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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테크 규제 완화 요구하며 유럽산 철강 관세 인하 연계 압박 미국, 철강 관세 인하 조건 제시 2026-10-24
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독일 베스트하겐 무역 터미널[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유럽연합이 자국 빅테크를 겨냥한 규제를 완화해야만 유럽산 철강 등에 적용 중인 고율 관세를 낮추겠다는 완강한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전주 회원국들과 진행한 비공개 실무 회의에서 미국 행정부의 이 같은 통상 요구 조건을 공식 보고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당국은 브뤼셀이 추진 중인 디지털시장법(DMA)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지 않는 한 유럽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적용하는 고율 관세를 손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해당 법안인 디지털시장법은 애플, 구글, 메타 등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적 권한을 앞세워 신규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거나 사용자에게 불리한 조항을 강제하는 행태를 엄격히 제어하는 입법 조치다. 이번 압박은 11월 중간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잠복해 있던 양측 간 통상 마찰을 전면적인 분쟁 국면으로 다시 끌어올릴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측은 앞서 지난해 7월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회동을 갖고 미국이 수입하는 EU 공산품 관세를 원칙상 15% 한도 안에서 통제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측은 핵심 수출 품목인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선 여전히 최고 50% 수준의 징벌적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유럽 산업계의 반발을 사 왔다.


집행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미국의 관세 합의 이행 경과를 평가해 불이행으로 최종 판단할 경우 미국산 완제품에 부여하던 무관세 혜택을 전격 회수하는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있다. 다만 전면적인 보복 조치가 촉발할 통상 분쟁의 파급력을 감안해 유럽 주요국 당국자들은 실제 보복 수단 실행을 두고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이 철강 관세 문제를 기술 기업 규제와 연계해 압박 수단으로 삼은 것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해 11월 브뤼셀을 찾아 디지털 시장 규제를 완화하면 철강·알루미늄 관세 문제를 원만하게 풀 수 있다는 절충안을 내민 적이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 고위 당국자들은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경쟁정책을 이끄는 테레사 리베라 집행위원은 미국의 연계 전략을 "협박"으로 규정하면서 디지털 규범은 통상 협상의 흥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유럽연합은 2025년 4월 이후 DMA 위반 혐의를 적용해 애플과 메타, 구글에 총 15억9천만유로(약 2조4천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과징금을 처분했다.


이에 맞서 미국 정가와 외교가는 브뤼셀의 행보가 자국 기업을 향한 노골적인 표적 제재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앤드루 퍼즈더 EU 주재 미국 대사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 문제를 다루려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 기업들로부터 이익을 거둬 유럽에 이익을 주려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며 유럽연합의 규제 드라이브에 깊은 불신을 표했다.