증대를 돕는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으로, 현재 전 세계 22개국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베트남 센터는 2009년 농업과학원과의 협약을 통해 하노이에 첫 발을 내딛은 이래 현지 맞춤형 혁신을 이끌어왔다.
세계 4위의 실크 생산국인 베트남은 고품질 종자 부족과 과도한 중국산 의존도로 인해 성장의 한계에 부딪혀 있었다. 코피아 센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부터 5년간의 연구 끝에 현지 최초의 복교잡 흰 누에 신품종인 'VH2020'을 개발하고 옌바이성 등 주요 지역에 전파했다. 조명래 코피아 베트남 센터 소장은 "자연 누에는 노란색으로, 얼기설기 집을 짜서 생산성이 낮다"며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기술자가 교배 조합을 만들어 최초로 VH2020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과 달리 1년 내내 뽕나무 재배가 가능한 기후 특성을 활용해 연 10회에서 12회에 걸친 사육 체계를 정착시켰으며, 현재 연간 1만 상자가 넘는 누에알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베트남의 잠종 자급률은 매년 1%포인트씩 상승해 2028년에는 13%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업 혁신은 건조 지역의 핵심 작물인 땅콩으로도 이어졌다. 센터는 척박한 토양과 병해충을 견뎌내는 우량 품종 'TK10'과 'L20'을 개발해 시범 마을에 공급했다. 그 결과 현지 농가의 땅콩 생산량과 총생산액이 기존 대비 50% 이상 급증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조 소장은 이에 대해 "발아율이 높고 품질이 좋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질적인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1월에는 응에안성 등 북중부 3개 성에 토양 관리기와 탈곡기를 비롯한 한국산 농기계 3종을 도입해 전 공정의 기계화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기술적 성과는 단순한 원조를 넘어 민관 협력의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한·베트남 합작법인 '동아 비나'는 코피아가 보급한 최상급 땅콩을 원료로 삼아 '투본 너츠'라는 땅콩버터 브랜드를 시장에 선보였다.
원료 활용 규모는 지난해 30t에서 올해 50t까지 확대되었으며, 뛰어난 품질을 바탕으로 지난달부터는 한국 시장으로의 역수출도 시작됐다. 허수영 동아비나 대표는 "수출이 80% 이상"이라며 "단백질 함량 등 영양분이 풍부하고, 다른 수입산 땅콩버터와 비교해 20% 정도 낮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성과가 단순 기술 전수를 넘어 ODA 사업이 민간 기업의 현지 비즈니스로 자연스럽게 연계된 모범적 선례라고 강조했다.
-Why Times Newsroom Desk
-미국 Midwest 대학교 박사
-월간 행복한 우리집 편집인
-월간 가정과 상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