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발언에 발끈해 봉쇄, 손해는 항공사가 떠안았다]
중국이 지난해 일본을 상대로 사실상 시행했던 단체관광 봉쇄 조치를 8개월 만에 사실상 철회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에 반발해 시작된 관광 보복은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한 반면, 중국 항공사와 여행업계의 손실만 키웠다. 결국 이번 조치는 시진핑 체제의 전랑외교가 또 한 번 실리보다 체면을 앞세웠다가 스스로 후퇴한 사례로 평가된다.

일본의 니혼TV(日テレNEWS NNN)는 19일, “그동안 일본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보류해 온 중국의 한 대형 국유 여행사가 내달 중순부터 도쿄·오사카를 방문하는 6박7일 일정의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재개하기로 했다”면서 “복수의 민간 여행사도 이미 지난달부터 일본행 단체관광 모집에 나서면서, 재개 분위기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라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 대해 “당국이 '알아서 판단하라'며 사실상 묵인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 공격이 일본의 '존립위기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국회에서 답변한 것을 계기로,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체류 시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있다며 단기적으로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고 공식 권고했다. 중국 외교부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일본의 내정에 대한 ‘현저한 간섭’이라며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이후 12월 들어 중국 문화여유부는 여행사들에 일본행 단체관광 빈도를 기존 대비 약 40~60% 수준으로 낮추라고 지시했고, 일부 여행사에는 판매 전면 중단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더재팬타임스는 “한 여행사가 기존 대비 약 60% 수준으로 줄이라는 지시를 받았고, 다른 여행사는 판매 전면 취소를 요구받았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손해는 누가 봤나 — 청구서는 중국으로 돌아갔다]
미국 항공전문지 에이비에이션 위크가 영국 항공데이터 업체 OAG의 정기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 항공사들의 일본 노선 공급석은 11월 초 185만 석에서 12월 142만 석으로 23.2% 급감했는데, 편수 기준으로는 9813편에서 7432편으로 24.3% 줄었다”면서 “국유 대형사인 에어차이나는 약 10% 감편에 그쳤지만, 국제선 선택지가 좁은 저비용항공사(LCC)의 타격은 훨씬 컸는데, 춘추항공이 36%, 지샹항공이 41% 감편했고, 선전항공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노선을 줄였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항공사들에 이 같은 감편 조치를 춘제 성수기를 거쳐 동절기 운항시즌이 끝나는 올해 3월 말까지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중국 3대 국유 항공사인 동방항공·남방항공·국제항공은 2020~2024년 5년간 누적 2064억 위안(약 4조6000억 원)의 손실을 낸 끝에 6년 만에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그 전망마저 흔들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항공(JAL)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JAL 그룹은 실적 자료를 통해 “2025회계연도 3분기 누적(4~12월) 영업이익(EBIT)은 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한 1791억 엔, 매출은 9.2% 늘어난 1조5137억 엔으로 재상장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일정을 쉽게 취소할 수 없는 중국발 수요가 감편으로 갈 곳을 잃자, 그 수요가 그대로 일본 항공사로 흘러간 결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보이콧 발생 직후인 작년 11월, 중국발 여행 취소가 잇따르면서 일본이 연말까지 최대 12억 달러(약 1조7000억 원)의 관광 수입을 잃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면서 “12월 말까지 예정된 중국발 일본행 144만 건의 여행 가운데 약 30%가 취소됐는데, 이 가운데 70%는 임박한 출발 일정의 취소에서 발생했지만, 이 충격이 일본 관광산업 전체를 무너뜨리는 수준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고 짚었다. 그나마 취소된 중국의 단체관광이 저가의 패키지가 주여서 일본내 관광 수익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한 상대’엔 제풀에 꺾이는 전랑외교 — 호주의 경우]
이번 사태는 시진핑 체제의 중국이 외교적 분노를 곧바로 경제적 강압으로 치환하는 '전랑외교(战狼外交)'의 전형적 패턴을 다시 한번 드러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의 실리보다 체면과 위협 효과를 앞세우는 이러한 방식은 호주와의 관계에서도 거의 동일한 형태로 반복됐다.
2020년 호주가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구하자, 중국은 보리·소고기·와인·석탄·랍스터·목재 등 호주산 수출품에 잇따라 관세와 수입 제한을 부과했다. 로위연구소(Lowy Institute)는 이에 대해 “이는 중국이 최근 수년간 어느 한 국가를 상대로 가한 가장 광범위한 징벌적 무역 조치로,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외교부·세관·상무부 등 여러 부처가 동원돼 정치국 차원의 결정에 따라 집행됐다”면서 “보리에는 80.5%, 와인에는 최대 218%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가 부과됐다”고 밝혔다.
로위연구소는 이어 “그러나 호주는 굴복하지 않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며 정면 대응했다“면서 “보리 생산자들은 다른 수출 시장을 찾아냈고, 석탄도 다른 시장으로 판로를 돌렸는데, 결국 중국은 2023년 8월 보리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철회했고, 같은 해 석탄·목재 무역도 재개됐다”고 짚었다. 호주 통상장관 돈 패럴은 “한때 연간 200억 호주달러 규모에 달했던 중국의 제재가 약 20억 호주달러 수준까지 축소됐다”며, “보리 분쟁 해결을 와인 등 남은 현안 해결의 ‘본보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호주에 대한 무역 강압은 호주의 시장 다변화와 WTO 제소라는 정면 대응 앞에서 흐지부지된 셈이다.
[‘약한 상대’엔 끝까지 밀어붙이는 패턴 — 한국의 한한령]
반면 중국에 우호적이거나 저항보다 관계 관리를 우선하는 상대국에는 정반대 양상이 나타났다. 한국이 2016년 사드(THAAD)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은 한한령(限韓令)이라고 불리는 비공식 보복 조치에 나섰다. 학술지 '국제정치경제학리뷰(Review of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는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중국 내 마트 74곳이 소방법 위반을 이유로 영업정지를 당했고, 한국행 단체관광은 전면 중단되면서 12개월 만에 중국인 입국자가 거의 50% 급감했다”고 짚었다.
아산포럼(Asan Forum)도 “롯데 한 곳의 2017년 누적 손실만 17억8000만 달러(약 2조3000억 원)에 달했고, 사드 배치 이전 중국인 관광객은 한국 전체 입국자의 47%, 면세점 매출의 70~80%를 차지하고 있었던 만큼 관광업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AFP도 “중국이 2017년 3월 한국행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하자 그해 4월 중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분의 2 가까이 줄었다”고 짚었다.
호주 사례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한국은 보복 초기부터 정면 대응이나 국제기구 제소보다는 관계 관리와 시간을 통한 완화에 의존했고, 강력한 대응이 아닌 오히려 중국 눈치를 보는 대응을 했다. 그 결과 한한령은 명시적인 종료 선언 없이 수년간 비공식적으로 지속됐다. 같은 시기 중국과 호주의 전체 무역액과 한국의 대중 수출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연구도 있지만, 이는 반도체·석유화학 등 중국이 대체하기 어려운 핵심 품목에 국한된 결과였고, 관광·유통·문화산업처럼 대체재가 존재하는 영역에서는 보복의 효과가 장기간 살아남았다. 그리고 한한령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의 눈치를 보는 외교를 할수록 피해는 더 커지고 오래 지속된다는 것을 말해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결국 한국 사례는 중국 경제보복의 또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호주와 일본이 공개적으로 맞서며 시장을 다변화한 것과 달리, 한국은 관계 관리와 갈등 완화를 우선했다. 그 결과 한한령은 공식 종료 선언조차 없이 장기간 지속됐고, 문화·관광·유통 분야의 피해도 훨씬 오래 이어졌다.
[패턴이 말해주는 것, "중국 앞에 당당해져야 한다!"]
호주와 한국, 그리고 이번 일본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한 가지 패턴이 분명해진다. 중국의 보복은 상대국이 가격이나 명분에서 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거나 시장을 빠르게 다변화할 수 있을 때는 단기간에 흐지부지됐다. 호주는 보리·석탄을 다른 시장으로 돌리고 WTO에 제소하며 버텼고, 결국 3년 만에 관세가 풀렸다. 일본 역시 다카이치 총리가 발언을 철회하지 않고 별도의 보복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버틴 결과, 8개월 만에 중국이 먼저 단체관광 봉쇄를 슬그머니 풀고 있다.
반면 한국처럼 정면 대응보다 관계 관리에 무게를 둔 경우, 중국의 보복은 명확한 종료 시점 없이 훨씬 오래 끌었다. 이는 시진핑 체제의 전랑외교가 상대의 저항 의지와 대체 능력을 정밀하게 계산한 전략이 아니라, 일단 강하게 누르고 상대의 반응을 봐서 거두는 식의 즉흥적 압박 외교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만큼 이런 방식의 외교에 대해서는 굴종이나 시간 끌기보다, 호주와 이번 일본의 경우처럼 명분과 시장 양쪽에서 정면으로 버티는 대응이 결과적으로 더 빠르게 효과를 낸다는 시사점을 남긴다.
또 하나, 생각할 점은 이번 일본 관광봉쇄 철회는 단순한 여행상품 판매 재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시진핑 체제가 즐겨 사용하는 경제적 강압이 생각만큼 강력한 무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준다. 중국은 상대가 물러설 것이라고 판단할 때는 끝까지 압박하지만, 버티고 대안을 찾는 국가 앞에서는 의외로 빠르게 후퇴하는 모습을 반복해 왔다. 호주가 그랬고, 이번에는 일본이 그 사례가 됐다. 결국 중국의 전랑외교를 상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의존도를 줄이고 버틸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