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대형 화학 기업인 신에쓰화학공업이 혼슈 중북부 후쿠이현 지역에 희토류 정제와 생산을 담당할 공장 두 곳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공장 증설에는 최소 350억 엔(한화 약 3천300억 원) 규모의 재원이 투입되며, 이 가운데 절반은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자국 내 제련 투자를 지원하는 일본 정부의 보조금으로 충당된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희토류 중 16가지 종류에 대한 정제 기술력을 갖춘 신에쓰화학공업이 일본 영토 안에 관련 제련 시설을 가동하는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 일본의 광물 및 소재 산업계는 1990년대 들어 거센 변화를 맞이했다. 당시 중국은 희토류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금속과 환경 오염 물질 처리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했다. 이 같은 저가 공세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한 일본 기업들은 단가 맞추기가 어려워지자 국내에 있던 생산 공정을 전면 철수하는 선택을 내렸다. 그 결과 전 세계 정제 희토류 시장 공급량의 90% 이상을 중국이 독점하게 되었고, 일본의 중국산 광물 의존도 역시 비정상적으로 심화됐다.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듯했던 공급망은 외교적 갈등이 촉발되면서 순식간에 붕괴했다. 지난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해협의 유사 사태 발생 시 일본이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자,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한 강력한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이 군사적·상업적으로 모두 활용 가능한 이중용도 물자와 희토류의 대일본 수출을 전면 통제하면서 일본 첨단 산업계는 극심한 원자재 부족 난에 직면했다. 실제로 최근 무역 통계를 분석한 결과, 총리의 발언 여파가 본격화된 지난 3월과 4월 두 달 동안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희토류의 양은 이전 대비 약 80%가량 급감했다.
현재 일본 영토 안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희토류의 양은 전체 수요의 단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계와 가전·반도체 등 산업계 전반에서는 호주나 인도 등 대체 국가들로 수입선을 넓히는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자국 영토 내에서의 원자재 정제 능력을 회복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미쓰이금속은 총 100억 엔(한화 약 951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오는 2028년까지 후쿠오카현 일대에 새로운 희토류 개발 기지를 구축하기로 했으며, 스미토모금속광산도 차세대 연료전지 제작에 필수적인 희토류 품목의 생산량을 연내에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시장에서는 채굴과 정제 비용 측면에서 막강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을 일본 단독으로 전량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요 7개국(G7) 회의 등 국제무대에서 시장 가격을 교란하는 저가 중국산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최저가격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된 점을 짚었다. 이 매체는 비용 압박을 이겨내고 자국산 희토류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 지원과 기업의 기술 개발이 긴밀하게 맞물리는 민관 합동 전략이 강력하게 전개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