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시진핑 만나기 직전 “미국 핵무기 실험 재개” 지시]
우크라이나-러시아간 전쟁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추진미사일 스카이폴을 시험발사하고 곧바로 쓰나미 발생을 유도하는 핵무기 실험도 예고하는 등의 ‘미치광이 전략’을 발동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국도 핵실험을 재개하겠다”며 맞불을 질렀다. 이는 우선적으로 푸틴의 ‘미치광이 전략’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기도 하거니와 꾸준히 핵무기를 늘리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경고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아침, 미국 국방부(전쟁부)에 러시아와 중국과 ‘대등한 기준’으로 핵무기 시험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이는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의 중요한 무역 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WP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올린 발표는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미국의 핵 정책이 뒤집히는 신호였으며, 이는 미국의 적대국들과의 관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그의 게시물에는 해당 실험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는데,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실시된 핵무기 실험은 1992년으로, 당시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냉전 종식 후 핵무기 훈련에 대한 유예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이 즉시 시작될 것이며, 이는 다른 국가의 테스트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면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만나기 위해 김해 공군 기지로 향하던 중 헬리콥터 '마린 원'을 타고 핵무기 실험을 재개한다는 글을 올렸다”고 전했다.
[푸틴의 연이은 핵무기 실험 협박, 블러핑 가능성 농후]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실험 재개’ 발언을 하게 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근 행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WP도 “러시아는 29일에 포세이돈이라는 이름의 핵추진 초강력 어뢰를 성공적으로 시험했다고 발표했으며, 그로부터 불과 3일 전에 실시한 핵추진 순항 미사일 시험의 성공을 칭찬했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푸틴은 핵무기 실험이나 핵폭발을 자제해 왔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 시험을 발표한 지 며칠 만에 러시아가 초강력 무기로 간주되는 핵추진 드론을 성공적으로 시험했다고 밝혔다”면서 “무인 수중 드론인 포세이돈은 러시아의 최신 핵 미사일 프로젝트 중 하나로, 푸틴 대통령이 2018년에 서방에 대한 명확한 억제력 메시지의 일환으로 공개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포세이돈 실험이 지난 28일에 이루어졌다”면서 “무인 차량의 속도와 이동 깊이 측면에서 이와 같은 것은 세상에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고 이를 가로막을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그러나 포세이돈이 어디에서 발사되었는지, 얼마나 멀리 날아갔는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시간 동안 이동했다”고만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NYT는 “포세이돈은 러시아의 6개 핵무기 프로젝트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이를 슈퍼무기라고 부르며,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 미국과의 군축 회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개되었다”면서 “시속 100노트(약 185km)로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수중 드론은 방어 시설을 회피해 해안 도시를 황폐화시킬 만큼 강력한 쓰나미를 일으키도록 설계되었다”고 밝혔다.
NYT는 “일부 전문가들은 2015년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고위 장군들의 회담을 방송하는 러시아 국영 텔레비전에서 이 무기가 처음 알려진 이후 수년간 이 무기의 존재를 의심해 왔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26일 러시아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부레베스트니크(스카이폴)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고 실전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29일에는 이 미사일이 ‘비할 데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러시아의 또 다른 초강력 무기인 대륙간 미사일 사르마트가 곧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전쟁연구소(ISW)는 지난 2024년 9월 22일자 보고서에서 “지난 21일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촬영한 아르한겔스크주 플레세츠크 우주비행장의 피해 상황을 담은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러시아군이 최근 핵을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Sarmat)' RS-28 시험 발사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러시아군이 이전에 사르마트 미사일이 시험발사 순간 사일로에서 폭발하여 거대한 분화구를 남겼으며, 발사시험장을 완전히 초토화시켰음을 볼 수 있다. 물론 사르마트 ICBM이 액체연료 미사일이라 연료 주입과정에서 실수로 폭발했을 수도 있지만, 당일 코브라볼의 활동이 없었다는 점에서 실제 발사 과정에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사르마트 미사일을 실전배치할 수 있다고 말한 푸틴의 발언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우리 채널은 지난 해 9월 24일, “러 핵탑재 ICBM 시험발사 실패, 핵위협하려던 푸틴 개망신”이라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2929회)를 통해 자세히 분석한 바 있다.
[트럼프를 자극한 푸틴의 ‘미치광이 전략’]
이를 보면 푸틴의 최근 이어진 발언들은 실체가 모호한 블러핑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푸틴은 왜 이렇게 전 세계를 상대로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크렘린의 주장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정치 분석가 드미트리 트레닌은 코메르산트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크렘린이 트럼프 행정부에 전쟁에 대한 비전을 설명하지 못했으며,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특별 외교 작전’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꼬드겨서 손쉽게 우크라이나 영토를 획득하고 전쟁 승리를 주장하려 했던 푸틴의 계획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코너에 몰린 푸틴이 핵위협을 통해 다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고자 외교적 위협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푸틴의 이러한 ‘미치광이’ 전략은 그동안 러시아가 최악의 불리한 상황으로 흐를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었던 카드이기도 하다. 푸틴은 지난 2023년 10월 5일에도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본회의에 참석해 ‘러시아가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의에 “이론적으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러시아가 30여년 동안 중지했던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바 있다. 푸틴은 또한 “‘부레베스트닉’ 미사일(스카이폴)의 최종 시험에 성공했으며, 차세대 핵무기들을 완성했다”고도 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이로써 러시아가 첨단 핵무기 분야에서 또 하나의 업적을 세웠다”며 “제정신이라면 누구도 러시아에 감히 도전 못 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과 핵 추진 어뢰 ‘포세이돈’, 핵 추진 순항 미사일 ‘부레베스트닉’ 등 3종을 “세계의 전략적 균형을 보장할 신무기”라고 자랑해 왔다. 이를 보면 푸틴의 ‘미치광이 전략’을 펼치는 스토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러시아의 핵확산 공갈은 이전에도 있었다. 푸틴은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불량국가 벨라루스에 러시아 핵무기를 옮겨놓겠다고 선언했고, 지난 2023년 6월 이후 실제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국면 전환용 엄포로 치부하면서 핵 위협을 일축해 왔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도 포탄과 무기 부족으로 우크라이나 대반격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북한에까지 손을 벌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는 푸틴에게는 상당히 치욕적이었다. 북한에게까지 무기를 지원받는 처지라는 궁색한 상황에서 또다시 푸틴 자신의 체면을 되살리기 위해 사실상 과잉 과시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서였다. 한없이 약해 보이는 러시아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거대한 몸짓의 그림자로 포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푸틴의 핵실험 재개 및 핵무기 사용 가능성 발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푸틴의 ‘미치광이(Madman)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나 푸틴은 광기에 휩싸여 정상 대화가 어렵다. 내가 바라는 걸 쥐어 줘야 한다”고 떼쓰는 격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푸틴은 이런 광기 어린 발언과 이성적 발언을 뒤섞으면서 진짜 속마음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푸틴은 과거에도 “핵무기란 국가 존립을 위협당할 때 방어적으로만 쓴다는 핵 독트린을 바꿀 뜻이 없다”고 했다. 그래놓고도 또다시 핵무기를 말하고 핵실험 가능성을 설파한다. 이게 바로 미치광이 전략이라는 것이다.
결국 푸틴의 미치광이전략 목표는 간단하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러시아간 전쟁을 끝내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이를 위해 푸틴이 요구하는 것처럼 우크라이나 영토를 일부 할양해 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협박인 셈이다.
이에 대해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교수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핵 위협을 사용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것을 인질로 잡으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실험 재개’ 지시는 푸틴에게 분명한 메시지, 곧 “아무리 떼를 써도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으로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 명령에 대해 푸틴은 뜨끔했을 것이다. 실체도 불분명한 위협을 하다가 그 속내만 들켰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푸틴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두고 볼 일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