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대사 [주한러시아대사관 제공]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대사는 이 날 유럽연합과 캐나다, 우크라이나 외교단이 제기한 아동 권리 침해 주장을 두고 복잡하게 얽힌 인도주의적 사안을 아전인수 격으로 왜곡한 편향적 시각이라며 공식 입장문을 통해 강력히 항의했다. 이는 앞서 우고 아스투토 주한유럽연합 대사를 비롯해 필립 라포르튠 주한캐나다 대사, 안드리 베쉬킨 주한우크라이나 대사대리가 공동 기고를 통해 러시아 측이 점령지 내에서 자행한 아동 추방 및 불법 이송 범죄가 이미 2만 건에 육박했다고 성토한 것에 대한 외교적 맞대응이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서방 외교관들이 인류 보편의 가치와 도덕적 명분만을 앞세울 뿐, 정작 우크라이나군의 무차별적인 공습으로 인해 민간인 대피가 불가피했던 최전방의 가혹한 전장 실상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러시아 측은 국제사회가 단죄하고 있는 대규모 강제 이송 수치의 신빙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서방 진영이 끊임없이 2만 건이라는 숫자를 반복하며 자국을 범죄 국가로 몰아가고 있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피해자 명단이나 실증적 증거는 단 한 차례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모스크바 당국은 전면전이 발발한 이래 돈바스와 우크라이나 접경지에서 약 530만 명에 달하는 피란민을 안전하게 수용했으며, 이 가운데 74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은 대부분 부모나 친척의 손을 잡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이주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전쟁 초기 지정된 고아 380명에 대해서도 러시아 내 가정들과 연계해 합법적인 후견 조치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네츠크와 루간스크를 비롯한 전선 접경 지대의 아동보호 시설들은 우크라이나군의 무차별적인 포격 격화로 인해 붕괴 위험에 직면해 있었다는 것이 러시아 외교부의 입장이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전투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기는 것만이 그들의 이익을 위한 올바른 결정이었다"라며 전화를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거듭 피력했다. 또한 러시아가 현재도 유엔을 비롯한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들과 유기적인 소통을 지속하며 아동 보호 정책을 조율 중인 만큼, 일방적으로 번지는 '납치 범죄국' 프레임은 국제 외교 현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모함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는 이산가족들이 다시 결합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책임 역시 상대국인 우크라이나 정부의 행정 족쇄에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상당수의 부모가 아이를 찾으러 이동하고 싶어도 우크라이나 당국이 전시에 부과한 전면적인 통행 제한령과 제도적 장벽 때문에 발이 묶인 상태라며 분단의 책임을 아군에게 전가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특정 모국어 사용을 법적으로 통제하는 국가라는 점을 지적하며, 러시아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수백만 명의 아동에게 가해지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언어 탄압 정책이야말로 인권을 처참히 짓밟는 행위라고 역공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서방 진영 등 세계 49개국은 현재 국제연대를 구축해 러시아의 아동 이송 책임을 추궁하는 국제적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