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 하원 국방위원회가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미 해군의 전투함을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지 못하도록 예산 집행을 전면 금지하는 수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미국 의회가 자국 노동자와 제조업 기반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해군 군함의 해외 위탁 건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재러드 골든 민주당 의원은 현지시간 7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국방수권법안(NDAA)에 미 해군의 조선 관련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강력한 조항이 추가되어 승인됐음을 확인했다. 하원 군사위는 지난 5일 여러 차례의 세부 조율을 거친 끝에 찬성 44표, 반대 12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가결된 법안의 핵심은 해군에 할당된 국방 예산이 해외에 있는 조선 시설에서 전투함을 조달하거나 관련 계약을 체결하는 용도로 전용되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데 있다. 골든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두 개의 수정안이 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면서 "이 수정안에는 2027 회계연도에 해군에 배정된 예산 중 어느 것도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될 전투함 조달 계획을 체결하는 데 쓰도록 의무화하거나 지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의회 내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의 막대한 군사비 지출이 반드시 자국 내 고용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군사위 내 동료 의원들에게 감사를 표한 골든 의원은 "미국의 군사 지출은 미국 일자리를 뒷받침해야 한다. 우리 수상 함대의 일부라도 외국 땅에서 외국 노동력으로 건조한다는 생각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 조치가 미국 국가안보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필수적 선택이었음을 강변했다.
이 같은 의회의 입법 방향은 최근 미 국방부가 함정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해 온 동맹국 활용 구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미국 국방부는 차세대 군함을 조기 확보하기 위해 한국이나 일본 등 조선업 강국의 우수한 건조 역량과 부품 생산 능력을 차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존 펠런 전 미 해군장관 역시 최근 인터뷰를 통해 생산 효율성과 가능성 측면을 고려할 때 한국과 일본 같은 국가에서 군함을 도입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기울여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미래 함정 실험 사업 등을 포함한 첨단 조선산업 기반 확충을 위해 총 18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예산안을 편성하고 동맹국과의 협력을 타진해 왔다. 그러나 이번 금지 조항이 하원 본회의를 거쳐 상원과의 최종 조정 절차에서도 생존해 법제화될 경우, 한미 조선업 협력 구상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추진력은 급격히 위축될 위험성이 크다. 국내 조선사들의 미국 군함 건조 시장 진출 길목도 원천 봉쇄될 수 있다.
이처럼 안보상의 필요성보다 국내 일자리 보호론이 득세하는 배경에는 다가오는 정치 일정이 맞물려 있다.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연방 의원 및 주지사 선출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현직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미국 일자리 수호자'라는 인상을 각인시키기 위해 외국의 군사적 역량을 빌리자는 펜타곤의 현실적인 안보 전략을 압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