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두로 퇴진 최후통첩 보낸 美, 아무 움직임 없는 중-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영공을 폐쇄한다고 밝히면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상작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눈여겨볼 것은 베네수엘라의 동맹으로 든든한 후원군 역할을 해 왔던 중국과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의 최대 위기 국면에서 정작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권위주의 축'으로서의 역할을 해 온 이 두 나라는 왜 이 중대 국면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는 지난 20년간 러시아와 중국부터 쿠바와 이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반미 동맹국을 육성해 워싱턴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려 했지만, 그러나 이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지도자의 축출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미군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고 있는 마두로에게 러시아, 중국, 쿠바, 이란 등 반미 세력들은 말로만 지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이스라엘과 미국의 군사 공격을 받았을 때의 이란처럼, 베네수엘라는 자신들의 권위주의 동맹국들이 갈등의 주변부에 머물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고 짚었다. 다시 말해 평소에 그렇게도 단결을 외치던 권위주의 동맹국들이 정작 위기의 순간에는 입 꾹 다물고 그저 눈치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주 프로그램 책임자인 라이언 C. 버그는 “소위 권위주의 축은 평시에는 훨씬 강력해 보인다”며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는 다소 허울뿐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베네수엘라 해안가에 미 해군 함대가 배치된 가운데, 카라카스의 동맹국들은 11월 23일 63세 생일을 맞은 마두로 대통령에게 생일 축하 인사만 보냈다.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는 서한에서 “어려운 시기와 험난한 길, 도전적인 갈림길에서 싸워 이기는 법을 아는 전사의 영혼의 빛이 빛난다”고 말했다.
[현실로 다가온 베네수엘라의 위기, 도움의 손길 요청했지만...]
권위주의 동맹국들이 베네수엘라를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는 지금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월 29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모든 항공사와 조종사, 마약상과 인신매매자들에게 전한다. 부디 베네수엘라의 상공과 주변의 영공 전체를 폐쇄된 것으로 간주하라”고 썼다.
앞서 지난달 21일 미 연방항공청(FAA)은 베네수엘라 주변의 “심각해지는 안보 상황과 군사활동 고조”를 이유로 베네수엘라 영공을 비행하는 항공사에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이에 베네수엘라는 “영공 주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식민주의적 위협”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마약 밀매 차단을 이유로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를 배치했다. 추수감사절을 맞은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각지의 미군과 화상으로 통화하면서 해상뿐 아니라 지상에서도 베네수엘라의 마약 밀매자들을 차단하기 시작할 거라고 말했다. 다만, 마약 밀매는 명분일 뿐 실제로는 반미, 좌파 성향인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교체나 석유 확보가 목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NYT는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석유 매장량에 관심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이러한 초위기의 순간, 평소에 베네수엘라와 가장 가까운 동맹이라고 말하던 국가들 가운데 도움의 손실을 뻗치는 나라는 한 군데도 없다. 이에 대해 WSJ은 “베네수엘라를 관측하는 분석가들은 동맹국들이 미국에 대해 사실상 무력하다고 지적한다”면서 “쿠바, 이란, 니카라과 같은 가까운 동맹국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베네수엘라에 개입할 여력이 거의 없다”고 짚었다.
다만 WSJ은“마두로의 가장 강력한 두 동맹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 지원과 함께 군사 장비, 정비 및 훈련을 제공해왔다”면서 “마두로가 방어 작전을 준비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항공기 정비와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지원을 하고 있다”고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WSJ은 “지난 주말, 유럽연합(EU)이 금지된 러시아산 원유를 수송한 것으로 확인한 두 유조선이 경질 원유와 나프타를 싣고 베네수엘라에 도착했는데, 베네수엘라는 연료 생산과 중국 수출용 자국산 중질유 추출을 위해 이 제품들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분석가들은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콜롬비아 이세시 대학의 국제관계학 교수이자 러시아의 라틴아메리카 개입을 추적하는 블라디미르 루빈스키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치명적인 무력을 행사할 경우, 이런 소규모 지원은 전혀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눈 감고 아웅’하는 식으로 그저 체면치레 정도만 하고 있지 권위주의 동맹국들이 실질적인 도움은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WSJ은 “러시아와 중국 모두 베네수엘라 안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누그러뜨리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모스크바에게는 우크라이나와의 장기전 비용이, 베이징에게는 관대함을 제한하는 취약한 경제가 그 원인인데, 카라카스에 대한 미국 주도의 금융 제재는 이 나라와의 관계에 복잡성을 더한다”고 짚었다.
WSJ은 “양국은 현재 트럼프 행정부와 주요 외교·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베네수엘라에 정치적 자본을 낭비할 유인이 거의 없다”면서 “러시아는 이미 제공한 지원 이상으로 마두로를 돕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러시아와 중국은 올해 이란과 이스라엘 간 12일간의 전쟁 당시 유사한 외교적 지지를 제공했으나, 군사적으로는 관망하기만 했다. 심지어 6월 미군이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급진좌파 국가의 종말? 허울좋은 권위주의 동맹]
마두로의 전임자인 좌파 급진주의자 우고 차베스 집권 시절, 베네수엘라는 방대한 석유 및 광물 자원을 활용해 미국의 적대국들과 상업적·정치적 관계를 구축했다. 중국 은행들은 주택, 통신 및 기타 인프라 건설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에 수십억 달러를 대출했으며, 상환은 석유로 이루어졌다.
전직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쿠바는 베네수엘라 군 내 반체제 세력 척결을 지원한 의사 및 군사 고문 대가로 할인된 가격의 석유를 공급받았다. 이란은 소규모 자동차 제조 공장을 설립했다. 벨라루스조차 벽돌 공장을 세우는 등 관여했다.
2013년 마두로 집권 이후 석유 생산량 감소와 내란으로 경제가 급락하면서 일부 우호국 수도에서는 카라카스에 대한 대출이 낭비되고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러한 동맹 관계는 여전히 마두로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2019년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제재를 가하자, 이란은 만성적인 연료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소량의 연료를 보냈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 원유를 암시장으로 유통시키기 위해 석유 거래 사업을 인수했다. 그리고 2024년 7월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이 마두로를 불법 정부로 규정했음에도, 이들 동맹국들은 마두로 정부를 인정했다. 야당은 이 정권이 선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WSJ은 “베네수엘라 최대 채권국이자 원유 구매국인 중국은 이 라틴아메리카 국가를 ‘전천후’ 파트너라 칭한다”면서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2000년 이후 중국으로부터 300억 달러 이상의 주요 무기를 공급받았다”고 짚었다.
WSJ은 “그럼에도 마두로가 2013년 집권한 후 중국과의 경제적 허니문은 오래가지 못했는데, 이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대출과 원조가 곧바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면서 “중국은 여러 인프라 프로젝트를 포기했으며, 현재 채무 연체금을 상환하기 위해 거의 전적으로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워싱턴 정책 연구소인 미주대화(Inter-American Dialogue)에서 아시아-라틴아메리카 관계를 연구하는 마거릿 마이어스는 “사람들은 채무 함정(debt trap)에 대해 이야기한다”면서 “이건 채권자 함정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 정부 전 에너지부 차관으로 현재 야당의 석유 부문 회복 계획 자문을 맡고 있는 에바난 로메로는 “마두로 정권이 무너질 경우 중국이 손해를 볼 수 있다”면서 “후임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로메로는 이어 “미국이 문을 열면 석유는 중국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에 보내는 건 전혀 말이 안 된다. 이건 이념이었지 경제 논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권위주의 동맹이라는 게 사실상 그저 눈앞의 이익을 위해 마치 매우 강력한 관계인 것처럼 드러내기는 하지만, 실상은 그저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허울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권위주의 동맹’의 실체는 사실상 힘도 없고 결속력도 없는 관계라는 것이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를 통해서도 확실히 드러난다. 다른 설명이 더 이상 필요할까? 그저 동네 조폭들보다 못한 의리로 뭉친 집단이 바로 그들 아닐까?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