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넘 의원 [AP=연합뉴스]
스타머 총리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 앞 대국민 연설을 통해 사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사전 절차로 당일 오전 찰스 3세 국왕에게 자신의 결정을 직접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2024년 7월 총선에서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며 정권 교체를 이룩한 지 약 2년 만의 일이며, 중도좌파 노동당의 대표를 맡은 지 6년 만의 퇴진이다.
이번 사태로 영국은 데이비드 캐머런,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리시 수낵 등 보수당 정권의 혼란기를 지나 노동당 정권에 이르기까지 최근 10년 동안 무려 6명의 총리가 중도에 사임하는 정치적 격변을 맞이하게 됐다. 집권 노동당이 현재 하원 650석 가운데 403석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새 총리는 향후 진행될 노동당 경선에서 선출되는 차기 당 대표가 그대로 승계할 전망이다.
스타머 총리는 원활한 당권 이양을 위해 노동당 전국집행위원회(NEC)에 7월 9일부터 당 대표 후보 지명을 시작해 여름 휴회 전까지 모든 일정을 마쳐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의회가 개회하는 9월 전에 신임 총리가 취임할 것으로 예상되며, 공백기 동안 스타머 총리는 직무를 유지하며 후임자를 전적으로 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장 강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는 앤디 버넘 전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이 거론된다. 버넘 의원은 최근 메이커필드 선거구 하원 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며 총리직 수행을 위한 의원 자격을 확보했다. 당내 의원들과 당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웨스 스트리팅 전 보건장관, 앤절라 레이너 전 부총리 등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단독 후보로 등록될 경우 경선 없이 7월 중순에 곧바로 총리에 취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타머 총리의 조기 퇴임은 임기 초반부터 불거진 경제 침체와 주요 정책의 번복, 개혁 지연에 따른 민심 이반이 근본적 원인이다. 특히 최근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우익 성향의 영국개혁당이 여론조사 1위로 급부상하는 동안 노동당 지지층은 자유민주당과 녹색당으로 분열되었고, 인사 오판 논란까지 겹치며 내각과 당 내부로부터 자진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사임 연설에서 스타머 총리는 재임 중 성과로 경제 및 공공서비스 개선, 우크라이나 등 유럽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를 꼽았다. 이어 당의 미래를 위해 용퇴를 결정했음을 시인하며 "우리 당이 지금 던지는 질문은 '내가 다음 총선까지 당을 이끌기에 최적인가'이다. 그 답을 당 소속 의원들로부터 들었고 이를 받아들인다"고 언급했다.
발표를 마치며 그는 퇴임 후 가족과 시간을 보내겠다는 소회를 밝혔고, 현장에 모인 참모진의 박수를 받았다. 한편,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국개혁당은 선거를 요구한다. 우리는 급격한 변화를 이행할 준비가 됐다"며 즉각적인 조기 총선 실시를 강력히 요구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