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간 이상 기류, 다시 대북제재 이행 모드]
북한과 중국간 관계가 확실히 달라졌다. 혈맹이라던 끈적한 관계는 이미 옛말이 되었고 지금은 분명하게 거리두기를 하면서 오히려 중국이 북한에 대해 냉랭하게 대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모두가 김정은 총서기가 자초한 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국의소리(VOA)는 3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중국 여자 프로농구 리그에 진출한 북한 여자 농구 선수의 비자 발급 거부 및 귀국조치를 취했다”면서 “중국 당국은 이러한 보도에 대해 이례적으로 ‘대북 제재 이행’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류펑위(劉鹏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전날 북한 여자농구 선수 박진아에 대한 '비자 발급 거부 및 귀국 조치' 보도와 관련한 VOA의 서면 질의에 “자세한 사항은 알지 못한다”면서도 “중국 정부는 원칙적으로 북한에 대한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항상 완전하고 엄격하게 이행해왔다”고 밝혔다.
VOA에 따르면 북한 여자농구대표팀의 간판 선수로 센터 포지션을 맡고 있는 박진아 선수는 지난 6월 중국 여자프로농구팀 ‘우한셩판(武漢盛帆)’에 입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팀의 컵 대회 준우승에 일조하는 등 활약상이 중국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던 박 선수는 입단 한 달여 만에 돌연 북한으로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TV는 지난 8월 11일, 중국 농구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대북 압박을 위해 박진아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해 어쩔 수 없이 돌아갔다는 소문이 있다”고 단독으로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연합뉴스TV는 “박진아는 2m가 넘는 신장을 앞세운 북한 여자농구의 명실상부한 에이스이며, 2018년 남북통일농구 대회에선 선수들 중 가장 큰 신장으로 눈길을 끌었다”면서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놓고 펼쳐진 남북 대결에서 북한은 대패했지만, 박진아는 27점을 넣으며 홀로 빛났다”고 밝혔다.
연합뉴스TV는 이어 “4년 전 한광성 등 유럽리그 등에서 뛰던 북한 축구선수 3명이 제재 위반을 이유로 돌아간 적이 있지만, 서방 국가가 아닌 중국에서 뛰던 북한 선수가 쫓겨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 지적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국 당국이 농구선수 박진아의 추방 소식을 전하면서 구태여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이유를 달았다는 점이다. 이는 북중관계가 사실상 갈 데까지 갔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달 전 북·중 간 이상기류 조짐을 공식 부인했던 사실을 무색하게 만든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그동안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제재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해왔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외교적 언어일뿐 서방국가들로부터 대북제재 불이행국으로 낙인찍혀 왔다. 그랬던 중국이 돌연 대북제재 이행이라는 말을 꺼내들면서 중국에서 뛰던 농구선수를 북한으로 돌려 보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이는 최근 두달여 동안에 북중관계는 더욱 냉각되었으며 중국이 확실하게 북한과 거리두기를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기로 했다고 볼 수 있어서다. 특히 지난 1월 북중 체육장관이 만나 선수와 지도자 교류를 심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악화된 북중관계 앞에서 1년도 지나지 않아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 지난 7월 초 린젠(林劍)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재중 북한 노동자의 비자 연장을 거부했다는 보도에 대해 “최근 한국 일부 매체는 수시로 중조(북·중)관계가 어떻다, 어떻다 하는 소식을 내보내면서 몇몇 실체 없는(捕風捉影·바람과 그림자를 잡으려 함) 억측과 과장된 선전(炒作)을 하고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린젠 대변인은 이어 “나는 관련 매체가 전문적 수준을 견지한 채 사실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보도하고, 뉴스를 소설처럼 쓰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나타난 결과를 보면 당시 린젠 대변인이 진실을 숨기고 거짓으로 포장된 발언을 했음이 확인된다.
[초라해진 북중관계, 균열은 매우 심각 단계]
우리 신문은 지난 7월 31일, “혈맹이라던 북중관계, 확실한 이상징후 포착, 당분간 회복 불가능!”이라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2837회)을 통해 “피로 맺어진 관계, 곧 혈맹이라 부르는 북한과 중국간의 관계에 확실한 이상징후가 포착됐다”면서 “특히 중국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김정은을 향한 시진핑 주석의 불만이 그대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까지 나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면서 우리 신문은 “김정은이 지난 7월 26일 조중우의탑에 헌화하면서 중국의 한국전쟁 지원에 감사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강조한 바 있는데, 다음 날인 7월 27일 밤 정전협정 체결 71주년(북한에선 ‘전승절’)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에 왕야쥔 평양주재 중국 대사가 불참했다”면서 “이는 매우 이례적으로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는 것에 대한 중국의 불만을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이렇게 완전히 틀어진 북중관계는 중국 당국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러 곳에서 포착됐다. 지난 7월 9일, 중국 당국이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전원을 귀국시키라고 북한에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북한 당국은 파견 노동자들을 순차 귀국시키겠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중국은 북한 측의 제안을 무시하면서 비자가 만료되는 대로 전원 귀국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북한의 노동자 송출은 국제사회 제재로 외화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북한의 주요한 ‘돈줄’로 꼽히는 만큼 중국의 대규모 노동자 송환 요구는 북한에 상당한 압박이 되리라는 관측이다. 당장 북한 김정은의 돈줄이 차단당하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또 중국은 최근 대북 수출 품목에 대한 세관 통제와 함께 밀수 단속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비정치적인 연성 이슈에까지 악화된 북중관계가 표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는 북중관계의 균열이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또 파열음도 클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자초한 북중관계 파열, 앞으로 더 심각한 단계 온다]
사실 북중관계가 이렇게 엄청난 파열음을 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김정은이 자초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 신문은 지난 6월 15일 “푸틴 방북에 떨떠름한 중국, 김정은과도 거리뒀다!”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2758회)을 통해 “푸틴의 북한 방문에 대해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라면서 “오히려 푸틴의 평양행으로 말미암아 북-중-러 삼각연대까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우리 신문은 이어 “사실 푸틴이 평양을 찾을 때 원래 예정됐던 시간이 아니라 새벽시간에 갔다가 당일치기 순방으로 끝내 버린 것도 자신의 방북에 대한 세계의 여론이 매우 부정적임을 알고 급하게 일정을 변경한 것”이라면서 “푸틴은 특히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 분석했다.
결국 김정은과 푸틴의 밀착은 외교적으로 봤을 때 엄청난 실수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실제로 얻어지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은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푸틴은 푸틴대로 시진핑과 멀어졌고 북한은 또한 중국으로부터 완전한 거리두기를 당하는 처지로 전락해서다.
북중관계가 완전히 냉랭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바로 2018년 5월 김정은의 중국 다롄(大連) 방문 당시 시진핑 주석과 산책하며 친교를 쌓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발자국 동판’의 제거다. 이는 북한 입장에서는 경악할만한 사건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두 정상이 함께 걸었던 방추이다오 해변 인근 식당의 '7호각 전시실'도 폐쇄했다. 해당 전시실에는 김일성, 김정일이 방추이다오를 방문했던 당시 사진 등이 전시돼 있어 김정은도 방문했던 곳이었는데 돌연 그 기념관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는 북중관계가 사실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흘러가 버렸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이렇게 김정은에 대해 거리두기를 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시진핑은 김정은이 중국을 배신했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북중관계의 파멸 역작용, 훈풍부는 한중관계]
이렇게 북중관계 악화의 반작용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한중관계의 해빙무드다. 그것도 한국이 아닌 중국측에서 다양한 채널의 대화를 원하고 있고 심지어 시진핑 주석의 방한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한국 정부 당국자가 '한중관계 복원'이 계속된다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가운데, 중국은 지난 2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 중국과 한국은 이웃 국가이자 서로에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며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는 것은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고, 고위급 교류는 국가와 국가 관계의 발전을 추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오 대변인은 “동시에 충분한 준비를 하고 적합한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또 풍성한 성과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오 대변인이 한 말의 속뜻은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의향이 있긴 하지만 그에 앞서 방한할 수 있는 명분을 한국측이 마련해 주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한중정상회담은 시진핑의 방한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7월 국빈 방한을 끝으로 한국을 찾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중인 2017년 12월과 2019년 12월 두 차례 방중했지만 시 주석은 답방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필수적이다.
다만 중국측은 한국이 시진핑 방한의 명분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렇다고 한국측이 시진핑의 방한을 오매불망 기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 정치·경제적으로 급한 곳은 한국이 아닌 중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관계의 여러 문제점들을 한국을 통해 해결해 나가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오히려 중국 입장에서 상당한 이득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다만 시진핑의 방한은 한미간의 외교적 협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미국의 대 중국 수출통제나 제재 등에 있어서 한국의 재량권을 미국측이 인정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아쉬운 쪽은 중국이라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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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hytimes.kr/news/view.php?idx=20036-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