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에서 군사장비 철수 시작한 러시아]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몰락에도 끝까지 시리아내 해군과 공군기지 사용권을 획득하기 위해 반군세력과 협상해 오던 러시아가 결국 도망치듯 철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서 러시아는 중동 및 아프리카를 향한 매우 중요한 전진기지를 잃게 되면서 해외전략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2015년부터 사용해 오던 시리아의 흐메이밈 공군기지에서 철수하는 모습이 미 민간위성촬영 기업인 맥사(Maxar)에 의해 촬영됐다”면서 “13일 오전 흐메이밈 공군기의 주기장(駐機場)과 활주로에 2대의 An-124 중(重)수송기가 물자를 적재하기 위해 기체 앞부분인 노즈콘(nose cone)을 올리고 대기하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An-124는 약 150톤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중수송기다. 주기장에는 An-124 외에도 3대의 Il-76 수송기도 세워져 있었다.
WSJ은 이어 “An-124 중수송기 옆에는 Ka-52 헬리콥터와 S-400방공 시스템도 부품들이 분해돼 포장된 것이 확인되었는데, 아마도 러시아로의 철수를 위해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2015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이번에 망명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원하면서 지중해에 접한 흐메이밈 공군기지를 사용해 왔다. 러시아는 또 시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인 타르투스에 해군기지를 두고 있다.
두 기지는 러시아가 지중해와 중동, 아프리카로 군사력을 확대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기지로, 2017년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권과 49년 간 임차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위성 사진만으로는 러시아가 이들 기지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러시아가 흐메이밈 공군기지를 구축할 당시에는 이런 대형 수송기 300대 분의 군사 물자가 이곳에 도착했다.
이에 대해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선임연구원인 다라 매시콧은 워싱턴 포스트(WP)에 “러시아군의 철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 철수가 완전한 철수인지 부분적인 철수인지, 더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기관인 GUR도 이날 “현재 시리아와 러시아 간에 군 수송기가 하루 4,5차례 오가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시리아에서 철수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흐메이밈 공군기지와 타르투스 해군기지 외에도, 시리아 곳곳에 소규모 군사 기지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반군 세력이 정권을 장악한 뒤, 이들 기지에서는 전면 철수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같은 날 “거의 800m에 달하는 러시아 군차량 행렬이 흐메이밈 공군기지가 있는 북쪽으로 이동하는 동영상도 공개됐다”면서 “이들 차량은 화물트럭, 장갑차량, SUV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고 전했다. NYT는 이어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러시아의 불안한 시리아 입지를 보여주는 이미지”라고 해석했다.
영국의 채널4 뉴스도 이날 “150대 이상의 러시아 군용 차량으로 구성된 호송대가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하면서, “러시아 군의 움직임은 질서정연했으며, 시리아 반군과 모종의 합의를 통해 안전한 철수를 보장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국방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크렘린궁은 “아사드 정권의 붕괴 이후 자국 군사 기지와 외교 시설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혀왔다.
러시아는 1944년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시리아가 독립을 선언한 이후 시리아를 지원해왔으며, 서방 국가들은 시리아를 러시아의 위성국가로 여길 만큼 두 나라는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러시아의 매우 중요한 해외전략기지 역할했던 시리아]
사실 시리아의 타르투스 해군기지와 흐메이밈 공군기지는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해외 군사기지들이다. 특히 러시아 해군이 주둔하던 타르투스는 지중해에 직접 진출하는 창구 역할을 했으며, 이 기지에는 러시아 전함과 핵잠수함이 배치돼 있었다.
러시아는 두 기지를 발판으로 지중해와 걸프로 군사력을 확장하며, 아프리카 북부 리비아의 친(親)러시아 군벌과 아프리카 서부의 독재국가들인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CAR), 부르키나-파소 등에 용병집단과 같은 군사력을 제공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시리아의 타라투스항을 대체할 수 있는 전략기지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중단기적으로 러시아의 지중해ㆍ아프리카 군사력 확대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러시아의 주력 수송기인 전략 수송기 일류신(Il)-76은 비행 범위가 4천200km 수준에 불과해 흐메이밈 기지를 포기할 경우 러시아에서 아프리카로 한 번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문제점도 생긴다.
그래서 아사드 정권이 붕괴된 이후에도 러시아는 반군측에 타르투스 항구의 지속적 사용을 타진하면서 외교적 협상을 해왔지만 반군측으로부터 별다른 회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러시아 크렘린궁은 시리아내 러시아군의 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두 기지의 안전을 위해 새 정부의 책임있는 세력과 접촉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시리아 반군측에서 러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아사드 정권의 수호자였고, 반군의 진격 당시에도 전투기까지 동원해 폭격을 감행했던 러시아군을 타르투스 등의 기지에 남겨놓게 되면 바로 그 지역이 아사드 정권의 부활을 돕는 전진기지가 될 수도 있고, 언제든지 반군을 향해 총부리를 댈 수도 있는 우환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반군이 러시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이미 타르투스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던 러시아해군 프리깃함과 잠수함들은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된 지난 9일 이래 모두 항구를 떠나 8㎞ 떨어진 바다에서 머물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WSJ은 이에 대해 “타르투스에 있던 러시아 해군이 시리아 영해안에 머물러 있는 것은 지금 상황이 그만큼 난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는 러시아가 아직 타르투스항에 그만큼 미련이 많다는 것으로 철수할 의향이 별로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시리아의 과도정부에 러시아제 무기와 아프리카에서 획득한 금과 다이아몬드 등 자금을 지원하며, 두 기지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협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WSJ은 “타르투스(Tartus) 해군기지와 흐메이밈(Khmeimim) 공군기지의 손실은 러시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며, 잠재적인 대체 기지를 위해 알제리, 수단 또는 리비아를 포함한 다른 곳을 찾아야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이어 “모스크바는 러시아의 몇 안 되는 접근 가능한 부동(얼지않는)의 항구 중 하나인 시리아의 타르투스 항구와 동일한 이점을 제공하는 옵션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력공백 시리아, 반군세력들끼리 또 전쟁중]
한편, 반군의 다마스쿠스 입성으로 아사드 정권은 물러났지만 시리아내의 안정까지는 앞으로도 험난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내에 갑자기 권력 공백이 생기면서 주변 열강들도 영향력 확대를 위해 움직이고 있고, 또한 시리아 내 여러 반군 세력들까지도 반목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일단 반군 내 최대 세력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과도 정부를 내세워 시리아 정국 안정을 주도하려 하고 있지만, 미국과 튀르키예 등 강대국은 자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다른 반군 세력을 지원하며 물밑 경쟁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영토까지 군 병력을 배치해 영토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2일 요르단을 방문해 “우리는 과도 정부 전환이 시리아의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이 시기에 시리아 내부에서 어떤 갈등도 촉발하고 싶지 않다”면서 “그중 일부는 (테러 단체) IS가 추악한 머리를 들이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요한 건 우리가 지원해 온 시리아민주군(SDF)”이라고 밝히면서 과도 정부를 구성한 HTS가 아니라 그간 미국 지원을 받아 IS 격퇴에 공로를 세웠던 쿠르드족 반군 세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현재 시리아 영토는, 반군 내 최대 세력인 HTS를 비롯해 미국의 지원을 받아 온 SDF와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국가군(SNA), 지역 반군 등이 분할 점령하고 있다.
반면 튀르키예는 SDF를 자국에 대한 최대 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할 조짐이다. 이 때문에 다른 반군 세력인 SNA를 지원하며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튀르키예가 이렇게 SDF에 반감을 갖는 것은 미국이 지원하는 SDF의 핵심 구성원은 쿠르드 민병대(YPG)인데, 튀르키예는 이 민병대를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 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연계 단체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시리아 북동부에서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SDF가 세력을 확대하게 되면 자국 내 쿠르드족 분리 독립 요구가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알아사드 정권이 축출된 이후에도, SNA와 SDF 간 교전으로 수백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또한 SDF 점령 지역뿐만 아니라 시리아 남부 알탄프 기지 등을 포함해 병력 약 1000명을 시리아에 배치하고 있으며, 이 기지 주변을 근거로 하는 반군 세력인 자유시리아군(FSA)도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내륙 곳곳에 산재한 IS 격퇴를 목표로 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7일 소셜미디어에 “시리아는 엉망이지만 우리의 친구는 아니며, 미국은 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 흘러가도록 두라. 개입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렇게 시리아가 정세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HTS가 과연 과도정부를 잘 구성해 진정시켜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