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 드론 공격 또다시 가한 우크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날이 갈수록 더욱 더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측간 교전이 더 치열해진 탓도 있지만 이미 러시아가 제시했던 레드라인을 넘어선 우크라이나가 아예 모스크바를 집중 공격할 의도를 보이면서 전쟁 양상은 또다른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1일 “우크라이나군이 사상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내의 발전소와 정유공장을 타격했다”면서 “반면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에서 일부 전진을 했고 또한 하르키우에 미사일을 퍼붓는 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이 1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남동부 카포트냐에 위치한 정유공장이 드론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 소뱌닌 시장은 “드론 여러 대가 모스크바 정유공장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격추된 드론이 추락하면서 공장의 별도 기술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현재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소방당국을 인용해 “진화 작업이 극도로 까다로워 추가 구조대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러시아 정보기관과 가까운 텔레그램 채널 '바자'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인근 도시 트베리에 있는 코나코보 발전소 근처에서 큰 폭발음이 들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모스크바와 트베리의 전력·정유 시설을 겨냥해 밤사이 드론 공습을 시도했다”며 “모스크바 상공 2대, 모스크바 주변 지역 상공 9대를 포함해 드론 158대를 격추했다”고 이날 밝혔다.
국방부는 이밖에 “쿠르스크에서 46대, 브랸스크에서 34대, 보로네시에서 28대, 벨고로드에서 14대의 드론을 파괴했으며 이외 여러 지역 상공에서 드론을 격추했다”고 덧붙였지만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습으로 인한 피해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AP 통신은 “이번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이 지난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번 공격과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내 핵심 인프라 공격은 우크라이나 민간인과 자국의 전력 인프라에 대한 크렘린의 반복적인 공격에 대한 답”이라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이 러시아의 테러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당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텔레그래프는 1일, “우크라이나군의 포병대대가 러시아 벨고로드시의 고속도로에 상당한 양의 포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격과 관련해 포착된 영상을 보면 폭발음이 들리고, 반대편에서 오던 차량 한 대가 불길에 휩싸이며, 도로 곳곳에 잔해가 흩어졌다.
이에 대해 벨고로드 주지사는 “이 공격으로 5명이 사망하고 46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부상자 중 7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37명이 시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밝혔다.
벨고로드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4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8월 6일에 이웃 지역인 쿠르스크 지역에서 국경을 넘는 공격을 시작한 이래로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
[드론떼 공격받은 러, 우크라 제2도시에 미사일]
지난 달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기습 이후 더욱 치열한 교전을 이어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일(현지시간)에도 서로 거센 공격을 주고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현지 당국자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위치한 제2도시 하르키우의 한 쇼핑몰과 스포츠 경기장, 우체국, 상점 등이 러시아의 탄도미사일과 유도폭탄 공격을 받았다”면서 “이 공격으로 어린이 5명을 포함해 최소 47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날 하르키우에서는 최소 10차례의 폭발이 발생했으며 부상자들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오전 “방공망으로 키이우와 인근을 향해 발사된 러시아 미사일 35발 중 22발을 격추했으며, 드론 23기 중 20기를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동부전선에서는 러시아군 추가 점령]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는 러시아군의 진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도네츠크 지역의 마을 두 곳을 추가로 점령했다고 밝혔다. 그중 한 곳은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병참 허브가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포크로우스크에서 남동쪽으로 21km 떨어진 프티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적의 방어지 깊숙한 곳으로 계속 전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영 우크린폼 통신은 1일(현지시간),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적군이 공격해오는 주요 방면의 전황이 어렵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적은 무기와 병력 규모에서 우위에 있다”며 “그런데도 적군은 우리 군인들 때문에 상당한 손실을 본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 밝혔다.
['푸틴 레드라인' 시험하는 우크라, 러시아는 또 핵 사용 위협]
눈여겨볼 것은 푸틴의 핵 억지력에 대한 인내심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최근 우크라이나가 핵보유국인 러시아의 본토 쿠르스크주를 공격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레드라인'을 시험하며 핵억지력에 대한 기존 생각을 재검토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수십년간 핵확대 이론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은 대체로 외부 공격을 받지 않는 것으로 여겼다. 이들 나라를 공격할 경우 괴멸적 결과로 이어질 전쟁을 초래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을 공격한다는 것 자체를 금기시해 왔고 또 역으로 핵무기 보유 자체가 국가들 사이에 평화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무기도 없고 군사력에서도 비교가 안되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칠 수 있었던 것은 예상 밖의 전개이자 러시아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해 WSJ은 “핵보유 선언국이 다른 국가의 침공과 영토 점령에 직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일 러시아의 쿠르스크주를 급습해 3주 넘게 1천300㎢가 넘는 지역을 점령중이다.
이에 따라 서방 지도자들과 군사 전문가, 핵 이론가들은 현 상황이 러시아의 긴장 확대 가능성 등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에 대해 WSJ은 “이론상의 위험이 실제 상황의 시험에 직면하면서 핵무기가 억제력에 있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재검토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러시아가 공개한 핵 정책은 자국의 주권이나 영토 보전이 위협받을 때만 핵무기에 기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의문이 드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점령중인 쿠르스크주 문제가 과연 러시아의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점령이 러시아가 정한 래드라인을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 러시아 군비 통제 협상가 니콜라이 소코프는 WSJ에 “아무도 러시아의 레드라인을 모른다. 그들은 정확히 제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소코프는 이어 “푸틴 대통령이 그의 정권에 대한 위협을 러시아에 대한 주권적 위협으로 여기는 것 같아 보인다”면서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우크라이나의 상당한 성과나 러시아의 손실이 핵 확대를 촉발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분명한 것은 그동안 크렘린 궁의 주요 인사들이 언급해 왔던 러시아의 레드라인, 곧 러시아 본토가 공격을 받게 된다거나 러시아가 점령중인 크름반도를 우크라이나가 탈취하려 한다면 이를 레드라인 침범으로 보고 이에 핵으로 응징할 것이라 밝혀왔던 것을 비추어 본다면 사실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공격은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주를 점령했음에도 러시아는 핵과 관련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WSJ은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주 공격을 통해 대단히 심각한 결과 없이 또 하나의 금기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그 목표의 일부는 러시아를 공격하는 데 더 치명적이고 정확한 미국 무기를 쓰는 것을 허용하도록 미국 백악관을 설득하는 데 있다”고 전했다.
사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가 레드라인을 넘는 것을 우려해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무기를 제공하거나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저해왔다.
이러한 상황을 우려한 듯 러시아는 또다시 핵위협 카드를 꺼내 들었다.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 차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의 도발 확대에 대응해 핵무기 사용에 관한 교리를 개정할 것”이라면서 “작업은 진전된 단계에 있으며 개정하려는 분명한 의지(intent)가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이어 “ 이번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서방 적들의 도발 확대 과정과 연계돼 있다”고 전했다.
사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2020년 대통령령 형식으로 제시한 러시아 핵 교리에는 러시아가 적의 핵 공격을 받거나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재래식 공격이 있을 경우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교리대로 본다면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주 점령은 핵무기 사용 교리 측면의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또다시 교리를 수정해서라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겁박을 하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우방국들이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허용한다든지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를 향해 본격적으로 공격을 가하는 것을 미국 등이 승인하는 것에 대해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그동안 러시아는 전황이 불리해질 때마다 핵무기 사용을 거듭 언급하면서 위협을 해 왔던터라 푸틴이 과연 진짜로 핵무기 사용을 검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공격을 위한 미사일 사용 허락 문제가 푸틴의 레드라인을 시험하는 최종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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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hytimes.kr/news/view.php?idx=20022-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